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은 마음을 흔들지만 태풍은 세상을 뒤바꾼다. 뮤지컬 태풍 역시 대통령선거로 후끈 달아오른 우리네 정치판처럼 변혁의 대결이 모티브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대작 <템페스트 designtimesp=23343>(The Tempest)를 각색한 뮤지컬 <태풍 designtimesp=23344>은 이번이 네 번째 리뉴얼.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선보일 때마다 우리 뮤지컬에는 태풍이 인다. 물론 관객들에게는 열풍이다. 이번 무대에 올려지는 태풍은 미풍을 머금었다. 사랑이야기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뮤지컬 <태풍 designtimesp=23347>은 서울예술단의 고정 레퍼토리로, 동양적인 음악색깔의 강점을 살린 히트 문화상품. 알론조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태풍을 만나 이름모를 섬에 도착한다. 우연을 가장한 태풍은 왕국의 충신이었다가 음모로 추방당한 이 섬의 지배자 프로스페로가 마법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프로스페로는 자신의 딸 미란다와 섬에 갇힌 왕자의 사랑을 통해 지나간 시절 구세대의 정치적 음모, 어두운 혼돈으로부터 새로운 시대의 화해와 희망을 꿈꾸고자 한다. 이들의 열정적 사랑은 반란과 음모를 꿈꾸며 서로 총질을 해대는 권력자들에게 화해의 빛이 된다. 프로스페로는 세상은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며 마법의 지팡이를 던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합창.열정적인 미란다 캐릭터를 조금은 차갑게 연기해낸 조정은과 3옥타브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발성으로 첫 주연 퍼디넌트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홍경수의 연기도 볼거리다. 배우들도 개인기 중심의 튀는 연기보다 로맨틱한 서정성을 느낄 수 있는 앙상블 위주로 연습했다.태풍은 고전주의 공연물의 원칙을 그대로 따른 신고전주의 작품이다. 첫째, 삼일치의 원칙이다. 액션은 모두 하나이며 24시간 이내에, 한 장소에서 극이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시간과 장소, 액션의 통일되어 있다는 뜻이다. 둘째, 스펙터클한 요소와 환영적인 요소가 풍부하다는 것. 셋째, 지문이 치밀해 내면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돼 있다. 이는 극의 분위기를 이끄는 촉매 역할을 한다. 이윤택표 뮤지컬을 대하는 흥분을 태풍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음악은 물론 안무가 박일규의 전통 귀천무, 선무, 검도를 응용한 집단무도 볼거리.<태풍 designtimesp=23356>의 초연은 태풍이었다. 이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 등 총 7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뿌듯했던 것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designtimesp=23357>를 최초로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것.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990년 런던에서 초연돼 큰 인기를 끌었던 코믹뮤지컬 <돌아온 금단의 별 designtimesp=23358>(Return To The Forbidden Planet) 때문.이 뮤지컬은 흑백 SF영화 <금단의 별 designtimesp=23361>(Forbidden planet)을 뮤지컬로 각색한 것인데, 이 영화의 원작이 다름 아닌 셰익스피어 희곡 <템페스트 designtimesp=23362>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작의 난해함을 최대한 배제하고 단순화시킨 스토리를 적용시켜 할리우드 오락물의 전형을 만들었다. 익히 아는 것처럼 이 영화는 50∼60년대 SF영화 제작의 기폭제가 됐던 작품으로 둥근 유리관 모양의 머리와 집게손을 가진 인조인간 로봇 <로비 designtimesp=23363>(Robby)는 영화 속 로봇의 전형적인 모델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그렇다고 태풍의 의미가 축소되지 않는다. 한마디 표어로 뮤지컬을 속단하기에는 그 속에 담긴 한국뮤지컬의 전통이 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번 무대는 막중한 느낌을 주는 정면 무대를 피했다. 아름답고 유연한 무대를 사선으로 길게 늘어뜨려 관객들이 무대에 압도당하지 않고 조금은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다. 준비는 끝났다. 태풍 같은 감동은 관객의 몫이다.일정 2002년 12월20~30일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문의 02-523-0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