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쉬어라” vs “6월 중순 이후 사라”

‘작아진 파이, 늘어난 입’이동원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을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한다. 자동차 수요는 줄어드는 데 비해 경쟁자는 늘어나 지난해와는 달리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올해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은 지난해 특소세 인하에 따른 특수의 반작용으로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또한 경기침체와 개인신용위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가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러나 특소세 인하효과를 가져올 세금체계 변경이 2004년에 예정돼 있어 하반기 수요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GM대우 출범과 각사의 신모델 출시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수출의 경우 현재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수출호조를 보이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해외 빅3가 각종 인센티브 공세로 시장을 확대하는 반면, 현대차는 인센티브 제공 여력이 작기 때문이다.게다가 현대차는 올해 단체협약(단협)이 예정돼 있고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자회사의 부담이 상존하고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단협이 임금협상보다 타결이 어렵기 때문에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우려된다. 지난해 단협을 한 기아차의 경우 6~7월 파업에 따라 가동률이 이전의 80%대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손실이 컸다.또한 자회사인 현대카드에 대한 영향은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됐지만, 현대캐피탈은 아직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특히 현대캐피탈의 자산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드림론’ 부분이다.지난해 말 기준 드림론 자산규모는 2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현대카드의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카드대금 2조5,000억원에 비해 규모가 더 크고 연체율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자기자본비율이 올 1분기에 기준비율 8.0%보다 낮은 7.1%로 떨어져 손실이 나면 바로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결국 이러한 분석에 근거해 이연구위원은 올해 현대차의 실적과 주가는 ‘쉬어가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래서 최근 리포트에서 현대차에 대해 ‘중립’ 투자의견과 6개월 목표가 3만1,500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반면 손종원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 주식은 6월 중순 이후 적극적으로 매수할 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이유로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주가에는 이미 선반영된다는 점, 하반기 소비회복 기대감과 S&P로부터의 신용등급 상승 가능성 등을 꼽았다.12년째 자동차업종을 맡고 있는 손연구위원은 두 가지 중요한 분석툴을 강조한다.바로 모멘텀과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두 가지다. 현대차의 투자매력을 볼 때 올해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연간 모멘텀에 근거해 길게 볼 경우라고 설명한다. 이전의 고성장에 비해 올해 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손연구위원도 판단을 같이한다.하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현대차만큼 저평가돼 있는 업종 대표주는 없다고 손연구위원은 힘줘 말한다. 현대차는 3월 말 기준으로 순현금(현금성자산-차입금)이 1조7,083억원으로 실질 차입금 비율이 마이너스 상태라는 것. 한마디로 채무상환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최근에 무디스가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렸지만 여전히 투자적격의 한 단계 아래다. 하지만 손연구위원은 6월 중순께 S&P 평가에서는 투자적격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단 앞으로 1개월간 북핵문제와 국내 금융위기와 관련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그리고 모멘텀 측면에서도 연간으로 길게 보지 않고 짧게 본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손연구위원은 보고 있다. 현대차의 올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특히 손연구위원이 눈여겨보고 있는 점은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져 이익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판매대수 증가세는 둔해 보이지만 브랜드 가치, 품질개선으로 가격인상이 이어져 오히려 이익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출시장에서도 중대형의 비싼 차가 많이 팔리는 등 판매차종의 고부가가치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게다가 현대차의 최근 주가(5월29일 종가 2만9,000원)는 지난해 최고가 5만4,000원에 견줘볼 때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재의 주가 수준은 내수부진, 달러약세, 자회사부담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이미 반영된 것이라고 손연구위원은 분석한다. 단 노사분규라는 변수가 아직 반영이 안된 상태.따라서 이 불확실성이 현재 현대차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어 노사분규 문제가 불거지는 그 시점이 매수시기라는 게 손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또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연체율 증가도 하반기에는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해 손연구위원은 현대차에 대해 종전의 매수의견을 유지하고 6개월 적정주가는 5만원으로 제시했다.결국 하반기 경기전망이 두 연구위원의 투자의견이 엇갈리게 한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반기에 소비심리 회복 기미가 보이느냐 여부에 따라 현대차의 주가향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현대차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내수와 수출의 실적추이도 지켜봐야겠지만 더불어 경기회복 조짐의 움직임도 주목하면서 투자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돋보기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발표하는 리포트의 주가반영도가 이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증권정보제공업체인 Fn가이드는 지난 5월6일 기준으로 일주일간 투자의견이 조정된 20개 종목의 주가반영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는 적어도 리포트가 나온 당일 해당 종목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상향의견보다 하향의견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 20개 종목 중 상향조정된 리포트는 7개 종목. 이 가운데 당일 4개 종목의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에 하향 13개 종목에서는 11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Fn가이드 조사에 비춰볼 때 그간의 애널리스트에 대한 증권 당국의 단속과 자정과정을 거치면서 이전에 비해 증권사 리포트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참고로 증권사 투자의견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강력매수, 매수(비중확대, 시장수익률상회(마켓아웃퍼폼)), 중립(보유, 시장수익률(마켓퍼폼)), 매도(비중축소, 시장수익률하회(마켓언더퍼폼)), 강력매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