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업계에 인수합병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DB) 전문업체 오라클은 최근 51억달러를 들여 피플소프트에 대한 적대적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의 발표에 이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테스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머큐리가 킨타나를 인수한다고 밝혀 또 한 번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인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시장 경쟁에 불을 댕겼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분야 선두인 SAP는 물론 IBM, MS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DB 분야 선두업체. 대기업들이 주 고객이지만 경기침체로 구매가 주춤해졌다.오라클이 피플소프트로 눈을 돌린 이유는 직원수 수백 명에서 수천 명 수준의 중소기업시장 공략이다. 따라서 그동안 중소기업시장에 주력해 온 MS와의 정면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피플소프트와 경쟁하던 시벨도 인수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시벨은 고객정보관리 분야에서 잘 알려진 업체다. 오라클의 제품군이 커버하지 못하는 분야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니치마켓을 공략하고 있다.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인수하면 니치마켓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 확실해 시벨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은 지난 4월 “시벨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해 시벨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인수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회사는 IBM이다. IBM 마케팅 전략의 특징은 제휴를 통한 협력이다. 다른 소프트웨어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제휴사들은 IBM의 기술력과 인지도를 얻고, IBM은 자사가 보유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IBM은 특히 제휴사와 계약을 할 때 ‘매출의 일정 부분 이상이 IBM 제품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제휴를 통해 짭짤한 매출증가를 보고 있다.이번에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IBM의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피플소프트가 IBM의 중요한 제휴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플소프트와 합병하기로 예정된 JD에드워드도 IBM의 주요 제휴사다.IBM으로서는 긴밀한 두 제휴사가 한순간에 적의 손에 넘어간 셈이다. 일부에서는 오라클의 인수가 완료되면 IBM은 수억달러의 매출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오라클이 인수 후 피플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피플소프트와 협력관계에 있던 IBM이 향후 피플소프트 고객지원으로 새로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IBM은 DB시장에서도 오라클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라클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목적이 줄어들고 있는 DB시장의 회복”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IBM은 관계형 DB시장에서 점유율 36%를 차지해 오라클(34%)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MS도 18%를 차지해 오라클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오라클보다 규모는 작지만 머큐리도 최근 킨타나를 2억2,5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머큐리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툴을 개발하는 회사. 킨타나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커스터마이징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머큐리의 인수가 오라클과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 두 기업간 결합이라는 것이다.오라클이 줄어드는 시장을 회복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머큐리는 시너지효과를 통한 시장확대가 주된 이유다. 실제로 머큐리와 킨타나는 첨단기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성장을 계속해 왔다. 머큐리는 올 1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해 1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킨타나는 지난해 수익이 4,400만달러였다.오라클이 쏘아올린 인수합병 신호탄. 앞으로 미국 소프트웨어업계는 목숨을 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급격한 재편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