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상승 추세 돌입 vs 아직은 아니다

“SK글로벌과 신용카드 리스크 완화, 은행의 3분기 실적개선, 수급호전 등이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한 이유입니다.”성병수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6월3일 <불확실성 완화로 중장기 상승 추세 돌입 전망 designtimesp=23919>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놓았다. 은행업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조정한 것.성연구위원은 공인회계사(CPA)로 안건회계법인에서 3년간 일했다. 그는 회계사 출신 애널리스트의 강점으로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재무제표 이면에 숨어있을 분식회계 가능성도 찾아낼 수 있다는 것.그는 SK(주)의 출자전환 규모 확대로 SK글로벌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 및 정상화 과정에서의 추가적인 부담 가능성이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또 국민카드 합병과 카드사들의 자구노력 강화로 카드채시장에서 안정화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이로 인해 카드채 보유 리스크가 감소했다는 설명. SK글로벌과 신용카드에 대한 충당금 부담이 감소했기 때문에 2분기까지의 실적개선은 어렵겠지만 3분기부터 은행은 정상적인 순이익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성연구위원은 전망한다.“시중 유동성 보강에 따른 우량 금융주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 유입 등으로 은행주가 2~3개월간의 횡보국면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SK글로벌에 대한 실사결과 자본잠식규모가 4조4,000억원으로 밝혀졌다. 자산총계는 5조6,000억원, 부채총계는 10조원으로 집계됐으며 청산가치로 평가한 순자산가액은 5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따라서 채권단은 청산보다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고 출자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잠식액 4조4,000억원을 보전하기 위해 SK(주)에 매출채권 약 1조원의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채권단이 2조9,000억원의 출자전환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3월 말까지 각 은행은 지급보증액을 제외한 여신잔액에 대해 요주의로 분류하고 15~19%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그러나 2분기에는 지급보증액이 고정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추가적인 충당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즉 SK(주)가 국내 매출채권 8,500억원의 출자전환을 제시함에 따라 채권단의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적인 부담 리스크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출자전환분은 투자유가증권(주식)으로 분류돼 주가의 큰 폭 하락이 없으면 당장은 손실처리가 필요하지 않으나 은행별로 충당금 비율만큼 감액손실을 반영할 것으로 성연구위원은 보고 있다. 출자전환 후 대출금 잔액의 감소로 충당금 적립비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하지만 감액손실을 2분기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런 이유로 그는 2분기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3분기 이후에는 SK글로벌에 대한 추가적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2분기 이후 실적개선의 관건은 신용카드에 대한 대손충당금 부담 감소 여부다.4월 신용카드 연체율은 은행계 및 전 업계 카드사 모두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2분기에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2분기에도 신용카드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성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신용카드 채권의 비중이 높은 은행은 실적개선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카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행, 외환은행을 비롯해 총자산 대비 카드채권 비중이 높은 조흥은행, 한미은행 등도 카드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지속돼 실적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3분기 이후에는 연체율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상승하더라도 상승폭이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보여 충당금 부담은 2분기에 비해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판단했다.“최근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하향 조정하면서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으나 10% 내외의 자연 성장률은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경기회복으로 인한 대출수요 증가로 마진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은행은 2004년부터 정상적인 순이익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성연구위원은 투자유망종목으로 국민은행과 신한지주, 하나은행, 우리금융을 제시했다. 국민은행 투자의견은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한 반면,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매수’에서 ‘보유’로 각각 하향조정했다.그러나 진창환 제일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의 주장은 다르다. 진연구원은 6월3일 <아직 더 남은 어려운 시간들 designtimesp=23953>이라는 보고서를 내며 은행업의 전망을 ‘중립’으로 봤다.은행업 지수는 연초 대비 22.9% 하락했다. 같은 기간 KOSPI보다 21.3%포인트 초과 하락한 것.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자산의 부실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SK글로벌 분식회계와 관련된 추가적인 충당금 설정 부담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1분기 중 각 은행들의 SK글로벌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은 19%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향후 최소한 50% 이상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2분기 이후 충당금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진연구원은 SK글로벌이 채권단의 기대만큼 수익을 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90년대 후반 이후 뚜렷한 수익구조를 찾지 못한 종합상사라는 특징을 지닌 SK글로벌에 투입된 신규 영업자금을 채권단이 회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그는 은행의 실적을 제한하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자산의 부실화라고 지적했다. 1~3월까지 신규 카드 연체율이 감소 추이를 보였지만 4월에는 LG카드와 국민카드의 신규 연체율이 대폭 증가했다.올해 8~9월이 카드 연체율의 피크가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하반기에도 은행 실적이 뚜렷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 최근 증가한 실업률 또한 연체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경우 연체율이 잡히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카드채 문제를 낙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또 최근 주요 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3%대로 낮춘 것도 지적했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대출자산 증가율 역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각 은행은 성장률 하락 속에 안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진연구원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은행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증권의 발행에서도 문제점을 찾았다.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하거나 이익을 높여야 한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려 주가하락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은행들은 하이브리드 증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비율 상승을 도모하지만, 하이브리드 증권은 장기적으로 자금조달비용의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현재와 같이 자산의 부실화 과정이 진행된다면 추가적인 자기자본 조달, 즉 유상증자의 가능성이 제기돼 주주가치의 희석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진연구원은 은행업에 대한 중립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지난해 대출자산의 대폭 증가로 은행은 호황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대출자산 증가율이 너무 빠르면 재무안전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대출자산이 적정 수준 이상 증가하면 이듬해에는 성장하락을 겪는 게 은행권의 생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