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앨범을 내면서는 ‘god’란 이름으로 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게 좋았고/ 2집앨범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고/ 3집앨범은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 4집앨범은 ‘저희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좀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그리고 이번 5집은 많은 고민을 했어요. …… 한 가지 확실한 건 더 많은 음악을 하고 싶고 더 많은 걸 함께 느끼고 싶다는 거예요.”2002년의 끄트머리에 발매된 god의 새 음반 의 마지막 트랙에 담긴 멤버들의 메시지다. 그들이 새 음반에 담은 소망은 역시나(!)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음반발매 전 ‘선주문 70만장 기록’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고 ‘음반발매 불과 6일 만에 2002년 음반 판매순위 최고 기록 경신’이라는 얘기도 나왔다.‘한국 최고의 인기그룹’답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안겨다준 것일까. 첫 음반을 내고 데뷔했을 때 이들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설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어머님께’라는 곡의 가사와 분위기가 기존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와는 차이가 있었고 이들 뒤에 박진영이라는 재기발랄한 프로듀서가 포진하고 있긴 했지만 그리 튈 것 없는 혹은 매끈하지 않은 외모가 오히려 또래 아이돌 그룹들에 비해 튀어 보이기까지 하는 god는 데뷔 초기 그리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아이돌 그룹 중 하나였다.그랬던 그들이 모 방송사 오락프로그램의 아이 키우기 코너에서 오랫동안 보여준 친근하고 인간적 면모는 그들의 인기에 커다란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임을 부인할 수 없다. god는 멤버들의 친근한 이미지에 걸맞게 1집에서 5집에 이르기까지 초지일관 넓은 연령층을 포용하는 편안하고 낯설지 않은 음악으로 대중에게 다가왔다.흔히 ‘변신’을 신조로 생각하며 음악성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획기적이고 깜짝 놀랄 만한 변화만을 추구하여 대중에게 종종 부담이나 거부감을 주는 타입의 그룹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대중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자신들이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지점을 제대로 파악해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이러한 과정 뒤에는 프로듀서 박진영이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god의 음악은 처음 들어도 부담이나 무리 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들리며 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대 장점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면의 반대급부에는 ‘늘 비슷비슷하여 식상함’ ‘새롭고 획기적인 변화의 부재’라는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도사릴 가능성도 있지만….god의 새 음반 도 god 음악의 이전까지의 미덕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프로듀서는 역시 박진영이고, 작사든 작곡에든 그가 참여한 곡이 많지만 이번 음반은 멤버들의 참여가 좀더 눈에 띈다. 데니 안, 김태우, 손호영이 각각 한 곡씩이지만(데니 안의 경우 또 다른 곡의 작사에도 참여했다) 작사와 작곡에 참여해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를 선보였다.타이틀곡은 ‘거짓말’, ‘길’의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god 특유의 발라드 ‘편지’. 감옥에 갇힌 죄수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내용으로 구성된 가사 역시 한 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라는 기존의 기조를 잇고 있다. god의 분위기가 이러한 애절함뿐인 것은 물론 아니다.멤버들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만큼이나 씩씩한 댄스곡 ‘Report to the Dance Floor’, 익숙한 멜로디가 바로 귀에 꽂히는 미디엄 템포의 ‘0%’, 박준형 특유의 랩이 돋보이는 김태우의 야심작 ‘사랑? 사랑!’, 윤계상의 보컬과 펑키한 리듬이 돋보이는 ‘더듬고 있어’, 김태우의 기름진 보컬과 각 멤버들의 개성적인 래핑을 즐길 수 있는 ‘눈치 없는 눈물’, 아이들의 깜찍한 합창이 가미된 건전가요 ‘우리’가 흥을 돋운다.만화 - 황혼유성군일본 ‘단카이 세대’ 세련된 붓놀림으로 형상화그는 라면요리사다. 어렵던 청년시절을 낮은 포복으로 박박 기다 10년 전 라면가게를 어렵사리 장만했고, 근근이 꾸려오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장사를 끝내려고 할 무렵, 가게로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힘든 청년시절의 우상이었던, 아름답기 그지없는 대스타였다.그녀는 그후로도 그 시간을 즈음해서 이따금 가게에 들렀다. 애인인 듯한 남자와 함께 들르기도 했고, 술에 취해 작은 행패를 부리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허물어져 가는 중년의 그에게 유일한 행복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레시피로 새로운 라면을 만들고 그녀의 이름을 따 ‘나기사 라면’이라고 이름 짓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술에 대취한 그녀가 그를 유혹한다. 대스타인 그녀가 라면가게 주인을 잠자리로 끌어들인다. 다분히 알코올의 힘이었지만 그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에 전율한다.그런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둘러 그녀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경악한다. 