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한창 허영만의 <고독한 기타맨 designtimesp=23712>과 이현세의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 designtimesp=23713>, 그리고 <드래곤볼 designtimesp=23714> 해적판에 열광하고 있던 무렵 일본을 다녀온 친구에게 만화 한 질을 건네받았다. 당시 열심이던 일본어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안겨준 선물이었다. 제목은 <겨울 이야기 designtimesp=23715>. 작가는 하라 히데노리. 그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줄거리는 대수로울 게 없었다. 이상한 것은 잘난 것 하나 없는 재수생의 변변찮은 사랑이야기가 묘하게 마음에 와닿았다는 사실이다.돌이켜 생각하면 주인공의 심리를 집요할 정도로 치밀하게 뒤쫓은 작가의 노력과 역량 덕분인 듯하지만 어쨌거나 그때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이 소슬한 느낌이 무엇 때문일까 하면서 말이다.우리나라의 만화가게 책장에서 하라 히데노리의 다른 작품을 만난 것은 그후 한참이 지나서였다. 인쇄 상태가 조악한 해적판이었는데 <마지막 승부 designtimesp=23722>라는 제목이었다(나중에 <그래, 하자! designtimesp=23723>라는 제목의 정식 번역판이 출간됐다).주인공은 야구실력이 변변찮아 허구한 날 게임에서 지기만 하는 야구부원들. 잘난 것 없는 학생들이 주인공인 것은 <겨울 이야기 designtimesp=23730>나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줄거리는 좀 뜻밖이었다.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야구부원들이 천재적인 감독과의 만남을 계기로 노력한 끝에 실력이 일취월장, 급기야 전국 정상급의 실력을 갖추게 되고 일본 최대의 고교야구대회인 갑자원에 출전, 최강팀과 자웅을 겨룬다는 줄거리였다.현실과 맞닿아 있던 전편과 달리 <마지막 승부 designtimesp=23735>는 일본의 일반적인 스포츠만화가 으레 그러하듯 무협소설의 드라마투르기와 여러 면에서 닮아 있었던 셈이다. 어찌됐건 <마지막 승부 designtimesp=23736>는 흥미진진하기 짝이 없었다.하라 히데노리가 발표한 또 하나의 걸작은 <내 집으로 와요 designtimesp=23739>라는 작품이다. <마지막 승부 designtimesp=23740>가 전편이 21권인 대작인 데 비해 <내 집으로 와요 designtimesp=23741>는 <겨울 이야기 designtimesp=23742>처럼 7권으로 끝을 맺는 소품이다. 사진을 공부하는 한 학생과 피아니스트와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늘 그러하듯 등장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심리묘사는 철저하고 세밀하며 그래서 매력적이다.그밖에 <썸데이 designtimesp=23745>(전 8권), <언제나 꿈을 designtimesp=23746>(전 6권) 등 소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그린 하라 히데노리의 작품들은 보석처럼 빛난다.최근작인 <청공 designtimesp=23749>의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설정이 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사회 낙오자들의 심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하라 히데노리의 작품들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이 주의 문화행사오페라 투란도트4월24~27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R석 10만원, STJR 7만원, A석 5만원, B석 2만원푸치니의 최후이자 최대의 작품으로 독창성과 다채로운 음악어법을 자랑하는 오페라 <투란도트 designtimesp=23767>. 국립오페라단은 정기공연 무대 대신 봄, 가을 시즌으로 여는 첫번째 공연으로 오페라 <투란도트 designtimesp=23768>를 선택했다.주인공 ‘투란도트 공주’는 자기에게 구혼하는 젊은이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 풀지 못하면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류’의 모습과 자신을 열렬히 사랑해 죽음을 무릅쓰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에게 감동돼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연다.피터와늑대 & 이야기발레 = 5월3일부터 10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발레극 ‘피터와 늑대’, 유명 발레 하이라이트 공연이 있는 ‘이야기발레’가 1ㆍ2부로 나뉘어 공연된다.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작품. (02-7604-639)우동 한 그릇 = 6월1일까지 김동수플레이하우스. ‘북해정’이라는 작은 우동집은 해마다 12월 마지막날이 되면 손님들로 붐빈다. 그곳에 남루한 차림의 세 모자가 들어와서 단 한 그릇의 우동으로 배를 채우고 간다. 해를 이어 계속되는 ‘북해정’의 섣달그믐을 잔잔하게 그린 연극. (02-766-2124)길정본 공예전 = 4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의 나전공예를 알리고 있는 길정본씨의 신작발표전. 30여년간 나전공예에 몸담아온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