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돈삼성증권 마케팅담당 상무비행기를 탈 때면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클래스 중 자신에게 맞는 좌석을 골라 예약하게 된다. 증권사를 이용할 때도 서비스를 직접 고를 수 있다면?이승돈 삼성증권 마케팅담당 상무(49)는 최근 이런 생각을 마케팅 전략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삼성증권에서 지난 10월21일부터 전격 실시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1년여 기간의 준비 끝에 탄생시킨 주역이다. ‘Fn아너스’ ‘Fn파트너’ ‘Fn디렉트’의 세 종류 서비스를 고객이 각각 취향에 따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맞춤형 서비스의 골자로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처음 도입하는 방식이다.이상무는 삼성물산, 삼성자동차에서 줄곧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다. 증권으로 일터를 옮기게 된 것은 지난 99년.“이렇게 마케팅 개념이 도입되지 않은 업종은 처음입니다.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우수고객의 35% 정도가 1년 만에 저희 회사를 이탈하더군요. 그래서 마케팅의 기본인 세분화(Segmentation)를 도입하게 된 겁니다.”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고객조사에 들어갔다. 양적 조사와 질적 조사를 병행한 끝에 고객을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음을 발견했다. 전담직원에 의한 종합자산관리를 원하는 고객, 상담원과 파트너가 돼 함께 투자하는 방식을 원하는 고객, 그리고 스스로 투자하기를 원하는 고객으로 나눌 수 있었다는 것.“세분화를 계속 진행시켜 직원과 고객이 거의 1대1 수준이 될 때까지 맞춤서비스를 확장시켜야죠. 내년 1분기 중에 2개 정도의 서비스를 더 첨가할 겁니다.”제대로 된 맞춤서비스를 위해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인 ‘큐빅’(CUBIC)도 함께 도입했다. 고객의 기본정보부터 투자상담 내역까지 모든 자료를 축적해 관리할 수 있는 이 시스템으로 각 고객에게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는 이처럼 과학적인 전략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를 ‘불조심 캠페인’이라는 말로 설명했다.“불조심 캠페인을 벌일 때 ‘불조심’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죠. 그 수단을 상세히 알려줘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업무프로세스와 그 도구를 전해주는 게 중요합니다.”이상무의 이 같은 시도를 두고 사내에서는 말들이 많다.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지만 증권업계의 특수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반발하는 직원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그는 이 과학적 영업방식만이 우리나라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외국 금융업체들의 시장잠식에 대비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이건 단순히 시스템 도입의 문제가 아니죠. 경영혁신운동입니다. 지금까지 필요할 때만 고객을 찾아나서는 ‘수렵형’ 경영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는 ‘경작형’ 경영방식을 정착시키는 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