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 직원들에 자세히 알리는 '열린경영'으로 일체감 조성...'감성경영' 실천 앞장

정종득벽산건설 사장정종득 벽산건설 사장(61)과 550여 임직원들은 지난 4년 동안 지옥과 천국을 한꺼번에 맛봤다. 지난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벽산건설의 부채비율은 9,000%대. 8,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갚을 길은 막막하기만 했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따라 600여명의 직원이 책상을 비워야만 했다.그러나 올해 말 벽산건설의 부채비율은 200% 이내로 진입한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은 동종업계에서 1위인 20억원 수준에 육박했다. 올해 말로 예정됐던 워크아웃 종료 시기도 두 달이나 앞당겨 지난 10월11일 최종졸업장을 받았다. 불과 4년 만에 처지가 180도 바뀐 것이다.이처럼 경이로운 성과를 두고 정종득 사장은 “노사화합의 결실”이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뚝심의 리더’ 정종득 사장의 추진력 이 큰 몫을 했다”는 세간의 평가에는 손을 내젓는다. 98년 1월 좌초 직전의 벽산건설을 맡아 ‘야전 사령관’으로 종횡무진 뛰어온 정종득 사장을 만나 그간의 자구노력과 감회,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마침내 워크아웃을 졸업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더구나 가장 어려운 시기에 경영을 맡아 어깨가 더욱 무거웠을 것 같은데요.오늘의 성과는 고통을 감내하고 회생을 위해 함께 뛴 노사 모두의 것입니다. 구조조정을 위한 직원들의 희생, 위기극복에 한마음이 됐던 단합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지요.(주)벽산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 98년 1월 다시 사장직을 맡았을 때 상황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부채비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반면, 돈 들어올 곳은 없는 상태가 이어졌습니다.금융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출연장을 사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했어요. 그리고 직원들과 직원가족들을 모아 호소했습니다. 모두 세일즈맨이 돼 미분양아파트를 한 채라도 더 팔자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임직원과 가족들이 한마음이 된 덕분에 두 달 만에 500억원이라는 큰 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난 직원들의 희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선배들이 후배를 위해 자리를 떠나자 남아있는 직원들은 봉급을 깎아 명예퇴직금을 마련했습니다. 회사도 이들의 전직과 창업에 힘을 보탰지요. ‘다같이 바다에 빠져 죽을 수 없다’는 데 노조도 공감,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낸 것은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데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자산매각, 감자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 작업이 새 회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들었습니다.부동산과 저수익 자산을 매각해 먼저 부채부터 갚았습니다. 17개였던 계열사를 6개로 줄이고, 서울역 앞 벽산125빌딩 등 부동산을 매각했습니다. 덕분에 8,000억원에 이르던 차입금 가운데 5,000억원을 갚았습니다. 연말에 1,000억원을 더 갚게 되면 부채비율은 200% 이내로 떨어집니다.더불어 원가절감운동을 통해 투명한 경영을 추구했습니다. 경쟁입찰을 통해 하청과 자재구입 계약을 체결하니 자연스레 불공정 관행이 사라지고 업체간 경쟁을 통해 원가도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우리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도 큰 힘이 됐습니다. 채권단의 부채를 출자전환 받고 공사 수주를 위한 운영자금도 지원받았습니다. 채권단에서 파견한 경영관리단 역시 채권 회수에 치중하지 않고 기업의 안정적인 회생에 관리의 초점을 맞췄지요. 대주주도 감자를 실시하는 등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 좋은 성과를 낸 겁니다.회사에 활기가 넘치고 분위기가 아주 밝습니다. 앞으로 경영은 어디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까.잘될 때 자만해서는 안됩니다. 불황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과거의 고통, 쓰라림을 절대 잊어선 안되지요. 그래서 앞으로 3~4년 동안은 사업을 확장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올해 1조원 수준인 외형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겁니다. 내년에 부채비율을 150%대로 맞추고 궁극적으로 무차입 경영을 달성할 때까지 내실을 다지자는 생각입니다.건설업은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업종입니다. 경기에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체질이 강해야 합니다. ‘체질이 강한 건설사’가 앞으로 벽산건설의 모토입니다.최악의 불황을 극복한 경영자로서 내년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내년 경기는 펀더멘털 등이 그리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관적인 경기전망이 가계, 기업, 정부를 미리 움츠러들게 만들어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하지만 벽산건설도 경기하락을 대비해 사업구조를 조정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80대20이었던 주택사업과 비주택 부문 비율을 50대50으로 조정하고 SOC, 플랜트, 토목 비중을 점차 높일 계획입니다.더불어 주춤했던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겁니다. 사실 벽산은 지난 87년 최초의 재개발아파트를 지은 이 분야 ‘원조’ 건설사입니다. 7,000세대 규모의 국내 최대 재개발단지인 서울 시흥동 벽산타운 완공으로 그 실력도 입증했습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2조원 규모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과당경쟁이 심한 서울지역 대신 수도권, 지방 대도시에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입니다.수시로 직원들에게 회사상황을 브리핑하는 등 열린 경영을 추구한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의 경영철학을 소개해주시지요.종업원은 회사의 실적, 경영내용에 대해 소상히 알아야 합니다. 회사의 공적인 자료에 거짓이 있어서도 안됩니다. 회사는 특정 개인의 재산이 아닌 국가와 사회 공동의 재산입니다. 당연히 기업 경영자는 국가와 사회 공동의 재산을 관리하는 ‘공인’이지요. 때문에 ‘투명 경영’은 당연한 임무입니다.한편으로 한국의 경영자는 감성경영에 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정’에 포인트를 두는 감성경영쪽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게 지론입니다. 종업원과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경영자가 21세기형 경영자가 아닌가 합니다.임직원을 대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글귀가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designtimesp=23217>에 나오는 내용인데, ‘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지만 가마 메는 고통은 모른다)라는 말입니다. 윗사람일수록 아랫사람의 괴로움과 슬픔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항상 되새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