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예보 ‘흐림’ vs ‘맑음’

“구조적 문제 때문에 추세적 회복은 힘듭니다.” 김승현 현투증권 연구위원은 이라크 전후 경기회복의 가능성이 보이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 때문에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미국의 ‘과잉소비’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가계가처분 소득 대비 총부채 부담률이 1993년 경기회복기 당시의 4.5% 내외보다 월등히 높은 14%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령 소비심리가 회복될지라도 실제 소비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김연구위원은 내다본다.또한 지난 91년 걸프전 때와는 미국 상황이 많이 다르다. 91년에는 미국으로의 자본이동이 늘어났다. 그래서 기업에 투자가 확대돼 경제안정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 약세와 회계부정 등 미국 기업의 신뢰도 저하로 자본유입이 늘지 않고 있다.김승현 현투증권 연구원“과잉소비 조정과 국제자금 신뢰회복에 시간걸려 저성장세 지속”자본 논리상 생산성과 안정성이 높은 자산을 선호하는 데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매력은 많이 떨어졌다. 이라크 전후 전쟁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자본은 오히려 유럽, 이머징마켓 등 대체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투자 주도의 경기 회복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얘기다.김연구위원은 미국경제는 올해 하반기에는 1.8%, 내년에는 2% 수준의 저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미국경제 회복을 이끌 주체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 가운데 미국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미국경제는 과잉소비 조정과정을 거치고, 국제자본의 신뢰를 찾아야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이 얼마큼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 회복을 이끌어낼지가 중장기 성장성을 좌우할 것입니다.”이런 점에서 국내 경제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김연구위원의 입장이다. 내수시장의 둔화가 올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업투자의 회복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소비증가의 여력이 남아 있고, 중국 등 해외시장의 영향으로 미국보다는 조금 높은 4%대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과정에서 올 하반기에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방향성이 잡히면 주식시장은 변동폭이 줄어들어 700선 위에서 저점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그러나 장성욱 세종증권 연구위원의 분석은 다르다. 장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소비가 회복되고 기업의 기존 설비에 대한 대체투자가 늘어 적어도 3% 이상의 경제성장을 충분히 일궈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달러화 약세와 IT산업 회복,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지 등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장연구위원은 미국경제는 회복 중이고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상승트렌드를 탈 것이라고 내다본다. 아직은 장기 호황에 따른 후유증이 70%만 가신 상태에서 성장폭은 이전만큼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지난 5월19일(미국시간) 발표된 경기지수는 이런 전망을 뒷받침해 준다. 경기선행지표는 3개월 만에 플러스 증가세로 돌아서 이라크 전후 미국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기동행지수는 한 달 만에 마이너스 증가세를 나타내 회복강도는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장성욱 세종증권 연구위원“달러약세와 IT경기회복으로 하반기에 탄력적인 회복세”전후 미국경제에서는 경기회복의 관건인 소비지출과 기업투자지출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이런 신호에 근거해 장연구위원은 유가하락에 따른 실질임금의 증가와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소득증가 등으로 2분기에 소비심리개선과 함께 지출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이자부담이 10년 평균치보다 0.25%포인트 낮은 2.35%이기 때문에 가처분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이런 소비지출 확대로 신규주문이 늘어나면 기업심리도 개선될 것이라고 장연구위원은 내다본다. 3월 제조업 재고판매율은 지난 10년 평균치보다 0.6개월 낮은 1.32개월이다. 이처럼 재고수준이 낮기 때문에 만일 가계 수요가 늘어나면 기업들은 투자지출을 늘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또한 장연구위원은 통신을 제외한 IT경기 회복과 기업이익 규모 증가가 하반기 미국경기 상승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1분기에 전쟁에도 불구하고 IT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앞으로의 낙관적인 경기전망에 힘을 실어준다.민간투자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지만 컴퓨터 부문은 오히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낮은 유가 등으로 기업의 원재료 비용도 감소하고 있어 이익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장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기는 아직 바닥을 보며 내려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4분기쯤 돼야 미국경기 회복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김연구위원은 미국경제가 구조적인 문제로 올해는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기 때문에 2% 이하의 저성장을 할 것이라고 본다. 반면에 장연구위원은 2분기부터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에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결국 두 사람 모두 미국과 우리나라 경제가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데는 생각이 같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회복시기와 폭에 있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올 하반기에 미국경기 어떻게 될 지 자못 궁금하다.돋보기기자출신ㆍ부부 애널리스트 ‘독특한 꼬리표’장성욱 세종증권 연구위원의 이력은 이채롭다. 지난해 11월 세종증권으로 옮기기 전까지만 해도 경제일간지 기자로서 2여년간 활동을 했다. 그 이전에는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으로 있다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언뜻 보기에는 서로 다른 직종을 넘나들었던 것같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장연구위원은 “나름대로 ‘경제’라는 큰 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기자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옮길 때 주위에서 ‘증권쟁이’라는 부정적 시각 때문에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하지만 스스로 지금은 배우고 익혀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행동에 옮겼다. 장연구위원은 “기자경험이 핵심키워드를 잡아내고, 현장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김승현 현투증권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단 하나뿐인 이코노미스트 부부다. 김연구위원의 부인은 메리츠증권 소속의 이코노미스트 고유선씨. 두 사람은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결혼으로 골인한 말 그대로 ‘사내커플’(Company CoupleㆍCC)출신이다. 특히 거시경제분석가로서 두 사람은 상반된 주장을 하기도 해 한때 증권가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