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추가 유입되면 서머랠리 가능’

최근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지속하자 ‘서머랠리’(여름휴가철을 앞둔 강세장)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 증가, 증시 유동성 공급 기대,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과 함께 미국증시의 빅랠리 진입, 아시아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 대만에 집중됐던 외국인의 관심이 서울증시로 이동하면서 이 같은 의견이 지배적이다.이런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의 변화를 정밀 분석한 리포트가 눈에 띄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경제연구소 하민성 선임연구원(33)이 발표한 리포트 <주식시장 환경의 2가지 변화 designtimesp=23965>가 바로 그것이다. 이 리포트에서 하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보강과 금융시스템의 위기완화를 가장 큰 변화로 지목했다.“5월26일 리포트를 통해 주식시장의 상승모멘텀이 부족한 이유로 원화강세(수출경쟁력 악화), 카드채 위기, 수급악화(외국인투자가의 관망세)를 꼽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이 변하면서 시장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기 시작했습니다.”지난 5월 말 발표한 하연구원의 전략보고서(Better than Large Cap)에 따르면 달러화의 약세에 따른 원화강세로 한국의 수출경쟁력 악화에 주목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에 따른 대 미국, 대 중국 수출 감소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는 유로화(수출 경쟁력 강화)를 감당해 내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더욱이 6월말 만기가 도래하는 약 19조원의 카드채로 인한 금융위기와 외국인의 주식시장 관망세 때문에 상승 모멘템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후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서 종합주가지수는 10% 상승했고 최근에는 68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현재 주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의미 있는 변화 중의 하나가 수급보강입니다. 5월 말까지 외국인투자가들은 소극적인 모습을 띠며 관망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원래부터 국내 증시의 기반이 건강하고 최근 문제가 됐던 북핵위기가 해결 국면으로 돌아서자 조금씩 위험이 사라졌습니다.또한 한국경기가 외적으로는 큰 부담도 없고 비록 하반기 경기회복은 장담할 수 없지만 불경기라도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게 됐습니다.”외국인 자금 국내 이동 조짐6월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대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4월까지 큰폭의 매도와 소폭 매수를 반복했던 외국인투자가들은 5월에 관망세를 유지하다가 국내 증시의 개선조짐이 보이자 5월28일부터 6월19일까지 2조6,000억원대의 순매수세를 기록하고 있다.하연구원은 이 같은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에 대해 미국 PC시장에서의 신학기 수요로 주문이 증가하고 있고 이를 IT경기 회복의 시발점으로 보았다. 또 D램 가격의 강세, 나스닥 지수가 1600포인트를 넘어 호황장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대폭 반영했기 때문이다.또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국제유동성이 계속 보강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시장에서 추가로 주식을 매수할 것으로 내다봤다.따라서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투자가가 매수주체로 떠오르며 국내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중에 떠돌고 있는 380조원대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여름을 앞둔 주식시장은 매우 밝아진 것이다.“수급보강과 함께 나타난 변화는 금융시스템 위기와 관련한 것입니다. 정부가 지난 4월 카드채 만기를 연장해주는 바람에 외국인들의 투자인식은 매우 나빠졌습니다. 외국인들은 모든 일에 한국 정부가 직접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더 이상 카드사를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하지만 다행히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힘에 의한 해결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죠.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흡수합병 결의와 삼성카드의 8,000억원 규모의 성공적인 후순위전환사채(CB) 발행이 좋은 본보기입니다.”하연구원은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합병과 삼성카드의 성공적인 CB발행이 금융시스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금융위기의 주체가 시장 내부에서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해 시장이 공감하고 있어 다행히 상황은 고무적으로 변했다. 그렇지만 고객의 연체가 회사의 연체이고, 이는 또 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국민카드와 삼성카드의 예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이 같은 시도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주식시장의 환경 개선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카드채와 관련해서 정부는 추가적으로 만기연장을 한 번 더 해줘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카드연체율과 금융위험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하반기 주식시장의 가장 큰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그러나 하연구원은 주식시장에 글로벌펀드가 계속해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머징마켓에서 대만에 집중됐던 외국인의 자금이 저평가된 국내 증시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인 IT경기 회복과 국제유동성이 계속해서 보강되면 외국인들은 국내 매수를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앞으로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 시중유동성을 어떻게 설득해서 증시에 끌어들이냐에 따라 서머랠리까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38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증시에 유입되거나 대선을 앞둔 미국경기의 사활을 건 부양정책이 시행되면 국내 증시의 폭발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다만 90년부터 2002년까지 7~8월 중 종합주가지수가 서머랠리를 기록한 적이 5번(91, 92, 95, 98, 99년)밖에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하민성 대한투자증권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보강과 금융시스템의 위기완화에 근거해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연구원은 미국 IT경기 회복과 금융시스템 완화, 내수 반등시 가장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