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은 물론 결혼, 크리스마스 등 즐거운 날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바로 ‘케이크’. 그만큼 수요도 많고 공급도 많은 것이 케이크 시장이다.요즘 일본의 케이크 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어들었다. 재료의 고급화를 통한 ‘맛’ 강조 시대에서 장식효과를 최대한 살린 ‘멋’ 강조로 옮아가는 듯하더니 최근에는 개성을 한껏 살린 ‘맞춤형 케이크 시대’가 열렸다. 맛과 예쁜 모양은 기본이다.이 맞춤형 케이크는 인기 만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는 게 주종을 이룬다. 일본의 어린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앙팡맨(한국에는 ‘호빵맨’으로 소개)의 얼굴이 전면에 장식된 케이크에서부터, 애니메이션 포켓몬의 주인공 ‘피카추’가 토핑돼 있는 케이크, 귀여운 고양이 키티 케이크, 동글동글한 도라에몽 케이크 등 구색도 가지가지다. 마치 케이크가 인기 캐릭터 완구의 하나로 느껴질 정도다.외국인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이국적인 도시 고베에 위치한 맞춤형 케이크 전문점 ‘시소’(See-Saw)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등장시킨 케이크로 인기가 높다.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들까지 이 케이크에 관심이 대단하다. 특히 자녀의 생일이나 가족행사에 특별한 케이크를 준비하고 싶은 주부의 마음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효했다.이곳에서 공을 들이는 케이크는 피카추, 키티 등 인기 캐릭터로 장식된 케이크를 비롯, 일본의 쾌속열차인 신간센을 소재로 한 케이크, 또 할로윈데이를 겨냥한 펌프킨(호박) 파이 등이다. 지름 15~18㎝의 케이크는 2,500엔에서 3,300엔선.또 교토시의 제과점 ‘쓰카사’에서는 구입한 빵이나 케이크를 포장하는 동안 기다리는 손님에게 카운터에 놓여진 파일을 보여준다. 이 파일은 각종 캐릭터가 장식된 맞춤형 케이크의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우연히 이곳에 들른 사람도 파일을 보는 순간 ‘다음 우리 아이 생일에는…’ 하고 계획을 짜게 만든다. 또 생일에 맞춤 케이크를 주문한 고객을 위해 가게 앞의 조그만 게시판에 생일축하 케이크 그림과 함께 “○○군(양),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를 게시한다. 고객을 유인, 감동시키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가득한 셈이다.야마가타현에 위치한 일본 전통과자 전문점 ‘사토쿠 기타야’도 이런 시류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인기 캐릭터인 울트라맨, 키티, 하무타로(햄스터 캐릭터) 등으로 토핑한 일본 전통 화과자가 주요품목.‘케이크는 양과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는 게 이 가게의 모토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화과자를 나이든 어른들의 전유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가게는 인기 캐릭터로 과자 표면을 장식해 젊은층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가격은 4,000엔으로 약간 비싼 편.케이크와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연계한 ‘깜찍한 상술’이 탄생시킨 맞춤형 케이크 시장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녀수 감소 추세에 따라 한 자녀만 두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기대수준도 높아진다는 게 중요한 요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려는 부모가 늘어날수록 맞춤형 케이크 시장도 안정적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