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약국에 들어서면 비누에서부터 샴푸, 로션 등 아토피성 피부와 관련된 제품들이 즐비하다. ‘선진국 병’이라고도 불리는 아토피성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한국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이런 현실에 착안, 알레르기 체질의 어린이만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유치원 가운데 하나인 교토시 우쿄구에 위치한 무소(夢窓)유치원은 ‘자연식’을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다.다른 많은 유치원들이 출산율 저조로 신입원아 모집에 애를 먹는 것과 달리 이 유치원은 올해 정원을 늘릴 정도로 인기다. 주변에서 질투심을 느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이곳의 특징은 원아들에게 무농약 혹은 저농약 야채로 조리한 반찬과 현미밥을 점심식사로 제공한다는 것.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육류나 생선, 계란 등은 식단에서 찾아볼 수 없다. 피부 때문에 곤란을 겪는 어린이들을 철저하게 배려한 것이다.수시로 제공하는 간식 또한 밀가루가 아닌 현미로 만든 과자가 주류를 이룬다. 또 목재를 사용해 자연친화적으로 지은 유치원 건물에는 에어컨이 없다. 찬바람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반드시 식사를 다 마친 후에 따뜻한 물을 먹도록 하는 점도 특이하다.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6살 난 한 어린이의 경우 만 1세 전후부터 심한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해 왔다. 워낙 증상이 심한지라 부모는 잡곡밥과 야채 중심의 식생활을 철저히 지켜왔다.하지만 유치원 입원을 앞두고 부모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식생활 통제에 조금만 소홀해져도 금방 증상이 악화되는 아이를 보통 유치원에 보낼 수 없었어요. 치료는커녕 증상이 악화될 게 뻔했죠. 그러던 차에 친구로부터 무소유치원 얘기를 듣고 몇차례 상담한 결과 ‘안전’하다고 믿게 됐어요.” 어린이 엄마의 이야기다.아이의 아토피성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유치원 근처로 이사까지 하게 된 경우도 있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다른 어린이는 어려서부터 심한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해 오다 이 유치원에 다니기 위해 5년 전 유치원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3년간 유치원 생활을 통해 어린이의 건강은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한다.무농약 식사 제공이 유치원은 원생과 가족들을 위해 급식 후 남은 현미밥이나 야채밥 등을 도시락에 넣어 판매하기도 한다. 또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되는 현미과자를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제휴를 맺고 있는 유기농 농장에서 무를 구입해 유치원 마당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물로 씻고 다듬는 작업은 이제 유명한 연중행사가 됐다. 이 무로 쓰케모노(일본식 장아찌)를 만들어 유치원 급식시간에 제공한다.유기농 고구마 농장에 농사체험을 하러 가는 등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돋보인다.물론 일본의 많은 유치원에서는 우유나 계란 등 특정 식품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동에 대해서는 사전 상담을 통해 대체식품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조리된 반찬에 들어있는 일부 재료를 몇몇 아이만을 위해 빼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때문에 식사와 생활, 교육 전반에 자연친화적 프로그램을 도입한 무소유치원의 방침이 주목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한 것이다.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알레르기성 질환이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도 이런 특화된 서비스가 각광받을 전망이다. 일본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아주 특별한’ 유치원은 이래저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