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지난 10월28일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허 판정을 받음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서울시의 재건축 억제 방침이 엄포용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의 거품이 급속도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강남권 중층단지 재건축의 선두주자여서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서울시가 재건축 연한을 최고 40년까지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인데다 내년에는 재건축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마저 시행될 예정이어서 ‘재건축시대는 끝났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부동산전문가들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단지로 재건축 초기단계인 강남권 중층단지와 택지개발지구 소재 아파트를 꼽았다. 그러나 재건축이 상당히 진행된 저밀도지구 아파트나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울시내의 신규아파트 공급이 중단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일반아파트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부동산전문가들은 내다봤다.안전진단 탈락 ‘도미노’은마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도 아닌 예비심사에서 탈락했다. 안전진단은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1차적으로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진단심의위원회가 육안으로 예비심사를 벌인다.이 심사를 통과하면 안전진단전문업체가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가게 된다. 은마아파트는 육안심사에서 ‘유지보수해서 사용하라’는 판정을 받았다.강남권 대단지 가운데 예비심사에서 탈락한 것은 개포 시영에 이어 은마아파트가 두 번째다. 또 개포 시영의 탈락에 영향을 받아 개포 주공3단지는 안전진단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전진단은 형식적으로 이뤄져 왔다. 때문에 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들은 거의 100%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 들어 서울시와 구청이 엄격한 안전진단을 시행하면서 안전진단 탈락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부동산전문가들은 탈락 ‘도미노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 소재 고밀도지구 아파트, 강동구 소재 저층단지, 과천 소재 저층단지 등 2만여 가구의 재건축이 5~10년 정도 더 늦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현재 강남권에서 안전진단을 신청해둔 단지는 △강남구 개포 주공2ㆍ4단지, 일원 대우 △강동구 고덕 주공1ㆍ3ㆍ시영 등이 있다.해당아파트 주민 반발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헌법소원 등 법적대응을 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이 아파트 박대식 추진위원장은 “주민들 의견의 반영 없이 철저히 관 주도로 안전진단을 시행하는 현행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은 사유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또 헌법소원에 앞서 조만간 안전진단심의를 재신청하기로 했다.은마에 앞서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개포 시영 조합원들도 구청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 아파트 이승희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11월 정기국회 때 집단탄원서를 제출하는 방안과 자치단체장 면담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안전진단 미통과 단지 가격하락 불가피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그동안 시공사 선정재료만으로도 급등세를 탔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시공사 선정을 전후한 석 달 동안 1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6월 말 4억원 선이던 31평형은 9월 초 5억원 가까이 치솟았다. 가수요자들이 금방이라도 재건축이 되는 것처럼 바람을 잡으면서 집값이 요동쳤다.그러나 재건축에 제동이 걸린 이상 재건축재료로 생긴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재건축 수익을 기대했던 계층의 보유매물이 쏟아지면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뚜렷한 하향 안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저밀도지구ㆍ안전진단 통과 단지는 수혜부동산전문가들은 재건축이 확실한 저밀도지구와 안전진단을 통과하거나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저밀도지구는 시기가 문제일 뿐 재건축에 들어가는 것은 확실하다.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했거나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도 마찬가지다. 아직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재건축 허가는 받아놓았다.경기가 경착륙만 하지 않는다면 강남권 기존 아파트나 분양권값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을 통한 신규아파트 공급이 끊기면 기존 아파트의 희소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전문가들은 신도시 건설 및 강북 뉴타운 개발 같은 공급확대책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재건축 억제에 따른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돋보기 / 강남 중개업소 반응“학군 이주 수요가 가격향배 결정”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탈락은 상당부분 가격에 선반영된 것으로 일선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대치동 모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은마아파트를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의 진원지로 보고 있었던 터라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며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까지 겹쳐 가격은 추석을 고점으로 조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9월 초 5억원을 호가하던 31평형이 현재 4억7,00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재료가 반영되기 전인 6월의 3억8,000만원보다 9,000만원 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9월 고점 대비로는 3,000만원 정도 하락했다.일선 중개업소들은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거나 가격이 급락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요자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겨 집값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중개업소들은 분석했다.은마아파트의 단기변수로는 겨울방학 동안 전개되는 학군 이주 수요가 꼽히고 있다.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 학군 이주 수요가 얼마나 강하게 일어나느냐에 따라 가격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란 견해다. 은마아파트값은 평당 1,500만원대로 대치동 일대 아파트 중 가장 싼 축에 속하기 때문에 그나마 중산층이 접근하기 쉬운 단지로 통하고 있다. 주변 우성, 선경 등은 평당 2,000만원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가격하락은 사실 개포 저층단지들이 더 심하다. 개포동 일대 저층단지들은 안전진단 탈락의 영향을 받아 9월 고점 대비 최고 8,000만원 가까이 폭락했다. 4억원을 호가하던 4단지 13평형은 3억2,000만원에도 찾는 사람이 없다.개포택지개발지구 내 저층단지들이 은마아파트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 이유는 사용가치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는 그마나 30평형대로 구성돼 있어 4인 가족 정도가 충분히 살 수 있다. 그러나 개포 저층단지는 대부분 10평대로 좁다.개포동 에이스공인 조병희 대표는 “개포택지개발지구 내 저층단지들은 상당기간 가격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