그녀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다. 둔기를 휘둘러 변심한 애인을 살해한 것이다. 그의 결정은 뻔하다. 그는 그녀 대신 죄를 뒤집어쓴다.영어의 생활 동안 그는 그녀의 소식을 듣는다. 새로운 젊은 연인과 결혼했다는 소식.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출소 후, 그는 그만그만한 생활을 해나간다. 그녀에 대한 소식이 간간이 들려온다. 결혼에 실패한 뒤 알코올에 파묻혀 살다가 급기야 옛 기억을 모두 잊어버렸다는 비극적인 소식. 그는 그녀를 찾아간다. 멍해 있는 그녀에게 라면을 먹이자 그녀는 말한다. “나기사 라면…”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오열한다.<황혼유성군(黃昏流星群) designtimesp=23425>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하나다. 디지털시대에 웬 육자배기냐 해도 지나치지 않을 신파 이야기지만 이런 구식 스토리가 히로카네 겐시의 노련한 터치와 데생의 힘을 받으면 감동이 된다. 마흔을 넘기며 많은 사람들은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불타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히로카네 겐시는 <시마 과장 designtimesp=23428>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올해로 쉰다섯이 되는 그는 중년의 사랑, 황혼의 사랑을 그려보겠노라 마음먹었고 그것이 <황혼유성군 designtimesp=23429>이라는 작품이 되었다. 히로카네의 만화는 이른바 ‘단카이(團塊ㆍ덩어리) 세대’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2차대전 직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헐벗고 굶주리며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야 했던 세대, ‘혁명’의 깃발을 내걸고 격렬한 학생운동을 벌인 ‘전공투’(全共鬪)세대, 고도성장의 경제적 시혜를 처음으로 경험했지만 거품경제가 스러지는 아픔까지도 고스란히 맛봐야 했던 세대 ‘단카이’.격동의 시대를 열심히 살아왔지만 어느덧 중년이 되어 돌아보면 주위에는 이미 아무도 없다. 히로카네는 이 세대의 일원이자 관찰자로서, ‘단카이 세대’만의 페이소스를 세련된 붓놀림으로 형상화시키고 있으면 그것은 고스란히 감동이 되어 다가온다.김유준ㆍ에스콰이어 기자 yjkim@kayamedia.com이 주의 문화행사포에버 탱고1월3일(금)~14일(화)/월~금 오후 8시, 토ㆍ일요일 오후 3시ㆍ7시/LG아트센터/9만원, 6만5,000원, 4만5,000원12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펼치는 라틴선율과 14명의 탱고댄서들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탱고쇼. 런던과 몬트리올을 비롯해 시카고, 샌디에이고, 로스앤젤레스 등 전미 순회공연을 마친 포에버 탱고(Forever Tango)팀은 1997년 브로드웨이에 입성, 1년이 넘는 장기 공연을 마쳤다. 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은 1999년 세계 순회공연팀으로 재편성돼 그해 5월 한국에서의 첫 내한공연을 펼쳤다.국내 공연에서 강렬한 인상을 줬던 그들이 다시 찾아온 것. 아르헨티나 태생의 루이스 브라보(Luis Brovo)에 의해 제작된 포에버 탱고는 댄스 커플의 조화로운 춤과 아르헨티나 전통음악을 무대에 올린다. 2시간 남짓한 공연을 통해 탱고의 역사를 보여준다. (02-399-5888)리체데이 2003년 내한공연 = 1월16~25일 한전 아츠풀센터. ‘스노우쇼’의 슬라바 폴루닌이 창시한 러시아 마임 컴퍼니의 공연. 서커스단의 단순한 광대 몸짓을 마임의 난이도 높은 테크닉과 결합시켰다. 웃음과 감동이 있는 예술적인 경지로 승화. 전세계 3,000여회 공연을 통해 세계적 마임극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02-548-4480)박정현 콘서트 Finale - Op. 4 3rd movement = 1월25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새 앨범의 제목을 클래식의 작품번호에서 따온 로 붙인 박정현은 공연이름도 클래식용어를 차용했다. 지난해 8월의 공연 ‘Live Storm-1st Movement’가 제1악장 격이었다. 지난해 11월 제2악장 ‘Adagio - Op. 4 2nd Movement’ 공연에 이어 이번 공연이 제3악장인 셈이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방대한 스케일의 무대와 음악을 보여줄 예정. (02- 399-5888)금난새와 함께하는 2003 신년음악회 = 1월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금난새와 유라시안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클래식. 지난 1997년 ‘금난새와 함께하는 가족음악회 시리즈’가 클래식 청중의 저변확대와 클래식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시작돼 이어져 오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푸치니의 ‘라보엠’,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등을 선보일 계획. (02-751-9606)삼국지 영웅전 = 3월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명나라시대의 작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 designtimesp=23464>를 통해 널리 알려진 위, 촉, 오의 삼국시대에 관련된 전시회. 전시구성은 크게 5관으로 나뉜다. 1관은 영웅들의 등장을 알리는 ‘도원결의’, 2관은 삼국의 성립과정과 제갈량이 등장하는 ‘삼고초려’이며, 3관은 삼국의 계략과 전쟁을 선보이는 ‘적벽대전’이다. 4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삼국시대를 조명한 ‘출사표’, 5관은 삼국시대의 각종 역사적 유물로 구성된다. (02-755-7345)거기 = 2월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한국연극협회 선정 ‘2002 우수공연 베스트7’ 등의 성과를 낸 연극. 무대는 강릉 아래 동해안 작은 해수욕장이 있는 마을의 어느 작은 카페. 저녁 녘 동네 노총각들은 인생이야기를 나눈다. 이들 사이에 서울에서 이사온 사연이 있는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등장, 밤이 깊어갈수록 이들은 귀신이야기에 빠져든다. (02-762-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