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中華)주의’를 확립한 사람은 BC179년에 태어난 동중서(董仲舒)였다. 통일 한(漢)제국의 이념적 기초를 그가 닦았다. 역사왜곡의 선구자라면 아마도 그의 바통을 이어받았던 사마천일 것이다. 그는 주변의 국가와 민족들을 전부 동이니 남만, 북적, 서융 등으로 이름 붙여 오랑캐로 몰았다. 중화주의의 완성이다. 당시로서는 선진산업인 농업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으니 만리장성을 둘러쳐 유목민족들을 축출해버릴 수 있었다.중국이 언제나 문제였다. 중국이 통일되면 주변 약소국들은 항상 전란의 공포에 떨었다. ‘중원에 이는 바람’은 한반도 백성들에게도 언제나 재앙을 의미했다. 물론 중화문명의 혜택도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소(小)중화라는 말은 식민 속국의 비극을 노래한 데 지나지 않은 것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명나라가 망한 다음에도 이 땅의 유학자들이 대대손손 명나라 황제(신종)의 제사를 지냈다는 것은 역사의 비극이다. 이 제사는 놀랍게도 일제가 강제로 폐지할 때까지 줄기차게 계속됐다. 차라리 희극이라고 해야 맞겠다.어떤 이는 이승만 대통령의 가장 큰 공로로 우리나라를 대륙이 아닌 해양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우리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중국이 아닌 미국에 붙었던 것이 그나마 이 정도 먹고 살 수 있게 된 운명적 선택이었다는 말일 것이다.다시 중국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재앙이 될 것인지, 축복이 될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가히 국제적이다. 황화(黃禍)론이 다시 불거지는 한편에서는 중국의 용틀임이 세계의 지도를 바꿀 것이라는 ‘중국=초강국’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과연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 그것을 시장으로 보면 복음이 될 것이지만 경쟁자로 본다면 재앙 중의 재앙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 균형에 기대를 걸어 봄직하지만 때로 그것은 너무도 위험한 예측의 줄타기다.중국의 다른 변방 오랑캐(?)들이 처한 상황은 불행히도 낙관불허다. 싱가포르와 홍콩과 대만은 우리가 그들을 중화경제권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드러나듯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더 이상 국내에 투자할 기업들은 별로 없다. 더구나 싱가포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까지 빠져나가는 중이다. 그것이 지나해 2% 마이너스 성장의 비밀이다.홍콩은 이미 중국과의 계산이 복잡해지면서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대만은 양안의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미 중국에 대한 투자를 거의 자유화했다. 대만은 국내 투자는 올스톱이지만 대중국투자는 줄곧 증가세다. 대만은 미국, 일본과 함께 중국투자가 가장 많은 나라에 랭크돼 있다.중국은 올 들어 7월까지 모두 295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나 늘었다. 이 중 40%가 홍콩을 경유한 것이고, 나머지가 미국, 일본, 대만이다. 96년 이후 매년 700억달러 이상의 국제자본이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7년 연속 전세계 1위다. 문제는 중국이 해외직접투자를 독식하면서 다른 개도국들은 손가락만 빨게 됐다는 점이다.이렇게 되면 중화(中華)가 아니라 중화(中禍)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의 산업공동화 문제도 그렇지만 이 문제는 미상불 우리에게도 닥칠 게 뻔하다. 더구나 중국의 탐욕은 끝이 없다. 북한이 변방의 신의주를 특구로 개방하겠다고 했을 때 양빈을 잡아넣어 사연이야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 길을 막아버린 그들이다.덩치에 어울리지 않게도 좀스러운 중국이다. 문제 많은 양빈을 쓰고자 했던 김정일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중국은 중화(中華)일 것인가, 중화(中禍)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