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보는 경제 회계부정 이야기최명수 지음/굿인포메이션/386쪽/1만2,000원엊그제 조카와 작은 ‘언쟁’을 벌였다. 사건은 이 꼬맹이가 제 엄마가 낮에 한 행동들을 저녁에 회사에서 돌아온 아빠에게 낱낱이 일러바친 데서 비롯됐다. “아빠, 오늘 엄마가 정석이 아줌마랑 나쁜 말 했어.”(제 엄마가 누구 흉을 보았던 모양이다.) 이보다 더 난처한 일도 검열 없이 생중계됐다. “아빠, 엄마가 할머니 때문에 힘들다고 아까 그랬어.”졸지에 나쁜 아내가 될 위기에 처한 올케를 거들어줄 생각에 조카를 붙들고 대화를 시도했다. “혁아,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난처하잖아. 착한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거든.” 하지만 아홉 살 소년은 호되게 반격했다. “거짓말이 어떻게 착해. 그런 건 없어.” 꼬마는 고모의 말에 제법 충격을 받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살다보면 의외로 자주 딜레마에 부딪친다. 유치원에서 배웠던 것처럼 세상만사가 ‘착한 것’과 ‘나쁜 것’으로 딱 나눠지면 좋으련만 살면서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최근 경제계도 우리 꼬마와 비슷한 당혹감에 빠져 있다. ‘판도라의 상자’ 하나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회계부정을 원칙대로 적발하고 처리하는 ‘상자 개봉’을 감행하자니 금융시장이 한꺼번에 혼란에 빠져들지 않을까 겁이 나고, 필요악이라며 그냥 놔두면 영영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삼류 경제에 머물러야 한다.<…회계부정 이야기>는 이런 고민이 한창인, 미묘한 시점에 나온 책이다. 하지만 저자는 회계부정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건조한 목소리로, 분식회계의 ‘A to Z’를 꼼꼼히 짚어 보면서 총체적인 이해를 돕는다.저자는 회계부정을 한마디로 ‘시장에 대한 사기 행위’라고 규정한다. 기술적ㆍ법적으로 엄밀히 어떤 것이 회계부정에 해당하는지, 그로 인한 영향은 무엇인지, 시장의 주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천천히 기술한다.원칙과 이론, 구체적인 사례들이 번갈아 편집돼 있다. 독자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이다. 현직 기자가 쓴 책인 만큼 그 장점을 십분 활용, 대우부터 시작해 최근의 SK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 있다. 국내에 있는 회계법인의 현황, 부실감사와 관련된 판례 등도 실려 있다.그럼 저자의 주장은? 책 속의 명언 한마디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에 대한 사기 행위는 시장이 심판해야 한다.”하버드 AMP 최고경영자 노트마크 스티븐스 지음/윤영호 옮김/세종연구원/304쪽/1만3,000원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최고경영자 과정(AMP)을 소개하는 책이다. AMP의 역사부터 원리, 일정, 강의내용 등을 공개한다. 4만9,000달러라는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서라도 기꺼이 들으려고 한다는 이 과정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호기심을 일부나마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유쾌상쾌 주식카페김대중 지음/더난출판/335쪽/1만원주식투자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투자마인드를 잡아주기 위해’ 썼다는 책이다. 저자는 교보증권 지점장이다. 초보투자자라면 주식으로 돈 버는 법보다는 망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눈앞에서 강의하는 것처럼 대화체로 써 내려갔다. 때문에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는 미덕이 있다.서점 주인과 부자상인시미즈 가쓰요시 지음/김향 옮김/디자인하우스/154쪽/7,500원어느날 작은 동네 서점에 한 상인이 들른다. 고객에게 좋은 책을 골라 권하려는 성실한 서점주인의 태도에 감명받은 상인은 단골이 되고, 장사에 성공하는 프로상인의 마인드를 하나하나 전수해 준다. 이 상인은 일본의 납세액 1위의 갑부라는 사이토 히토리다. 그의 성공비결을 서점주인이 책으로 옮겼다.욕망의 진화멜린다 데이비스 지음/박윤식 옮김/21세기북스/328쪽/1만3,000원소비를 결정하는 인간의 욕망이 변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따라서 앞으로 마케팅은 물질적 풍요를 제공한다는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아픔을 치유하는 형이상학 형태로 변해야 한다. 앞으로 소비자는 ‘귀사가 주는 안락한 마음상태라는 편익을 얻고 싶어서 그 수단인 제품을 사기로 했어요’라고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