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체 인젠의 오세현 컨설팅사업 본부장(39)은 업계에서 여자 카리스마로 통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녀의 훤칠한 키와 똑 부러지는 말솜씨에 사로잡히고 만다. 직원들에게도 ‘할말은 다하고 살아라’고 강조하지만 잘잘못은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 하는 성미다. 활동적인 성격 덕에 남자들의 세상처럼 비쳐지는 보안컨설팅업무도 그녀에게는 천직처럼 보인다.“일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일요일 저녁에도 다음주가 기다려질 정도니까요.”오본부장은 현재 회사에서 보안컨설팅사업본부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일어난 ‘인터넷 대란’이나 ‘ID유출’과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소홀한 보안의식을 먼저 꼬집는다.“이번 일을 계기로 개별 기업 단위에서 자사의 정보와 서비스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오본부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3학번이다. 당시만 해도 ‘공부 잘하는 여학생’은 으레 약대나 의대를 선택하기 마련. 그녀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학과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 “당시 법대를 다니던 오빠가 ‘앞으로 IT분야가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고 조언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오빠가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죠.” 그 오빠는 오세훈 한나라당 의원(변호사)이다.IT에 ‘매력’을 느낀 그녀는 대학졸업 후 결혼과 동시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11년 동안 독일에 지내면서 석ㆍ박사과정은 물론 두 아이의 엄마 노릇까지 톡톡히 해냈다. 당시 독일 생활에 대해 묻자 고개를 가로 흔든다. “고생은 말로 설명을 못하죠. 처음 한국에 오니까 누군가 ‘밥은 할 줄 아느냐’고 묻더군요. 속으로 웃었죠.”그녀가 컨설팅사업본부를 맡으면서 부서 인원도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는 7개월 만에 1년치 목표량을 초과했을 정도. 또 직원들이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아 개인역량도 업계 최고라는 게 그녀의 자랑이다.타고난 보스기질 때문인지 업무 외에도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정보보호전문업체 실무협의회 회장, 여성리더스클럽의 총무 등을 맡으며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딱히 리더십이 있다기보다 사람 자체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지난번 회사 워크숍에서도 혼자서 너무 흥에 겨워 주위 사람들이 민망해 했을 정도입니다.”직장에서는 카리스마를 자랑하지만 집에 가면 초등학생 2명을 거느린 평범한 아줌마로 돌아간다. “바쁜 회사생활에 쫓기다 가끔씩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제 생활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 역시 제가 가진 생각들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 합니다. 작은 바람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