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TV시리즈 <헐크(원제: 두 얼굴의 사나이) designtimesp=24051>는 ‘초능력은 저주다’라는 주제의식을 꽤 서글프게 풀어낸 액션 영웅담이었다. 이 활극 리스트에는 <육백만불의 사나이 designtimesp=24052> <소머즈 designtimesp=24053> <슈퍼맨 designtimesp=24054> <원더우먼 designtimesp=24055> 등의 수많은 액션 영웅담도 들끓지만 그것들은 죄다 초능력이라는 ‘저주’를 역설적 나르시즘으로 치환하는 것에만 골몰했다.초능력으로 정의사회 구현을 한 후 득의만만한 미소를 짓는 남녀 영웅을 보며 어느 누구도 ‘미소 뒤에 가려진 그네들의 팔자란 얼마나 박복한 걸까’라고 ‘오버’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독 <헐크 designtimesp=24058>만 섬세한 경로를 거쳐 그것을 ‘보상받을 길 없는 천로역정’으로 바꾸었던 것이다.헐크의 본체(?)인 브루스 배너는 헐크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했다. 그가 (도덕적으로) 격노하는 순간, 헐크가 그의 기우뚱 기울어진 자제력의 틈을 비집고 나와 자신의 몸집을 푸르딩딩하게 부풀렸다. <헐크 designtimesp=24061>의 이안 역시 헐크의 실존적 비애를 기억하고 있다.세계 최고의 테크놀로지 위에 이안은 만화적인 진정성으로 넘치는 드라마를 구현하고자 한다. 초록 거인이 등장, 헬기를 풍차 돌리듯 하기 전까지의 <헐크 designtimesp=24064>는 다소 지루하다. 이안은 헐크의 존재적 당위를 제대로 납득시키고 싶었던 듯 꼼꼼한 다중설정을 끌어들인다.그저 바지 찢어지기만 기다리는 관객이라면 이 복잡한 얼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이안의 전개방식이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자애로운 모성애와 음모적인 가부장으로 양분되는 혼돈스러운 가족사, 살해와 도피로 결론을 맺은 끔찍한 기억을 없었던 것으로 되돌린 무의식의 억압과 꿈으로의 누수, 정신분열로 이어지는 과정은 매우 익숙한 것들이다.하지만 (명확하지 못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헐크의 등장에 있어서만큼 드라마틱한 카타르시스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참을 만한 가치를 갖는다.헐크는 배너의 육체적 서정을 효과적으로 극대화한다. 그렇게 불어난 서정은 애 같은 폭력성향이 주는 코믹함과 함께 숙명주의적 청승을 느끼게 한다. ‘과잉반응’이겠지만 고야의 ‘거인’ 연작 이후 이렇게 극적인 용적을 자랑하는 감상성을 경험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여기에서 이안이 클래식 액션 영웅, 헐크의 육체성에 흥미를 가졌다면 그것은 헐크가 분노의 외화에 대한 효과적 알레고리이자 비감어린 스펙터클로 형상화할 수 있는 질료였기 때문인 것 같다.이 주의 문화행사탈놀이 ‘다시 온 취발이’7월17~20일/국립극장 하늘극장/일반 1만5,000원, 대학생 1만2,000원<다시 온 취발이 designtimesp=24090>는 전통탈춤의 이야기 구조와 인물들을 우리시대의 생활상으로 불러들인 ‘창작탈춤’이다. 2003 문화관광부 ‘전통연희창작희곡공모’ 우수작이며 보고타 세계 야외극 축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취발이는 술에 취한 붉은 얼굴로 건들거리는 천하의 한량. 봉산탈춤, 강령탈춤 등 전통탈춤에서 노장과 대립하는 인물로, 비판과 생산의 상징적 인물로, 때로는 투쟁적인 상인의 전형으로 나타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취발이는 더 이상 술에 취한 얼굴이 아니라 정열적이고 역동적이며 발랄한 자기표현으로 묘사된다.취발이가 소속된 예술단은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부자카드’ 판촉이벤트에 참여한다. 단원들은 자신들부터 가입해 실적을 채우지만 취발이는 이에 반발, 예술단을 이탈한다는 설정.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회 단면을 풍자하고 배우와 관객 모두가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웃음으로 하나가 되는 무대다. (02-765-3516)미조구치 겐지 회고전 = 7월19일~8월8일/시네마테크 부산시네마테크 부산은 2003년 6번째 기획 영화제로 일본 영화계의 거장 미조구치 겐지(1898~1956) 회고전을 개최한다.중기 대표작 <나니와 엘레지 designtimesp=24100> <기온의 자매 designtimesp=24101>에서부터 탐미적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며 3년 연속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오하루의 일생 designtimesp=24102> <우게츠 이야기 designtimesp=24103> <산쇼다유 designtimesp=24104>에 이르기까지 대표작 14편이 소개된다. (051-742-5377)한국현대미술전 ‘미술과 놀이’ = 7월25일~8월24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5개월간의 새 단장 끝에 재개관하는 한가람미술관이 첫 번째 기획전을 가진다. 한국현대미술전 <미술과 놀이 designtimesp=24108>는 미술에 있어서의 놀이와 유희적 특성을 현대미술작품을 통해 흥미롭게 구성한 전시회다. 미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상상력에 빠져드는 경험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