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투자에는 왕도가 없다?’ 현장 중개사들이 전하는 재개발 투자의 ‘기본’이다. 재개발사업은 기간이 길고 절차도 복잡할뿐더러 얼마나 이익이 생길지 계산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재건축과는 달리 지분도 최저 3~4평의 초소형에서 최고 30평 이상까지 천차만별이고 각 지분에 따라 워낙 경우의 수가 많고 변수도 다양하다.이런 이유로 재개발 투자는 절차와 수익 분석에 따른 투자보다 ‘소문에 사고 사실 확인 후 파는’ 투기적 형태가 일반적이라는 게 현장 실무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문제는 최근 들어 재개발시장의 투기 양상이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 강남 재건축 투기 바람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해졌다는 데 있다. 5ㆍ23대책 이후 재개발시장이 ‘규제 무풍지대’로 인식되고, 여기에 청계천 복원 등 호재가 더해지면서 단기투자를 노린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투자환경 크게 바뀐다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재개발시장에 대해 드디어 칼을 꺼내들었다. 우선 서울시는 오는 9월부터 재개발 투기 거래를 부추겼던 다가구ㆍ단독주택의 다세대 전환을 금지하고, 향후 구역지정이 되지 않은 곳에서 ‘지분 쪼개기’로 거래한 재개발 지분에 대해서는 1명에 대해서만 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를 주기로 했다.또 이미 ‘지분 쪼개기’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사람이라도 전용면적 18평(분양평형 24평 내외) 이하 아파트만 배정받도록 조례를 확정함으로써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형 지분을 산 사람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이강복 개성공인 대표는 “일반적으로 평당 1,300만원에 6평 정도를 살 경우 30평형대 아파트를 배정받아야 2,000만~3,000만원 정도의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만약 20평형대 아파트를 배정받을 경우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서울시는 ‘지분 쪼개기’ 금지뿐만 아니라 5년마다 갱신하는 서울지역 재개발 기본계획에 있어 기본요건을 갖추지 않는 지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퇴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여하튼 재개발시장의 투자환경이 바뀐 것은 물론 한껏 가격이 올랐던 재개발시장의 가격급락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장 중개사들의 이야기다.구역지정 신청 단계, 지분 7~8평 매입이 유리반면 재개발시장에서의 ‘지분 쪼개기’가 금지됨에 따라 신규 재개발 투자자들의 투자여건이 좋아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삼성물산 관계자는 “다세대 분할이 많아지면 조합원수가 늘어나 상대적으로 일반분양 세대수가 줄어 재개발사업의 수익성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에 따라 ‘지분 쪼개기’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지역의 사업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이고 투자대상을 물색하던 투자자로서는 오히려 호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렇다면 확 바뀐 재개발 투자 환경에 맞춰 투자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구역지정이 된 곳을 중심으로 다소 여유 있는 지분매입을 고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정용진 REI 재개발 컨설팅 소장은 “이번 ‘지분 쪼개기’ 금지 조치는 구역지정이 되기 전 초기 재개발 추진단계의 다세대, 단독주택을 겨냥한 것”이라며 “다소 가격부담이 되더라도 단계로는 구역지정을 신청한 곳, 지분규모로는 ‘지분 쪼개기’의 분기점으로 20평형대 아파트 배정이 예상되는 5평형 이하보다 7~8평형 내외가 적당하다”고 말했다.현재 성동구에서는 구역지정을 준비 중인 옥수 13구역은 평당 1,300만~1,500만원선에 머물고 있는 반면, 구역지정을 신청한 금호 14구역은 평당 1,600만~1,900만원선까지 호가가 치솟은 상태다.또 구역지정이 임박한 미아 6구역과 미아 12구역도 ‘지분 쪼개기’ 금지 후 오히려 구역지정 절차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평당 750만원선에서 평당 800만원으로 가격이 뛴 상태다. 강북 뉴타운 내 위치해 있고 구역지정을 받은 길음동 9ㆍ10구역의 5~6평형 지분가격은 평당 1,400만~1,5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여윳돈이 있는 투자자라면 아예 대지지분이 큰 단독주택을 매입하는 것도 유망하다. 어차피 구역지정을 받지 않은 초기단계의 사업이라면 수요자들이 소형 지분보다 단독주택과 같은 대형 지분을 찾을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단독주택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현재 성동구의 경우 지분 20~30평형대 단독주택의 가격은 평당 800만~1,000만원, 강북구와 성북구는 평당 550만~850만원, 마포구는 평당 700만~900만원선이다.서울시가 5년마다 갱신하는 기본계획 수립도 신규 투자자라면 파악해 둬야 할 부분. 서울시는 5년 단위 재개발 기본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상태로 지난 98년에 수립된 서울시 재개발 기본계획은 지난해 말로 만료된 올해 말에 다시 구역지정이 발표된다. 만약 이번 기본계회에서 탈락한 곳은 향후 5년간 재개발 추진이 금지되는 만큼 투자자라면 이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사업승인 지역, 안정성ㆍ수익률 따져봐야비교적 안정적인 재개발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라면 아예 사업승인을 받은 지역의 지분매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하지만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곳이 많아 사전에 투자수익률을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사업승인이 떨어진 종로구 숭인동 숭인 4구역은 비교적 안정적인 재개발단지로 꼽히고 있다. 조합원수가 228명으로 아파트 세대수인 416세대보다 적어 일반분양 물량이 많다. 이에 따라 조합원 부담이 적다고 현지 중개사는 설명했다.현재 조합원 지분 가격은 10평형 기준으로 평당 1,000만~1,100만원선. 10평형을 매입해 31평형에 입주할 경우 총투자금액은 조합원 분양가(평당 650만원 예상) 2억150만원에 지분 매입 금액 1억1,000만원을 더해 3억1,150만원선으로 추정되고 있다.올해 초 입주한 창천 이수아파트 32평형 시세가 로열층 기준으로 3억4,000만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로열층의 경우 2,000만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이밖에 강북구 미아 10구역과 성북구 길음 5ㆍ6구역, 은평구 응암 6구역, 종로구 황학동 황학재개발구역 등이 사업승인을 받은 곳이다.동부건설이 총 480가구를 지어 이중 200가구를 일반분양할 미아 10구역은 현재 조합원 지분 프리미엄이 6,500만원선이고, 인근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길음 5ㆍ6구역은 지분 프리미엄이 1억~1억1,000만원선이다.총 361가구를 지어 이 가운데 107가구를 일반분양할 응암 6구역은 지난해 평당 500만~600만원선에 거래된 조합원 지분이 현재 평당 800만~850만원까지 거래돼 현시점에서 투자할 경우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총 1,852세대로 지어질 황학동 재개발사업은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현재 관리처분신청 중에 있다. 24ㆍ34ㆍ46평형 주상복합아파트로 새롭게 지어질 이 사업은 도심에 위치해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다.현재 34평형에 입주할 수 있는 10평형 내외 지분가격은 1억5,500만~1억7,500만원선. 조합원 분양가격을 평당 800만원 정도로 추정할 경우 분양가 2억7,200만원에 총투자금액은 대략 4억2,000만~4억4,000만원 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