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시대가 열린다.’중국 공산당은 11월8일 베이징에서 향후 5년 중국을 이끌어갈 새 지도자를 뽑게 될 정치 행사를 갖는다. 중국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전대)가 그것. 현재로서는 후진타오 부주석의 당 총서기 ‘등극’이 거의 확실한 상태다. 후진타오 부주석으로 대표되는 제4세대 정치세력이 정치 전면으로 나서는 것이다. 장쩌민 주석을 중심으로 한 3세대 정치세력들은 후배들에게 정치무대를 내주게 된다.전국대표대회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협의기구. 이 대회에서 공산당 최고통수권자인 당 총서기를 비롯해 권력 핵심부인 정치국 상무위원(7명), 정치국 위원(15명), 정치국 후보위원(2명) 등이 새로 구성된다. 공산당이 실질적으로 중국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이번 정치행사는 곧 향후 5년 중국의 지도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16전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일은 역시 인사다. 특히 후진타오 부주석이 장쩌민 주석으로부터 당 총서기 직위를 승계받을 것인지가 초점이다. 베이징의 정치분석가들은 순조로운 권력이양을 점치고 있다. 후진타오가 당 총서기 및 국가주석직을 이어받게 될 거라는 얘기다.대신 장쩌민 주석은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 막후 실력자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90년대 초 덩샤오핑의 정권이양 방식과 같은 형태. 당시 덩샤오핑은 당권과 행정권은 모두 장쩌민 주석에게 넘겨줬지만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움켜쥐고 있었다. 그는 군권을 바탕으로 막후에서 최고권력을 행사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는 마오쩌둥이론이 적용된 것이다.이번 16전대에서 이 같은 구도가 자리잡을 경우 향후 5년간 중국정치는 후진타오 세력과 장쩌민 세력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서로 견제하는 형국으로 짜여질 것으로 전망된다.장 주석의 실권유지는 측근들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출에서 어렵지 않게 관측된다. 그의 측근인 쩡칭홍 당 조직부장, 황쥐 상하이시 당서기, 자칭린 베이징시 당서기는 최근 며칠 사이에 모두 현직에서 사임했다.그러나 이들의 사임은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정치국 상무위원에 중용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장 주석의 오른팔인 쩡칭홍은 정치국 상무위원 및 중앙서기처 서기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정치국 후보위원. 이 구도가 현실화될 경우 쩡칭홍은 정위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위원으로 2단계 도약하게 된다.베이징 정치분석가들은 쩡칭홍이 16전대에서 권력과 기능이 강화될 중앙서기처를 장악, 장 주석을 대신해 당 조직과 일상 당무 등에서 후 부주석을 견제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후 부주석 세력, 당 조직·선전부 장악 시작장 주석의 또 다른 측근인 황쥐 상하이 당서기는 상무위원 진입과 함께 제1부총리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이번 당대회에서 총리로 승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자바오 부총리와 함께 국정에 대한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당과 행정 분야에 장 주석의 측근들이 포진하게 되는 것이다.후진타오 세력 역시 만만치 않다. 16전대를 앞두고 제4세대 지도자들이 속속 당 요직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후 부주석 세력이 공산당 조직부와 선전부를 ‘접수’하기 시작했다.쩡칭홍의 이직으로 공석이 된 당 조직부장에는 베이징화공학원 출신 허궈창 당 중앙위원(59)이 임명됐다. 그는 지난 87년 산둥성당위원회 상무위원 겸 지난시 서기, 91년 화학공업부 부부장, 96년 푸젠성 성장을 역임한 인물. 후진타오의 신임을 받고 있다.딩관근이 물러나면서 자리가 빈 선전부장에는 당 선전부 상무부 부장을 맡고 있는 류윈산(55)이 임명됐다. 그는 네이멍구자치구 출신으로 신화통신 네이멍구 분사와 후 부주석이 양성해 온 공청단 네이멍구위원회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후 부주석의 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다.장주석 라인과 후진타오 라인이 공존하게 될 중국 지도층의 정치노선은 현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후 부주석 특유의 정치적 색채가 약하고, 또 장 주석 세력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 주석은 퇴임 후에도 외교 및 군사 분야를 직접 챙길 것으로 예상돼 대외적 노선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후진타오는 장 주석의 3개 대표이론을 찬양하고 있다. 이 이론은 ‘공산당이 생산력(기술발전), 선진문화,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게 뼈대. 이 이론에 따라 공산당은 사유재산 보호, 사영기업 경영자의 공산당 가입 허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정치적인 개방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후 부주석은 특히 춘지역의 영도자를 자유직접선거로 선출하는 기층민주주의 선거제도를 도입하는 데 앞장서는 등 정치적 민주화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다소 충격이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주룽지 총리의 공백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후 부주석은 그동안 당무만 맡았지 경제부처를 경험한 적이 없다.그가 비록 궤이저우와 시장(티베트)성 성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지만 국가경제의 경영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분석가들의 시각이다. 후 부주석은 이에 따라 경제를 원자바오 부총리에게 일임할 것으로 예상된다.원 부총리는 주 총리의 측근으로 경제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그러나 한계점에 달한 국채 발행, 은행 및 국유기업 개혁 문제, 실업 등 경제사안이 산적해 있다. 경제적 카리스마가 약한 원 부총리가 이를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특히 그동안 주 총리가 추진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정책으로 경제 전반이 크게 왜곡,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경제문제가 새 지도층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