박진숙유디자인대표 겸세종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분명 ‘그래픽전’이라고 했는데 전시실 입구에서부터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조금씩 흘러나왔다. 박진숙 유디자인 대표(47)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최초로 공개한다는 기업이미지(CI) 개선작업용 알파벳 이미지 2,500종이 찰랑거리는 물속에 담겨 전시된 것.지난 8월23일부터 일주일간 예술의전당 디자인 전시실에서 진행된 ‘박진숙 그래픽전’은 이처럼 독특한 물방울소리로 관객을 맞이하고 있었다.세종대학교 디자인학과장이기도 한 박대표는 지난 2000년 회사의 로고를 온라인으로 만들 수 있는 CI사이트를 만들어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전국교수창업경연대회에서 ‘생활ㆍ지식 서비스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온라인상에서 회사명과 업종만 입력하면 로고를 그 자리에서 화상으로 제공한다. 이미 디자인된 4,500여 종류의 글자디자인을 기업 관계자들이 직접 조합해 디자인하는 셈이다. 이 중 2,500종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오프라인에서 CI를 제대로 만들려면 수천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CI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죠. 이 도구에 들어가는 이미지들을 이번에 공개까지 한 겁니다. 저희 사이트를 이용해 보지 못한 기업들도 스스로 로고를 만들어 보라는 뜻에서죠. 이미지들을 물속에 담가 놓은 것도 아직은 응용이 안된 태초의 상태임을 표현하려는 의도입니다.”그녀는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 타워팰리스, 여성복 브랜드 ‘QUA’ 등 지난 4년간 자신이 만든 CI, BI(브랜드이미지) 30종도 제작과정과 함께 공개했다. CI 제작과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CI는 기업의 미래를 보여줘야 합니다. 현재 모습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업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CI를 만드는 게 디자이너의 의무입니다.”특히 그녀는 CI가 문화라고 강조한다. 비단 대기업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조그만 가게의 입간판부터 기업의 수많은 로고들이 거리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 따라서 기업들이 CI를 정립하면 그 자체로 한 나라의 문화가 된다는 이야기다.“전통문화를 외국에 알릴 기회는 많았잖아요. 한국의 이 시대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일도 무척 중요한데 기업의 CI, 한국의 CI가 그런 시도가 됐으면 합니다.”지난 2002한ㆍ일월드컵 개막식 시각연출자로 위촉되기도 했던 박대표는 그래서 공식 브로슈어 디자인이나 개막식 행사 영상물 제작에서도 동양적이면서 현대의 문화를 함께 내포하는 디자인들을 선보였다.박대표는 이번에 공개한 2,500종의 로고디자인을 올해 안으로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더 많은 기업들에 로고제작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서다. 이처럼 CI전문가로서 기업들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그녀의 발걸음은 한 방울씩 떨어지는 전시실의 물소리처럼 작지만 꾸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