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발행을 은행만으로 제한하거나 한국은행이 직접 발행도

인터넷 금융, 모바일 금융 등 전자금융의 발달로 대내외 금융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문제는 종전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최근 세계은행과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전자금융이라는 새로운 환경하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 확보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한국은행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전자금융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어느 국가보다 속도가 빠르다. 지난 99년 4월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인터넷뱅킹은 불과 2년 만에 모든 은행에 확산됐다. 온라인을 통한 주식거래비중도 70%를 넘어섰다.전자금융 발달에 의한 가장 큰 변화는 전자화폐다. 현재 K캐시(cash)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전자화폐가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전자화폐는 거래비용이 낮고 네트워크를 통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요 지급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시된다.은행과 같은 중개인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은행들은 조직과 인력을 감축하고,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중시되면서 컨설팅 업무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등 자구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각종 금융거래에 있어 네트워크 역할이 커짐에 따라 비금융회사들의 금융업 진출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네티즌 펀드들도 각광받고 있다.이론적으로 전자금융 발달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대목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본원통화의 대체문제다. 갈수록 본원통화의 상당부분을 전자금융이 대체해 나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중앙은행 입장에서 보면 본원통화 축소에 따른 화폐발행차익(seigniorage)의 감소를 의미한다. 특히 화폐발행차익 감소는 통화정책 수행비용의 재정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켜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둘째,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은 전자화폐를 누가 발행하느냐와 전자화폐가 어느 단계까지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중앙은행이 전자화폐를 발행하면 기존의 현금수요가 전자화폐로 대체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다.특히 비통화금융기관들이 전자화폐를 발행할 경우 민간 현금보유 성향의 저하로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경우든 전자화폐가 현금통화와 결제성 예금까지 대체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할 경우 발행주체와 관계없이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은 심할 경우 무력화 단계에 이를 수도 있다.셋째, 전자화폐의 발달로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통화승수이론에 따르면 통화량은 본원통화와 통화승수에 의해 결정되고, 통화승수는 현금보유비율과 지급준비율에 따라 좌우된다. 이 이론대로 전자화폐가 현금통화를 대체하면 통화승수는 커지게 된다.넷째, 전자금융의 발달은 여러 측면에서 통화정책의 전달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전자금융의 발달로 모든 금융거래에 있어서 헤지(위험회피)가 수월해짐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금리변화에 덜 민감해져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다섯째, 네트워크 효과로 수확체증 법칙이 적용되는 전자금융하에서는 통화정책의 목표에서 인플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더욱이 전자화폐와 같은 새로운 결제수단이 사용되고 대외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종전에 비해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사실이다.중앙은행도 여타 경제주체와 금융정보를 공유함에 따라 과거처럼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smmetry)을 전제로 한 시장의 선도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과 시장참여자와의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라 동반자적이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 총재의 위상도 크게 약화되고 있다.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시장참여자들이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모든 금융거래에 있어 ‘새로움과 복잡성’(novelty and complexity)에 따른 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점이다. 유사 금융행위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금융감독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지 못할 경우 허점이 자주 노출된다.실제로 전자금융시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실증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도 전자금융이 본원통화를 대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화승수와 유통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전자금융 발달에 따라 우려되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현시점에서 최소한 전자화폐에 대한 지급준비의무를 부과하는 방안과 전자화폐 발행을 은행만으로 제한하거나 한국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방안을 공론화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경우 한국은행은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독립성과 신뢰도 확보에도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생각한다.동시에 전자금융환경에 맞는 통화정책의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통화정책 기조 면에서는 과거처럼 인플레를 중시하기보다 자원배분의 효율성도 함께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이런 차원에서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로 채권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장단기 금리차와 같은 지표를 보다 중시해야 한다. 통화정책 수행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짐에 따라 종전보다 시장친화적으로 추진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 총재의 선제적인(pre-emptive) 정책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다.통화당국은 시장현실을 모니터링하고 통계과학화 작업을 통해 경제 전반에 대한 예측력을 높여야 한다. 각종 네티즌 펀드와 다양한 금융상품의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국제금융기구나 인접국 중앙은행과의 연계노력을 강화하고 지역블록 추진 공동기금 설립 등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는 채널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