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도 당분간 박스권...중소형 가치주 관심 가져야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3.7% 증가에 그치며 경기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가 다행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금융시장은 매우 혼돈스러운 상황이다.달러화는 약세, 주식과 채권은 강세를 보이며 전통적인 상관관계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지속적으로 세계주식시장의 상승을 담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상승을 낙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그 이유는 현재 미국 주식시장에 달러화 약세의 순기능만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던 지난 98년 상황을 돌이켜보면 미국경제는 98년 3분기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연율)이 4.2%를 기록하며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수행할 만큼 강했다.따라서 달러화 약세에도 자본시장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도 견조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시아지역 국가는 사스(SARS)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유로존과 일본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제로(0)를 기록하며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로존과 일본의 내수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또한 1분기 미국기업 이익의 호조를 보고 미국 주식시장을 단정지을 수 없다. 퍼스트콜의 집계에 의하면 1분기 순익증가율은 13%로 2001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시장 전체를 왜곡할 수 있다.비용의 감소를 통해서 순익증가가 구현된 면이 크기 때문이다. 비용감소를 통한 이익증가에는 한계가 있고 매출의 본격적인 회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조업의 재고순환상 위치가 고점에서 이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출의 의미 있는 증가를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하반기 이익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미국 주식시장에 의지한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도 당분간은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화 약세로 수출관련주는 모멘텀이 크지 않다.내수관련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국내 소비침체가 가계부채의 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인 점을 감안하면 내수관련주 또한 수출관련주의 대안이 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경기와 무관하게 기업 고유의 이익창출 능력을 가진 종목, 기업의 총가치 대비 저평가되고 있는 종목 등 가치주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수급 측면을 고려하면 중소형 가치주가 더 유리해 보인다.해외경제지표5월28일 발표될 4월 내구재주문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일정 범위에서 소폭의 등락만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운송장비와 방위재 주문이 전체 지표에 다소간 왜곡을 가하고 있다. 5월 소비자신뢰와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지수의 중요성도 높다.이라크 전후 소비자신뢰지수는 2개월 연속 상승했으나 실제 소비지표는 오히려 악화되는 등 심리회복이 실제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즉 소비자신뢰 회복의 지속성이 관건인 셈이다.산업경기 척도인 ISM지수는 소비자신뢰에 비해 전망이 밝지 못하다. 최종수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고부담이 생산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5월 ISM지수도 의미 있는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류승선ㆍ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 ssryu@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