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 전세가 차액 좁혀져 실수요에 유리, 미분양 고를 때는 현장답사 '필수'

‘한푼 두푼 모아서 아파트 사긴 틀렸다.’직장생활하며 매달 나오는 봉급으로 살아가는 소시민이라면, 지난해 가격이 무섭게 오르는 아파트 시장을 보고 한 번쯤 읊조렸을 말이다. 아무리 착실하게 저축을 한다 하더라도 24평 아파트가 한 해에 5,000만씩 오르는 상황에서는 내집마련 꿈은 그야말로 ‘꿈’일 뿐이기 때문이다.지난 연말을 고비로 아파트값은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눈에 띌 정도로 가격하락세가 뚜렷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실수요자에게는 높기만 한 가격대인데다 신규 분양아파트의 분양가는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기존 아파트를 목돈 들여 사거나 인기지역의 신규 분양아파트에 당첨되는 것은 아무래도 역부족인 셈이다.매매가 하향안정, 전세가 비중 상향조정그러나 최근의 하향안정세를 틈타 보다 실속 있는 방법으로 내집마련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저렴한 투자비로 집을 장만하거나 요즘 들어 늘고 있는 미분양아파트를 노리는 것.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집값 상승세를 따라잡기 역부족인 자금 상태라면 조금이라도 적은 비용으로 내집마련하는 비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세가 비중이 높은 아파트를 공략하면 실거주, 투자 목적 모두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전세가 비중이 높은 아파트란 총매매가에서 전세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아파트를 말한다.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안고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다.실거주 목적이라면 세입자의 남은 전세계약 기간에 보증금을 조달해 계약이 끝난 후 입주하면 된다. 또 투자 목적이라면 세입자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매가 상승추이를 봐 적당한 시기에 매도,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전세가 비중이 높은 소형아파트만 골라 아파트 한 채 가격으로 여러 채를 매입, 임대사업을 하는 것도 좋은 재테크 전략 가운데 하나다.부동산114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아파트 시장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지역별로 전세가 비중이 점차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올 봄 들어 매매 시장은 약보합세를, 전세는 수요증가로 매물부족 현상을 보이면서 전세가 비중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다.서울지역에서 전세가 비중이 높은 지역은 서대문(64.7%), 도봉(64.5%), 노원(64.4%), 종로(63.9%), 중랑(63.6%), 은평(63.5%), 성북(61.4%) 등 강북ㆍ강서권 외곽지역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대문구 21~25평형(71.4%), 종로구 25~30평형(68.5%) 등 21~30평형 아파트의 전세 비중이 평균보다 4~5% 높다.반면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용산 등 강남권과 도심권은 서울 전체 전세가 비중 평균값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폭등세를 보인 재건축아파트가 몰려 있고 전통적으로 매매가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수요도 적어 전세가 비중이 낮은 선이다.종합하면, 전세가 비중이 높은 아파트를 매입하기 적당한 지역으로는 비강남권, 외곽지역 아파트 밀집지가 적당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향후 투자가치를 고려하면 대단지아파트 밀집지역의 새 아파트, 지하철 역세권이거나 역세권 예정지역, 뉴타운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등을 살피는 게 낫다. 또 임대사업을 계획한다면 해당지역의 세입자 비율, 과거의 임대매물 수급상황 등을 알아보는 것이 안전하다.전세가 비중이 70% 이상인 아파트 중에서 500가구 이상, 97년 이후 입주한 새 아파트를 선별한 결과, 영등포구 영등포동 경남아파트 25평형이 전세가 비중 80%로 조건이 가장 좋은 아파트로 나타났다. 평균 매매가가 1억7,500만원인 가운데 평균 전세가는 1억4,000만원으로 차액이 3,500만원에 불과하다. 9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이며 600가구 규모다.1,000가구 이상 대단지 중에서는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 25평(70.45%), 구로구 구로동 두산 20평(75%), 노원구 월계동 현대 25평(71.88%), 동대문구 답십리동 두산 25평(71.43%), 전농동 SK 24평(73.33%), 제기동 한신 25평(71.43%),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원현대3지구 25평(72.5%) 등이 꼽힌다.미분양 증가세 ‘옥석 골라라’건설교통부가 지난 3월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2만6,551가구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6.5%가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째 이어지는 증가세이며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물량이다. 미분양이 남아 있을 겨를도 없이 분양 경기가 활황이던 지난해와는 딴판인 현상이다.특히 일부지역 아파트는 당첨이 됐어도 계약일에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하향안정세를 보이면서 투자에 불안을 느끼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그러나 실수요자라면 이때를 투자타이밍으로 삼아볼 만하다. 입주 후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장기투자자에게도 좋은 기회다. 수도권 미분양아파트 중에는 계약금 비중을 낮추거나 중도금 일부를 무이자 지원하는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도 있어 잘 고르면 뜻밖에 ‘옥석’이 될 수도 있다.단 미분양아파트 투자시에는 반드시 현장을 답사, 입지여건과 남아 있는 세대의 동, 층, 향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변 시세와 비교, 분양가가 높지 않은지 확인하는 절차도 필수. ‘미분양된 아파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에서는 불문율로 통한다.서울지역 미분양아파트 가운데 눈여겨 볼 만한 곳은 동작구 사당동 성동진흥아리엘 32평형, 양천구 신월동 대성유니드 32평형 등. 140가구 규모의 성동진흥아리엘은 재건축아파트로, 7호선 남성역과 2ㆍ4호선 사당역을 이용할 수 있다.평당 분양가는 809만원 선이며 사당동 아파트 평균시세와 비교하면 평당 60만원 정도 낮은 수준이다. 대성유니드의 경우는 평당 분양가가 666만원으로 신월동 내 아파트 평균가격과 비교하면 높은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