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일하면서 경영학석사(MBA) 학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인 고민을 갖고 있었어요. 직장인이 2년을 공부에 투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었죠.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EMBA입니다.”최근 방한한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베스 베이더 이사는 경영자MBA(ExecutiveMBAㆍEMBA)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은 <파이낸셜타임스 designtimesp=23467>가 조사한 ‘2003년 세계 100대 MBA’ 부문에서 5위에 뽑혔다. 베이더 이사는 2000년 시카고대 정규(풀타임) MBA과정 부학장을 거쳐 이듬해부터 EMBA 아시아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주로 싱가포르에 머물며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EMBA과정에 지원할 학생을 선발한다.정규 MBA 부학장에 비하면 ‘한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베이드 이사의 시각은 다르다. “우리 대학원이 해외시장에 쏟는 관심은 대단합니다. 지난 9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캠퍼스를 마련한 데 이어 지난 2000년에는 싱가포르에 제3의 캠퍼스를 열었죠. 교수진도 같을뿐더러 졸업생에게는 정규 MBA와 동일한 학위를 줍니다. 차별이 없다는 뜻이죠.”일반적인 EMBA의 가장 큰 장점은 학위취득을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직장인을 배려해 퇴근 후 혹은 주말 등에 강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 코스를 밟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최고경영자를 꿈꾸는 30대 중반의 중간관리자급. 따라서 강의도 ‘전문가’보다는 ‘최고경영자’를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많은 EMBA 프로그램 중 시카고대의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것은 강의방식이 독특하다는 점 때문이다. 시카고대 프로그램은 5주마다 일주일씩 강의를 진행한다. 아시아지역을 예로 들면 강의가 없는 4주 동안은 직장에 다니다가 일주일간 싱가포르에 가서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는 식이다.처음 바르셀로나 캠퍼스에서 이 방식을 도입했을 당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겠냐는 내부의 반대도 많았다. 게다가 거의 한 달에 일주일은 자리를 비울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회사원이 몇이나 되겠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낼 만큼 결과는 좋았다.“우선 지원자 모집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한 성적도 정규 MBA 학생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습니다. 학습량도 거의 90%에 육박했습니다. 6명으로 이뤄진 스터디그룹이 강의가 없는 주에도 e메일 등으로 연락해 가며 공부를 한 덕분이죠.”싱가포르 프로그램의 정원은 84명으로 현재 한국학생은 3명이다. 올해 6월 신학기가 시작하는 터라 학생을 모집하는 일로 눈 코 뜰 새 없다는 베이더 이사는 ‘직장경력’이 합격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 요소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