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아이퓨처 회장최근 일본 전문 마케팅회사 아이퓨쳐에 영입된 이경호 회장(59)은 국내 몇 안되는 IT 1세대 중 한 사람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지난 76년 한국후지쯔에 입사해 삼미정보시스템 부회장, 교보정보통신 사장 등 IT업계에 26년간 몸을 담고 있다.이제는 여유를 가질 나이인데도 다시 ‘IT전선’에 뛰어들었다. “사실 과거 벤처들이 우후죽순 무너진 이유 중 하나가 너무 공격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숨 고를 틈도 없이 열정하나만으로 달려가다가 결국에는 순식간에 거품이 빠진 거죠. 젊은 패기도 좋지만 경륜도 필요했습니다.”아이퓨쳐는 국내 기업들이 일본 시장 개척을 하는 데 있어 교두보 역할을 자청하는 독특한 컨셉의 벤처회사다. 지난해 10월 설립돼 지금까지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현재 일본 지사를 둬 일본 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컨설팅해준다. 한ㆍ일 기업간 M&A나 합작을 이끌어내고 전략적 업무제휴 등을 추진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해주고 있는 것이다.“예전에는 일본에서 한국 IT산업 하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e비즈니스 환경은 한국이 한 발 앞선 것으로 일본에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이회장은 한국후지쯔 초창기 시절 일본 본사로부터 외자를 도입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그후 영업전선에 뛰어들어 기업체에 컴퓨터를 임대해주는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를 사기보다 임대 형식으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고객사들도 포항제철, 서울보증보험, 비씨카드 등 대기업들이었다. “과거에는 IT 하면 하드웨어만 알아줬어요. 지금은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신제품 사이클도 과거 5년에서 지금은 6개월이 채 안됩니다.”그가 앞으로 담당할 역할은 단순히 ‘회장님’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년간 IT회사를 경영하면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로 실제 경영 일선에서 진두지휘한다. 또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IT산업의 전문가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후지쯔에 근무하면서 일본 IT산업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일본 인맥에도 발이 넓다.과거 교보정보통신에 있을 때는 일본 지사를 설립, 교보정보시스템즈라는 현지법인으로 발전시켰다. 이강현 아이퓨처 사장은 “이회장의 영입은 한국의 IT상품을 일본에 판매하는 회사로서도 경영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이 회장의 또 다른 직함은 교수. 현재 동국대에서 ‘정보화시대에 있어 개인의 정보보호’에 대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해 박사과정까지 이수했다.“사실 이 회사를 저의 마지막 종착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작품 하나를 만들어 보고 은퇴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