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뉴미디어 강의를 들을 때마다 차세대 매체의 총아로 교과서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게 케이블TV이었죠. 기억나세요?”원재연 큐릭스 사장(40)은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은 케이블TV가 ‘구닥다리’로 취급받는지 모르겠다”며 운을 뗐다.큐릭스는 서울 도봉구, 강북구, 노원구 등 강북지역 10개구에 걸쳐 40만가구를 대상으로 케이블TV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이다. 지난해 210억원의 매출을 올린 큐릭스는 케이블TV업체로는 드물게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원사장은 ‘처음’ ‘드물게’ 등의 단어와 무척 친근하다. 고객상담 콜센터 구축이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실시처럼 케이블TV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것들이 많다. 최근 그에게 이런 수식어가 또 한 번 필요하게 됐다. 2월 중순 케이블TV업체 중 처음으로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것이다.“TV를 시청하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도 구입하고, 요금은 하나의 고지로 한번에 지불하는 시대가 이제 본격적으로 열릴 겁니다.”일단 단방향 시범서비스를 시행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TV를 통한 상거래(T-Commerce)와 같은 쌍방향 서비스 시대를 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현재의 ‘케이블TV업체’에서 하나의 전송매체에 여러 개의 데이터 채널을 제공하는 ‘광대역(Broad band) 서비스 회사’로 재정립하겠다는 것.지난 2000년부터 케이블망을 이용해 업계 최초로 시행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어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는 눈치다.“도봉지역에서는 이미 유명 초고속인터넷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큐릭스 인터넷’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서비스요금이 저렴한데다 지역밀착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 무모한 시도라고들 했지만 현재 케이블TV와 인터넷 서비스의 매출비중은 거의 반반이다.이미 상당수의 프로그램 제공업체(PP)들이 디지털신호를 담은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디지털방송의 성공가능성 역시 충분하다고 그는 전망했다. 특히 디지털방송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 있는 이용료 등 국내 케이블TV업계의 악조건도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인터넷이 한 시대를 풍미했듯이 케이블TV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매체들이 삶을 변화시키는 선봉에 서게 되겠죠. 당연히 큐릭스가 그 선두에 서게 될 겁니다. 올해 저희 회사 슬로건도 ‘Open Your Digital World’로 정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