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거리면서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이라크전쟁 때는 집값이 내릴까봐 잔뜩 움츠렸던 시장이 몇 주 사이에 분위기가 들뜨고 있는 것. 일반인들은 여전히 뉴스나 재료에 뒷북을 치며 흥분하거나 조급해 한다. 투자한 이들은 지난해의 급등을 돌이키며 흥분하고 매입시기를 기다렸던 이들은 조바심을 낸다.그러나 올해 주택시장, 특히 재건축 투자 환경은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급등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환상보다 냉정히 시장 주변을 둘러볼 때다. 무엇보다 재건축과 관련한 법규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시행되면 재건축 시장은 일대 변혁을 맞게 된다.최근 일부 재건축아파트값이 재반등하고 있는 것도 이에 앞서 서둘러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차분히 옥석을 구별하지 않으면 7월 이후에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재건축에 돈이 몰린 까닭은재건축아파트는 실제 살기에는 주거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20평형 재건축아파트 소유자의 60~80%는 외지인이다. 대부분 투자목적으로 재건축아파트를 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파트를 재건축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왜 값이 크게 오르는 것일까.5층 아파트를 20층짜리 고층아파트로 다시 짓는다고 가정하자. 평형이 같다면 가구수가 네 배로 늘어난다. 평형을 키우더라도 기존 주민들 몫을 빼고 일반분양분(청약통장 가입자들에게 분양하는 몫)이 남는다.또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 분양가는 과거의 낡은 아파트보다 훨씬 높다. 새 아파트 가격이 낡은 아파트보다 1.5배만 높다고 해도 전체 아파트의 총가격은 6배(4×1.5=6)로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이익은 건설사와 조합원들이 나눠 갖는다.건설사는 공사비라는 형태로 새 아파트를 판 분양대금에서 이익을 얻는다. 주민들은 각자가 가진 땅의 넓이(대지지분)에 따라 6배 늘어난 이익금을 나눈다. 이때 지분이 높으면 이익금 배분이 많고 지분이 낮으면 적다.재건축시장 변화 초읽기지난해는 재건축 깃발만 꽂아도 값이 올랐다. 이 때문에 너도나도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갈 곳 없던 시중자금은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재건축아파트값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금리라는 여건은 같지만 지난해와 절대적인 가격수준이 다르다.지난해 웬만한 재건축단지는 가격이 최소30%에서 최대 100%까지 올랐다. 재건축을 투자 측면에서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투자수익률이 크게 떨어진다.예컨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3단지 16평형의 경우 1년 6개월 전에 비해 매매호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 시공사를 선정하기 직전인 2001년 10월에 3억원 하던 16평형은 현재 6억원을 넘어섰다. 세금과 거래비용 등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수익률은 100%다.그러나 올해 이 아파트를 6억원에 구입해서 1억원이 추가로 오른다 해도 수익률은 15%에 머무른다. 또 구입비용이 크기 때문에 중개수수료, 취득세와 등록세 등의 거래비용이 훨씬 늘어나 실제 수익률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게다가 현재의 대지지분이나 향후 예상분양가, 재건축 추진기간 등을 감안할 경우 이 같은 상승폭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따라서 투자매력은 떨어지고 수익보다 실입주자들에게 매수세를 기대해야 한다. 하지만 실입주자들이 현 시세에 재건축아파트를 지속적으로 사들인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입주시기가 5~7년 후로 너무 멀기 때문이다.7월이 기점이다최근 재건축아파트값이 다시 꿈틀거리는 것은 7월 시행되는 도정법 때문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재건축이 까다로워진다. 재건축을 못하는 단지도 속출할 것이다. 한다 해도 지금보다 사업기간이 2~5년씩 더 걸리게 된다. 재건축 요건이 대폭 강화되면 재건축시장도 일부 상품을 중심으로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상승만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그동안 재건축투자의 관건은 대지지분이었다. 즉 조합원들이 땅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에 따라 재건축단지의 가치평가(Valuation)가 이뤄졌다. 그러나 앞으로 이것만으로는 투자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사업 추진속도와 기간, 투명성이 중요한 잣대가 됐다.재건축아파트 투자를 원한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값이 크게 올랐어도 사업추진이 확실한, 건축심의 및 사업승인을 전후한 단지를 고르는 것이 그 하나다. 아니면 값이 덜 오른 곳 중에 조합설립인가와 안전진단 단계 정도는 통과한 단지를 선택해야 한다.투자방식 차별화 필요앞으로 재건축에 투자하려면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도정법에 따라 300가구 이상이나 1만㎡ 이상의 단지는 반드시 재개발처럼 정비구역을 지정해야 한다.특히 아파트지구나 지구단위계획지구는 정비구역을 지정해야만 재건축을 위해 기본계획을 바꿀 수 있다. 이 과정만 2~3년은 족히 걸릴 전망이다. 기본계획 변경도 1~2년은 소요된다. 재건축을 하더라도 지금보다 3~4년은 더 걸리는 셈이다.안전진단도 까다로워진다. 안전진단 통과 문제를 시ㆍ도지사가 사전에 평가한다. 결국 재건축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다.따라서 재건축에 투자하려면 자신의 목적과 투자기간에 따라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먼저 단기시세차익을 위해 투자하는 경우다. 앞으로는 소문만으로 값이 오르기 어렵기 때문에 확실한 단지를 선택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돈이 오랫동안 묶일 수 있다. 자금을 빨리 회수해야 한다면 사업승인이 막 떨어진 단지가 무난하다. 이런 단지는 값이 상당폭 올라 있다. 하지만 사업추진이 확실하므로 이익은 적더라도 돈이 묶일 우려는 낮다.다음은 장기투자자다. 오랫동안 자금을 묻어둘 수 있다면 사업추진은 늦더라도 대지지분이 크고 입지여건이 좋은 곳이 유리하다. 이런 단지는 오래 기다릴 수만 있다면 결국은 제 가치를 찾는다.저밀도지구와 5층 이하의 저층아파트와 연립주택단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만 건물상태 등을 고려해 안전진단을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단지는 피해야 한다. 한 단지에 조합이 여러 개 구성돼 있는 곳도 적합하지 않다.실입주자는 관리처분 직후나 일반분양 직전에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리처분은 조합원들에 대한 평형배정과 추가부담금을 결정하는 시기다. 이때 해당 아파트의 투자가치와 비용 등이 대부분 드러난다.예전에는 사업승인이 나면 재건축은 안정궤도에 오르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요즘은 조합원들의 이해가 다양해지면서 사업승인 이후에도 추가부담금이나 철거비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져 착공 및 일반분양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4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게다가 7월에 바뀐 법이 시행되면 관리처분단계도 녹록지 않다.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가과정에서 주민공람과 공고, 의견수렴을 거쳐야 하는데, 차질이 빚어지면 사업기간은 연장될 수밖에 없다. 결국 내집마련 수요자는 비용을 좀더 지불하더라도 관리처분이 난 후나 일반분양 전에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이밖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고수익을 좇겠다면 안전진단을 신청했거나 조합설립인가를 통과한 단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아직 값이 덜 올라 구입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방식은 갈수록 성공확률이 낮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