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hanmail.net살랑살랑 봄바람 부는 섬과 바닷가가 그립다. 그런 날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 강화도의 부속섬 석모도이다. 2002년 여름에는 김포시 대곶면과 강화도 길상면 초지리를 이어주는 강화초지대교도 완공돼 기존의 신강화대교와 더불어 강화도, 석모도 나들이를 한결 수월하게 해준다.아침 일찍부터 서두른다면 오전 중 석모도까지 건너갔다 오고 오후에는 강화도의 유적지를 여행하는 순서로 코스를 계획한다. 1박2일 코스일 경우라면 석모도에서 낙조까지 감상하고 1박을 한 다음 둘째 날 오전 중 느긋하게 강화도로 나온다.강화도에서 석모도행 배를 탈 수 있는 곳은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와 화도면 내리 등 두 군데. 외포리는 본디부터 석모도행 배가 출항하던 곳이라 주말이면 차량이 많이 몰리는 곳이고 내리 선수포구는 아직 덜 알려져 외포리보다 붐비지 않는 편이다.김포시 월곶면에서 신강화대교를 이용, 강화읍내로 들어갔다면 찬우물삼거리를 경유한 다음 외포리에서 배를 타는 것이 편하다. 반면 김포시 양촌면과 대곶면을 경유, 강화초지대교를 건너는 경우라면 84번 지방도를 이용해서 길상면 소재지와 화도면 소재지를 통과, 내리의 선수포구에서 배를 탄다.외포리선착장에서 타면 석모도의 석포리선착장, 내리 선수선착장에서 타면 보문선착장에 닿는다. 뱃삯과 차를 싣는 비용은 어디에서 출발하건 동일하지만 배를 타는 시간은 외포리 출발일 경우 10분, 선수포구 출발일 경우 20분이다.선수포구에서 배를 타는 시간이 더 긴데 그대신 석모도 석포리선착장에서 전득이고개를 넘어 보문선착장과 가까운 해명초등학교 입구까지의 4㎞ 거리 드라이브가 단축된다. (문의 삼보해운 032-932-6007)왕복요금은 대인 1,200원, 소인 600원이고 차량을 실을 경우 운전자 1인 포함, 왕복 1만4,000원.석모도행 카페리의 인상적인 풍경은 갈매기떼의 동행이다. 그들은 아주 정확하게 여행자들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받아먹는다. ‘겨우겨우 서커스’가 아니라 신기에 가까울 정도의 고난도 테크닉이다. 여행자들은 배표를 끊은 다음 배에 오르기 전 선착장 주변 가게에서 여러 가지 과자를 갈매기용 선물로 미리 사둔다. 갈매기들이 없다면 석모도로 가는 짧은 뱃길은 너무 허망하다.일단 석모도에 도착한 다음 가장 먼저 가볼 곳은 보문사를 들 수 있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이르는 길은 경사도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불자들이 많이 찾는 보문사는 남해군의 보리암, 양양군의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다. 한편으로는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 고찰이기도 하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금강산에서 내려온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대웅전 오른쪽의 420여개 계단을 올라가면 낙가산 중턱의 깎아지른 바윗면에 조각된 마애석불좌상을 만난다. 마애불상 위로는 거대한 눈썹바위가 튀어나와 부처님을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애석불은 높이가 32척, 폭이 11척이나 된다. 마애불의 미소를 감상하고 몸을 뒤로 돌리면 석모도 갯벌과 바다가 시원스럽게 눈앞에 전개된다.절집 구경을 마치고 민머루해수욕장이나 장구너머포구에 가서 차분하게 봄바람을 맞는 것도 유쾌한 추억거리다. 이곳에도 민박집이며 찻집들이 영업 중이라서 찬바람을 피할 수 있다.