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씨(가명·58)는 독신이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재무계획 없이 아주 편하게 금융거래를 해 왔다. 본인의 투자성향은 고려하지 않고 금융기관 직원들이 추천하는 대로 믿고 받아들여 움직인 것.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요즘 보기 드문 털털한 고객이었다.현재 이씨는 시가 6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10억원 정도의 금융자산를 가지고 있다.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처음에는 은행상품으로만 운영했다. 오래전부터 해 온 대로 적금과 정기예금, 신탁상품만을 고집스럽게 번갈아가며 예금을 하는 지극히 보수적인 안정형 투자자였다.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이씨도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도 새로운 투자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게 됐다.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99년 이씨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던 재개발아파트를 2억원에 팔았다. 이 여윳돈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주위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당시 주식형 수익증권이 은행금리보다 초과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선뜻 가입했다.그러나 이씨는 주식에 관한 한 너무나 문외한이었다. 평소 주식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초과 수익에 대한 기대감과 주위의 권유로 투자한 것. 그때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씨는 거의 4년이 지난 지금도 원금만 회복되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이씨는 자산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을 놓쳤던 것이다. 모든 투자의 기초는 본인이 어떠한 투자성향인지를 기본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최적의 투자선택은 우선 개인의 성향에 맞아야 한다.자신의 투자 성향을 정확히 판단해야 하며 위험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해야 한다. 투자자산을 결정하면 그 자산의 투자위험을 파악하고 이 투자로 인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와 위험감수 수준을 파악한 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이씨의 투자성향은 일임형이면서 보수형이다. 금융자산에 관해서는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막연하게 믿고 맡겨왔다. 요즘과 같이 격변하는 경제상황과 위험이 도처에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는 스스로의 위험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처음 주식형 수익증권에 투자했을 때도 주식투자 위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투자했다면 같은 결과이어도 심리적인 상실감이 덜 했을 것이다. 잘못된 투자였다면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찾겠지 하며 무작정 원금만을 바라보며 기다리기보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목표수익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특히 주식의 경우는 변동성이 매우 크므로 반드시 적정 목표수익률을 정해 이를 달성한 경우에는 미련 없이 처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투자 후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투자성과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또 투자의 목표수익률을 재평가해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목표를 수정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정기예금도 전혀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금리로 마이너스 금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나은 기대수익률을 얻기 위해 자칫 고위험, 저수익 방향으로 잘못 투자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투자한 곳에는 어떠한 위험들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그렇다고 ‘위험’을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위험은 곧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인이 감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때로는 위험을 함께 즐길 필요도 있다. 그러나 그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투자할 때는 엄청난 물질적, 심리적 고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