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아파트 발코니 창을 열면 녹음방초가 우거진 산이 눈에 들어온다. 눈을 내려 아파트단지 밑을 보면 실개천이 흐르고 정자못공원의 분수대가 시원한 물을 뿜는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1.5㎞에 이르는 단지 내 산책로를 한바퀴 돈다.이어 산책로와 이어진 단지 옆 근린공원에서 가벼운 체조로 아침을 산뜻하게 출발한다.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D아파트에 사는 K씨의 아침 일과다.다음은 용인 죽전에 L아파트를 분양받은 P씨가 전하는 말.“아파트 앞에 펼쳐진 푸르디푸른 골프장 잔디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이 상상만 해도 즐겁다. 입주일이 기다려진다. 서울의 공해에서 벗어나 녹색공간을 보며 살고 싶다.”아파트 시장에서 산, 공원, 골프장 등 녹색환경을 보거나 즐기는 값이 치솟고 있다.이른바 ‘녹색 프리미엄’이다. 산이나 공원 등 녹색환경을 보고 그 안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그린 조망 아파트’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시장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녹색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다.보는 값이 올라가는 까닭조망이 아파트값을 결정하는 주요변수로 등장한 지는 오래다. 사람의 오감 중에 가장 자극적이고 탐욕이 많은 것이 눈이다. 이러한 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조망이다. 조망에 따라 아파트값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수급상황도 조망이 좋은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는 큰 요인이다. 조망 아파트는 같은 단지 내에서도 많지 않다. 매물도 적다. 한강변 아파트의 고층가구의 경우 1년에 고작 1~2개 정도의 매물이 나온다.물건이 없고 사려는 이들은 많으니 파는 사람이 부르는 것이 시세가 된다. 그래서 같은 단지 안에서도 조망여부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물량부족에 따라 간혹 호가거품이 형성되는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로열층의 기준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15층 규모의 아파트라면 8~12층이 로열층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조망확보가 로열층의 기준이다. 개방감 있는 최상층이 새로운 로열층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조망 프리미엄의 원조는 강이다. 그중에서도 한강을 보는 값은 매우 비싸다. 하지만 요즘에는 강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것이 산과 공원, 골프장 조망이다.그렇다면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라면 가격차가 얼마나 날까. 아파트를 분양할 때 1, 2층과 상층부간의 분양가 차는 크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최근 서울 소재 아파트 2,257가구를 대상으로 동ㆍ호수별 가격차를 조사한 결과 평당 상한가는 평균 1,043만원, 하한가는 932만원으로 같은 평형에서도 조망에 따라 평당 111만원의 차이가 났다.동일 평형의 가격차는 한강 및 남산 조망 아파트에서 가장 컸다.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가 대표적인 경우다.왜 녹색 프리미엄 아파트인가그린 조망 아파트는 한강을 볼 수 있는 아파트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강을 본다는 것은 사람의 오감 중 시각을 자극하는 것이다. 보는 것 이외의 실제 주거만족도는 크지 않다.하지만 녹색 아파트는 다르다. 덤이 몇 가지 있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 동화돼 녹색환경을 만끽할 수 있다. 산책로를 거닐고 공원에서 운동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보는 즐거움을 넘어 건강에 직접 도움을 주는 것이다.또 한 가지는 수급상황이다. 한강 조망 아파트는 신규공급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강변에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부족하다. 재건축대상 아파트가 있기는 하나 수변구역 등의 건축규제에 묶이거나 용적률 제한 등으로 새아파트로 거듭나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린다. 이 때문에 갈수록 한강 조망 아파트 등 수변 단지보다 산과 공원을 끼고 있는 아파트가 되레 실속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그린 조망이 블루(강) 조망보다 가치 있다한강과 남산 중 아파트 조망에 따른 프리미엄은 어느 쪽이 높을까. 서울에서 드물게 한강과 남산을 함께 볼 수 있는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을 보자.40개동 5,150가구로 이뤄진 남산타운은 남산 조망 아파트값이 한강 조망 아파트값보다 최고 1억원 가량 비싸다. 특히 3ㆍ4ㆍ5동은 남산 조망은 물론 전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초특급 동으로 꼽히며 부르는 게 값이다. 매물도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남산의 전경이 병풍처럼 펼쳐진 42평형 일부는 7억원이 넘는 가격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같은 동 1층은 4억7,000만원이다. 남산 조망 여부에 따라 무려 2억8,000만원의 차이가 난다. 32평형이 주류인 4동 로열층은 5억2,000만원까지 부른다.남산타운에서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동은 8ㆍ13ㆍ15ㆍ21ㆍ23ㆍ24동 등 6개 동이다. 이 가운데 42평형인 15동 15~17층은 평균 6억5,000만원 선이다. 같은 동 1층보다 2억원 이상 비싸지만 같은 평형의 남산 조망 가구보다는 1억원 안팎이 낮다.2000년 6월 입주 때부터 이곳에서 중개업소를 하는 L씨의 말. “입주 당시에는 지하철 약수역과 버티고개역을 이용할 수 있는 동과 남산과 한강을 볼 수 있는 동의 선호도가 비슷했다. 하지만 조망을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동간, 층간 가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골프장을 끼고 있는 아파트도 그린 조망에 따라 시세차가 크다.용인 죽전의 LG빌리지그린카운티 59평형 분양권은 골프장(한성컨츄리클럽)이 가까워 조망 여부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골프장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동의 호수는 1억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동은 분양가 수준에 머물고 있다.유망 아파트는 어디에서울동시분양 등 새아파트 분양 때마다 그린 조망 확보 여부를 따진 뒤 청약전략을 세우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할 아파트 가운데 산, 공원 등 녹색환경을 맛볼 수 있는 아파트는 12개 단지 2,260가구로 추산된다.서울 도심 대단지 중에는 오는 5월 초 공급될 강남구 도곡주공1차 재건축아파트가 눈길을 끈다. 인근에 도곡공원을 끼고 있어 공원 조망과 산책 등이 가능하다. 현대ㆍLGㆍ쌍용건설이 짓는 3,002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다.4월 초 청약에 들어가는 서울지역 3차 동시분양에 나올 단지 중에서는 서초구 방배동 이수브라운스톤과 중랑구 신내동 우남푸르미아가 그린 조망권을 갖췄다. 다만 소규모 단지라는 것이 흠이다. 이수브라운스톤은 서리풀공원과 가깝다. 우남푸르미아(153가구)는 봉화산을 볼 수 있다.5월 초 선보일 단지 가운데 성북구 정릉동 대우푸르지오와 서대문구 홍제동 이수브라운스톤도 산 조망권을 갖춘 단지다. 정릉 대우푸르지오는 북한산을 볼 수 있고 홍제동 이수는 인왕산을 바라볼 수 있다.올해 하반기에 분양할 성동구 성수동 두산위브, 성동구 금호동 대우푸르지오, 금호동 삼호,은평구 응암동 대우푸르지오, 은평구 불광동 현대홈타운 등도 산 조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