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부딪히지 않는 독자 브랜드로 자리를 잡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거죠. 사실 눈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뛰어와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간지도 모르겠어요.”전학구 가람정보시스템 사장(49)은 13년째 숙박업소의 객실관리 자동화시스템에 매달리고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창업을 결심한 80년대 후반, 그는 대기업이 진출하기 힘든 틈새를 찾는 게 첫번째 성공요소라고 판단했다.“금융온라인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할 때 일본에 출장 가서 큰 충격을 받았죠. 작은 규모의 호텔이었는데도 문을 열고 키를 꽂는 순간부터 객실관리가 자동으로 진행되더군요. 업무자동화 프로그램이 전무했던 당시 국내 실정과는 많이 달랐죠.”‘이거다’ 싶었던 전사장은 90년에 바로 객실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키체커’(Key Checker)라고 이름 붙인 이 시스템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객실과 프런트를 연결해 관리자가 전체 객실상황을 모니터상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직원들 역시 고객의 입ㆍ퇴실과 청소상황 등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통합 리모컨을 이용해 객실의 TV, 에어컨, 전등 등 전자제품을 제어하는 이점이 있다.키체커는 기업경영 개념이 확고하게 자리잡기 어려운 중소규모 숙박업소에 경영합리화와 인력절감, 에너지 절약의 효과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게 전사장의 자랑 섞인 설명이다.“수도권에서는 시장점유율이 이미 70% 정도입니다. 숙박업소를 상대로 한 사업이다 보니 ‘입소문 마케팅’의 덕을 확실히 보고 있어요.”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데도 투숙객의 소문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말 그는 대구의 한 정형외과 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키체커가 설치된 숙박업소를 이용한 병원장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보고 그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장애인시설에 리모컨을 이용한 제어시스템을 설치하기도 했다. 특히 전등을 리모컨으로 켜고 끌 수 있다는 점이 병원이나 장애인시설 관계자들이 높이 평가하는 키체커의 특징이다.“이제부터 숟가락 하나씩만 더 얹으면 되는 셈이죠. 키체커 브랜드가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 실버 관련 사업, 병원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갈 수 있거든요.” 전사장은 중소규모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데서 더 나아가 내년에 오픈하는 ‘W호텔’에도 객실관리시스템 제안서를 제출해 둔 상태다. 또 PDA를 이용해 외부에서 객실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10년 넘게 한 가지 일에 매달리다 보니 개인적인 목표는 상실한 지 오래”라는 전사장은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게 바로 회사의 목표이자 개인적인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