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전문생산업체 GM인터내셔날의 윤종현 사장(51)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최근 ‘기 넥타이’라는 기능성 넥타이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바이오 물질인 ‘팔존액’을 입힌 이 제품은 혈액순환 촉진, 체질개선,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팔존액은 숙지황, 해송, 쑥, 황기 등 36가지의 천연 약재를 소재로 만들어졌다.1979년 창사 이래 꾸준한 성장을 거듭한 이 회사는 지난해 넥타이 한 품목으로만 130억원(수출 200만달러 포함)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 제작기술을 응용한 일명 ‘홀치기 넥타이’로 연간 800만달러의 대일 수출 신화를 이루던 80년대 말, 한 일본인이 같은 제품을 특허출원하는 바람에 수출길이 막혔던 것.“김천과 공주교도소의 재소자들에게 생산을 위탁했을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던 시장이 하루아침에 막혀버리니 참 막막하더군요. 그러나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부단한 제품개발과 고급화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린 윤사장은 제일모직과 납품계약을 맺으면서 신세계 등 국내의 대형백화점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의 아쿠아스쿠텀, 프랑스의 레노마, 이탈리아의 란체티 등 유럽의 명품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고급제품 생산에 주력해 1992년에는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으로 선정됐다. 현재 GM의 제품은 대부분의 백화점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고 있다.내수시장을 공략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외국의 명품브랜드는 자사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협력업체 선정에 매우 까다롭습니다. 수십년간 넥타이만 만들어온 경험과 노하우로 그들을 설득했습니다.다른 하나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다는 겁니다. 유럽에서는 내로라하는 명품브랜드들이지만 당시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쿠아스쿠텀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국 최고의 브랜드이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명품브랜드들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기 넥타이’를 출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삶의 질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단순히 예쁘고 편한 제품으로는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습니다.그런 중에 바이오벤처기업인 팔존에서 원적외선을 방사하는 신소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동의대 한의대와 체육과학연구원 등에서 이미 그 효능을 인정했더군요. 게다가 팔존은 액체상태이기 때문에 섬유에 쉽게 입힐 수 있었습니다.제품을 만드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던 셈이지요. 문제는 홍보였는데, 저희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체험마케팅을 실시했습니다. 일단 체험을 해보면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그만큼 자신이 있었습니다.매장에 에너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넥타이를 착용하기 전과 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안목과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자인 개발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있습니까.간단하게 말하면 젊은 감각, 다양한 시도, 현장과의 앞선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넥타이는 흔히 남성패션의 완성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유행과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이죠. 따라서 젊은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저희 회사에는 10여명의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들이 개발하는 디자인이 매년 2,000여 종류에 달합니다. 이중에서 40%에 해당하는 800종만이 상품화됩니다.저희는 상품화에 앞서 판매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모니터링을 실시합니다. 시장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는 직원들의 판단은 거의 정확합니다. 그들의 의견에 따라 디자인을 수정하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도 합니다.국제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GM의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아직까지 저희 회사는 중국의 도전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고급제품만을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미 중저가시장을 석권한 중국제품이 언제 고가품시장을 넘볼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우리의 임금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원가상승이 기업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매출신장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분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중국의 싼 인력과 성장속도를 감안하면 품질향상 없는 매출신장은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저희는 매출신장보다 최고급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10% 안팎의 작지만 알찬 성장을 해오고 있습니다.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입니까.해외 시장 진출과 제품의 고급화입니다. 일본진출은 이미 현실화 단계입니다. 2월 중에 일본의 한 기업과 ‘기 넥타이’ 특허계약을 맺을 계획입니다. 중국진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약 3,000만명에 달하는 부유층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저희의 시장이 될 것입니다. 현재는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를 물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해외진출을 위해서 제품의 고급화는 필수적입니다. 기능성 넥타이 개발도 제품 고급화의 일환입니다. 앞으로도 디자인 개발은 물론 고기능성 제품을 꾸준히 출시할 생각입니다.GM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제 경영철학은 작아도 내실 있는 기업입니다. 생산품목을 무리하게 늘릴 생각은 없습니다. 당분간 넥타이만 생산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포체’를 위시한 자체 브랜드를 세계 명품브랜드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