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세계증시 따라 움직인다

국내 주식시장의 향방을 이끄는 3대 주체세력으로 누구든 서슴없이 개인과 기관투자가, 그리고 외국인투자가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투자가가 우리나라 증시의 주체세력으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외환위기를 겪기 시작한 98년 외국인들의 국내 기업 투자한도가 늘면서 증시진출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외국인투자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증시의 ‘핫이슈’가 된다. ‘바이코리아’(Buy Korea)니 ‘셀코리아’(Sell Korea)니 하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이들 외국인투자가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일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수여력이 여전히 1조원을 넘는다는 일부 분석자료에도 불구하고 이미 충분히 국내주식을 매수해 더 사들일 여력이 없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즉 이제 매수냐 매도냐의 방향성을 따지기보다는 외국인 세력이 국내 주식시장의 하나의 조정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36) 역시 외국인 세력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5월9일 내놓은 월간리포트 <시장컨셉, 어떻게 볼 것인가? designtimesp=23855>에서도 이 같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시장컨셉… designtimesp=23858>은 ‘3분기 경기회복’ 논리를 시장에 퍼져 있는 기본 컨셉으로 보고 이를 현시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담은 차트 중심의 자료다. 그는 이 리포트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약세국면 속 반등, 즉 베어마켓랠리라고 결론짓고 있다.특히 각종 도표들 중에는 세계주식시장 중 이머징마켓과 한국시장의 비중을 설명한 내용이 포함돼 있고 또 국내 거래소시장의 외국인 소유동향을 분석한 부분도 있다. 이팀장은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국내 증시의 외국인 동향을 세계증시와 맞물려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한국을 떠난다거나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식의 표면적인 분석은 금물이라는 것이다.시장컨셉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3분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시장의 논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라크전쟁 이후 세계증시가 동반상승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4월 이후로 주저앉기 시작한 세계증시는 10월 중순 이후 다시 반등했습니다.이는 미국경기가 올해 초를 기점으로 살아나리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요. 이것이 이라크전쟁으로 인해 시장의 방향성을 잃었습니다. 한편으로는 1분기 미국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바탕으로 볼 때 전통적 IT 비수기인 2분기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3분기 경기 회복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성 있는 시장의 컨셉이죠.하지만 이것이 광범위한 경기회복을 의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의 실질금리는 하락하고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일부 IT업종들만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고요.요즘은 IT업계의 정설로 통하던 ‘무어의 법칙’(메모리용량이 18개월마다 배로 늘어난다) 대신 사용자에 집중하는 ‘구글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욕구를 바탕으로 형성된 새로운 IT업종 회사들이 ‘선택적인 경기 회복세’를 이끌고 있는 겁니다. 현재의 장세는 추세전환 과정은 아니라고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그렇다면 ‘3분기 회복논리’를 이끌어낸 현재의 증시반등 주체세력은 누구입니까.종합주가지수가 500선 초반에서 600선 초반까지 상승하는 데 특별한 매수주체를 꼽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프로그램매수를 활용한 개인들이 나름대로 주체세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국내 증시에서 관심의 대상인 외국인투자가들은 사실 이제 더 이상 거대한 매수주체로서 역할을 해내기에는 여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증시가 횡보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는 소폭의 순매수나 보합 정도 수준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그럼 외국인투자가들을 시장 주체세력으로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외국인투자가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외국인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외국인투자가의 움직임은 전세계 경제흐름과 함께 봐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외국인 자본은 한국에 단독으로 들어오기보다 ‘이머징마켓(신흥시장)펀드’ 등의 형식으로 들어오는데요. 이 펀드에 편입돼 있는 국가들의 경제동향을 함께 봐야 투자가들의 흐름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겁니다. 요즘은 동구지역이나 브라질 등 남미지역이 이머징마켓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이라고 할 만하죠.그런 지역들이 주목받는다면 같은 펀드 내의 한국 비중이 낮아지는 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요.3월 말 현재 한국증시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본은 100조원 가량입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거래소시장의 35.44%를 차지하고요.물론 한국의 환경이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가 늘어서겠죠. 외국인들이 한국이든 브라질이든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는 분산투자의 효용을 위해서입니다.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해외마켓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것 역시 분산투자의 효용을 믿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셀코리아’니 ‘바이코리아’니 하는 용어들은 어패가 있는 거죠.그런데 올 들어 국내 거래소시장의 외국인 순매도는 1조7,000여원 정도입니다. 이는 다시 주변 이머징마켓으로 옮아가고 있고요. 한마디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의 미세 조정(Fine Tuning)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해석한 셈이죠.이 같은 외국인투자가들의 움직임을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전략 수립에 있어 어떻게 적용할 수 있겠습니까.국내 증시의 흐름을 해외증시와 연동해서 보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 유럽시장은 물론이고 아시아시장과 브라질 등 남미지역까지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죠. 같은 신흥시장 펀드에 포함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역시 중요한 지역입니다.한국에서 남아공 증시를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처음 주식에 뛰어든 사람은 투자한 한 종목의 추이를 지켜보는 일도 벅차겠죠. 하지만 해외흐름까지 챙겨서 볼 수 있어야 투자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국내 증시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희망하는 점이 있다면.전세계적으로 투자가들이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금액은 세계증시 중 3%에 불과합니다.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의 자산규모죠. 국내 증시가 지금껏 저평가돼 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무엇보다도 시장 크기를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아시아시장이 전세계 증시의 10~15% 정도만 차지해도 해외투자가들에게 국내 주식시장도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분산투자처가 될 겁니다. 아시아는 IT기술 수준이 높은 만큼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이 같은 장점을 잘 살리면 우리나라도 충분히 좋은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돋보기 / 내수관련 주요 리포트내수업종에 관심 가져야 할 시점지난주(5월7~15일) 이슈분석 리포트(표참조)는 내수주에 관한 내용이 부쩍 많았다.증시상승 분위기 속에서도 추세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 등 내부요인에 의한 상승이 아닌 전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에 따른 반사적 강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따라서 국내 경기나 주가는 여전히 내수 소비에 달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특히 미국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이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출관련주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내수관련주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가 시장에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