민머루에서 장구너머로 가는 길 중간, ‘바다의 마음’이라는 간판이 붙은 식당 겸 민박집(032-933-8868) 앞 도로변에 서면 부드러운 해안선을 지닌 민머루해변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또 낙조 감상 명소이기도 하다.석모도 일주도로에서 민머루해변으로 이어지는 길 한쪽은 염전지대다. 지금은 제철이 아니라서 천일염 생산 과정을 볼 수는 없고 바짝 말라붙은 염전바닥하며 쓰러져가는 소금창고가 낡은 패션잡지의 한 페이지처럼 눈앞에 펄럭인다.등산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일 경우 해명산에 올라본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듬뿍 받으며 산행을 즐길 수 있는 해명산(327m)은 산세가 아기자기해 봄철 가족산행지로 적당하다.석포리나루에서 보문사로 향하다 보면 전득이고개(일명 잔대기재)가 나온다.이곳이 해명산 산행 출발점이다. 고개에서 능선을 타고 20분쯤 오르면 해명산 정상에 닿는다. 낙가산과 상봉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안개가 엷게 낀 바다에는 자그마한 섬들이 아롱거린다.정상을 떠나 주변 바다를 보면서 낙가산으로 갈 때는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누에의 등허리 같은 능선을 오르내리길 1시간, 갑자기 사방이 탁 트이면서 삼각점 표시가 있는 낙가산 정상이 나타난다.강화도 마니산과 불음도, 주문도가 보인다. 능선에는 회백색 넓적바위인 천인대가 펼쳐져 있으며 바위 밑에는 그 유명한 보문사 눈썹바위와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낙가산에서 남쪽 길을 따라 15분 정도 내려가면 보문사에 닿는다.◆여행메모(지역번호 032) 강화군청 문화관광(930-3621). 서울 신촌정류장에서 강화행 버스가 10분 간격, 인천종합버스터미널(430-7114)에서 20분 간격으로 출발. 강화읍에서 전등사 및 외포리행 버스 15~20분 간격 운행, 강화시외버스터미널(934-3447).승용차로는 올림픽대로 → 한강제방도로 → 강화대교나 강화초지대교 또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나들목 → 48번 국도 → 김포시 → 강화대교나 강화초지대교 코스. 석모도 내 숙박시설은 보문장모텔(932-3800), 산과바다(932-3814), 춘하추동(932-3584), 토담마을(932-1020), 바다의 마음(933-8868) 등. 석모도 내에 맛집으로 보문사 입구에 낙가산식당(932-6363), 촌사랑식당(933-3835) 등이, 장구너머포구에 항구횟집(932-3635), 산호횟집(932-3669) 등이 있다.맛집 ▶솔밭식당고소한 도토리묵 ‘꿀꺽’보문사 입구에는 식당들이 많고 봄나물이며 메주, 곡식 등을 파는 난전도 매일 열린다. 여러 식당 가운데 솔밭식당은 주인아주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운영하는 식당으로 모든 음식들이 어머니 손맛처럼 깔끔하다. 강화도 별미인 인삼막걸리를 한 잔 걸치자면 도토리묵 한 접시가 안줏감으로는 최고.솔밭식당에서는 도토리묵(5,000원)에 상큼한 야채를 곁들인 다음 들기름으로 무쳐낸다. 바로 그 맛이 고향의 정취를 연상시킨다. 된장찌개(5,000원)도 냉이 등 봄나물에 조개, 호박, 두부 등을 골고루 넣어서 구수한 맛이 살아 있다.오전 7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석모도에서 하룻밤을 잔 여행자들의 아침식사 장소로도 딱 좋다. 산채비빔밥, 꽃게탕(1인당 9,000원선)도 준비되고 현재는 목포에서 올라오는 밴댕이를 이용한 회와 무침을 먹을 수 있다.석모도 주변에서 잡히는 밴댕이는 오뉴월이 제철이다. 좌석 90석, 신용카드 사용 가능. 보문사 입구 주차장 이용. (032-932-3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