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폭이 큰 요즘, 은행에서 대규모 자금을 외화로 빌린 기업체 대표이사들은 고민이 많다. 실제로 한 벤처기업의 박모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31일에 1년 후 상환하는 조건으로 300만달러를 은행에서 빌렸다.당시 원/달러 환율은 1,197원. 원화로 환산하면 35억9,100만원이었다. 그러나 2003년 2월13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02.9원으로 올랐다. 덩달아 갚아야 할 금액도 36억870만원으로 불어난 셈이다. 그는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나 북한 핵문제 등 대내외 변수로 환율변동이 더욱 심해질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외화대출을 상환할 때 발생하는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출상품이 업그레이드돼 등장했다. 2월4일부터 시행된 신한은행의 ‘환율 상ㆍ하한부 외화 대출’이 바로 그것. 신한은행이 지난해 7월 출시한 ‘체인지업 외화대출’도 환율이 오를 경우에 대비하는 상품이다. 환율이 올라 환리스크가 발생하면 외화차입자는 대출금을 원화로 바꿀 수 있었다.그러나 ‘체인지업 외화대출’을 이용한 차입자는 어느 시점에서 외화대출을 원화로 바꿀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환율은 초를 다투며 변동하기 때문에 원화로 갈아탈 순간을 정확히 판단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이런 이유로 차입자가 환율변동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도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상품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상품을 설계한 반종훈 신한은행 역삼동 기업금융지점 과장은 “만기환율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며 “원화 대비 저렴한 금리와 고객별로 맞춤화된 환율리스크 경감 등이 장점”이라고 말했다.그는 “대출을 받을 때 상환시점의 환율에 대해 상한만을 설정하거나 상하한을 동시에 설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환율의 상하한은 상품이용자와 협의한 후 설정여부와 설정범위가 선택되며 이에 따른 옵션프리미엄(수수료)이 결정된다”고 이 상품의 기본원리를 설명했다.예를 들면 대출을 받을 시점의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 상하한 폭을 ±50원으로 정한 상품이용자는 상환할 때의 환율이 1,150원에서 1,250원 사이에 있으면 상환시점의 환율을 그대로 적용받는다.이 폭을 벗어나면 최하 1,150원 최고 1,250원의 환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1,150원 밑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고객은 불리해진다. 가령 환율이 1,100원으로 떨어졌을 때 1,100원이 아닌 1,150원을 적용해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환율이 1,250원 이상 오르면 고객은 이익을 본다. 또 환율상한만 설정하면 환율하락시의 혜택은 유지할 수 있다.이런 이유로 환율의 상하한 폭을 크게 설정할수록 옵션프리미엄(수수료)은 작아진다. 상하한 폭을 크게 설정하면 상품이용자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상하한 폭을 작게 설정하면 그 범위 외의 환리스크는 은행이 맡게 된다.수수료는 당연히 오른다. 미화 대출의 경우 상한 폭을 10%로, 하한 폭을 3%로 설정하면 수수료인 옵션프리미엄은 없도록 설계됐다. 수수료를 베팅액으로 놓고 벌이는 은행과 대출자 사이의 일종의 게임인 셈이다.대출의 최소 취급액은 건당 미화 30만달러, 엔화 2억엔 이상이다. 대출기간은 1~3년, 환율 상하한 설정기간도 1~3년 이내다. 반종훈 과장은 “기존의 ‘체인지업 외화대출’과 ‘환율 상ㆍ하한부 대출’ 상품을 혼용해 가입하면 환율이 오를 경우에 대비할 수 있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환율 상·하한부 외화 대출▶최소 취급액 : 건당 미화 30만달러, 엔화 2억엔 이상▶대출 기간 : 1년 이상 최고 3년▶환율 상하한 설정기간 : 1년 이상 최고 3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