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과 세계경제를 순식간에 아노미 상태로 몰아넣었던, 여전히 잊혀지지 않은 이름, 엔론. 엔론이 허망하게 사라지고 난 지금, 그 회사에 근무했던 내부자(insider)가 쓴 책이 나왔다.저자 브라이언 크루버는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최고기업 중 하나였던 엔론에 입사한다. 탄탄대로를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후, 야심찬 신입사원이 몸담은 회사는 흔들리기 시작한다.그리고 그는 2001년 12월 엔론이 파산보호신청을 했을 때 해고된 4,500명 직원 중 1명이 된다. 2001년 3월에 입사해 약 1년간 미국 재계 7위였던 회사가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본 것이다.크루버가 목격한 사건들 중에는 엔론 경영진이 어떻게 모래성을 쌓고 그것을 점점 더 부풀렸는가, 회계법인과 어떤 방식으로 유착관계를 형성했는가,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왜 모래성이 무너져가는데도 이 회사 주식에 대해 적극 ‘매수’ 등급을 유지했는가 등이 포함돼 있다.엔론은 내부 회계업무를 아더앤더슨에 맡겼고 따라서 아더앤더슨과 엔론은 사실 분리된 회사가 아니었다. 엔론은 위장된 장부를 수년간 조사하던 내부의 회계감사원들을 쫓아내고 대학을 갓 졸업한 아더앤더슨의 신입회계사를 고용해 이들에게 멋진 집과 렉서스 자동차를 제공했다. 증권사 리만브라더스는 엔론과 다이너지의 합병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해당사자였고 그래서 엔론주식의 등급을 바꿀 수 없었다.이 모든 일은 ‘엔론’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 한 번 휩쓸려 들어가기만 하면 빵빵한 학력과 높은 아이큐를 지닌 똑똑한 인재들은 ‘엔론 방식’을 재빨리 배웠다. 그리고 일단 그 방식을 몸으로 습득한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그저 흘러갔다’는 것이다.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엔론 사태가 아무 교훈도 남기지 못하고 헛되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원하는 것 같다. 책은 저자가 엔론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소멸 시점까지, 소설처럼 숨가쁘게 전개된다.엔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만 갖고 읽는다면 난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반대로 빠른 호흡으로 흥미진진하게 읽는 데는 도움이 된다.나만 몰랐던 주식투자 비밀남궁 덕 지음/한국경제신문/200쪽/9,500원주식투자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있는 책. <한국경제신문 designtimesp=24075>에 연재됐던 ‘남궁 덕 기자의 증시산책’에서 간추린 글을 중심으로 엮었다. 엄청난 대박 투자비법을 공개한다기보다 투자자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할 핵심적이고도 기본적인 내용 중심으로 구성됐다.유전, 운명과 우연의 자연사제니퍼 애커먼 지음/진우기 옮김/양문/370쪽/1만3,000원‘생명’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택한, 어찌 보면 무모하다 할만치 용감한 책이다. 저자는 생명을 주제로 한편의 대서사시를 쓴다. 유전의 비밀,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함께 묶는 유전적 특성 등을 탐구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저자의 가족사와 함께 서술돼 읽는 이에게 따뜻함을 준다.이것이 협상이다허브 코헨 지음/전성철 옮김/청년정신/440쪽/1만3,000원1980년에 나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협상의 법칙 designtimesp=24108>의 저자 허브 코헨의 새 책이다. 전작에서 이미 얘기했던 협상의 방법과 원칙에, 그간 축적된 경험을 더했다고 저자는 밝힌다.주변의 사례를 들고 유머를 곁들이는 저자 특유의 서술방식이 이 책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다.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앤디 앤드루스 지음/이종인 옮김/세종서적/272쪽/9,500원소설 형식을 띠고 있으나 우화 같기도 하고 처세서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책. 곤경에 처한 한 40대 가장이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여기서 트루먼 대통령, 안네 프랑크, 체임벌린 대령 등 7명의 역사적 인물을 만나 ‘무엇이 성공적인 삶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얻고서 환상에서 깨어난다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