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개 사업정리 후 자동차모듈사업 하나로 승부수 … 2010년 매출액 100억달러 달성, 세계 10위권 진입 ‘의욕’

한규환현대모비스 사장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의 막내 현대모비스(이하 모비스)의 성장세가 화제다. 모비스는 99년 말 10여개의 사업을 자동차 모듈부품 제조사업 하나로 정리한 뒤 매출을 꾸준히 늘려 올해 말 그 규모가 당시의 두 배인 3조8,000억원(추정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모비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맏형 현대자동차의 주가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한규환 현대모비스 사장(52)은 “IMF 위기를 맞아 박정인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한사장은 매일 오전 7시30분터 1시간 가량 16명의 임원이 동시에 나타나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화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부서장 및 팀장들도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 수시로 다자간 화상회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업무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져 축소된 회사의 덩치를 예전보다 더 키우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사장으로부터 모비스의 성장비결과 꿈을 들어봤다.요즘 모비스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지금 사업부문은 자동차 섀시모듈 하나에 불과하지만 IMF 이전까지는 컨테이너, 지프차 갤로퍼, 철도차량, 공작기계 등 무려 10개에 달했습니다. IMF 때인 97년 말 우리는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웠어요.하지만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게 도움이 됐습니다. 당시 우리는 ‘변해야 산다’는 대전제하에 스터디를 많이 했습니다. 이에 따라 GM의 부품 자회사인 델파이, 도요타의 덴소, 포드의 비스톤과 같은 위치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죠. 델파이는 매출액이 300억달러(약 39조원)에 이르는 대형 자동차부품회사입니다.이에 따라 우리는 99년부터 자동차부품사업만 남기고 모두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시의적절하고, 빠른 구조조정이 오늘의 기회를 만들었다고 봅니다.여러 사업을 정리했다지만 업종을 바꾼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나요.업종전환의 정도를 굳이 수치로 따져보면 전환율이 97%에 달할 겁니다. 때문에 일단 적응이 어려운 직원들은 퇴사하고, 새로운 직원들이 많이 들어왔죠. 사실 이들을 서로 융합시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교육과 이벤트를 벌여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00년 초 새로운 업종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감을 주기 위해 3,500여 전직원을 대상으로 ‘자동차 모듈부품교육’과 ‘인터넷 생활화 교육’을 우선적으로 시켰습니다.그리고 서먹서먹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스타크래프트 경영대회’ ‘DDR 경연대회’ ‘정보사냥대회’ ‘모의주식투자게임’ 등 다양한 이벤트도 벌였지요. 특히 ‘DDR 경연대회’에는 가족들까지 참여해 인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을 신명나게 만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봉급과 보너스를 많이 주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경영실적이 대폭 신장했으니까요. 실제 직원수는 97년 말 8,800여명에서 올해 3,500여명으로 50% 이상으로 줄어든 반면, 당기순이익은 99년 말 217억원에서 지난해 2,700여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습니다.자동차 모듈부품 시장의 전망은 어떻습니까.자동차생산방식은 1세대인 포드의 소품종 대량생산, 2세대인 도요타의 간판(JIT: Just In Time) 방식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에 이어 3세대인 모듈화(JIS : Just In Sequence)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듈화는 완성차회사가 부품업체들로부터 몇 개의 부품을 낱개로 받던 것을 반조립 내지 완전조립 상태로 납품토록 한 것입니다.완성차회사들은 어셈블리(조립)라인의 공정을 몇 단계 이상 단축시킬 수 있어 한 차종의 다양한 사양의 차들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세계 완성차회사들은 이 같은 대형 부품사들의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요. 앞으로 모듈부품시장은 완성차회사의 매출만큼이나 급성장할 것으로 봅니다.해외에는 어디에 진출했나요.자동차 모듈부품회사들의 해외진출은 완성차회사에 달려 있습니다. 완성차회사가 어느 나라에,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진입했느냐에 따라 부품사들의 진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이번에 인도, 터키 등에 진출하기로 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 시작됐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이들 나라에 공장을 갖고 있어서 모비스는 모듈부품을 납품하고자 진출하게 된 것이죠. 터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EU에 진출하기 위한 관문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나라입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는 자동차수출에 따른 AS용 부품을 제때 제공하기 위해 물류기지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앞으로OEM을 통해 해외에 적극 진출할 계획입니다.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국내에 유학온 우즈베키스탄, 터키, 필리핀, 중국 등지의 해외인재들 가운데 졸업한 10여명을 올해 초 뽑았습니다. 이들은 지금 본사 해외영업관리나 부품수출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데 해외 현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향후 지역공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이와 함께 최근에는 국내 기술진들을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 등 전략적 제휴업체에 1~2년 정도 보내 첨단기술을 배워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하게 교육 프로그램을 연수하는 것이 아니라 제휴선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참가해 실용 첨단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모비스의 21세기 비전은 무엇입니까.일단 규모 면에서 ‘글로벌 톱10’(GT-10)에 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매출을 현재 30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세배 이상 키울 겁니다. 내용 면에서는 기술력 향상이 중요한데 전문개발인력을 현재 600명에서 1,400명으로 두 배 이상 확보해 세계 유수의 부품사들과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