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서는 가슴 아픈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최근 세계 주요 면세점의 카르티에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흥미롭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세계적인 보석ㆍ시계 브랜드 카르티에의 한국법인인 리치몬트코리아의 로랑 그로고자 사장(42)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내 명품시장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이 늘었죠. 그중에는 명품 구매를 위한 여행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해외 명품은 외국에서 사야 싸다’는 것은 정말 선입견에 불과합니다.”7월 초 발표한 세계 주요 면세점의 가격리스트에 따르면 카르티에의 대표적인 삼색반지‘트리니티’의 경우 국내 면세점에서는 550달러(약 66만원)에 팔린다. 하지만 일본은 608달러(약 73만원), 미국 뉴욕은 595달러(약 71만원)에 판매며 쇼핑천국으로 알려진 홍콩 면세점의 판매가격도 615달러(약 73만원)에 이른다.그는 이처럼 “카르티에는 한국 면세점에서 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명품시장은 크게 성장했다고 덧붙였다.지난 1년여의 한국생활 속에서 한국인이 여행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민족임을 깨달았다는 그로고자 사장은 한국은 명품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VIP마케팅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명품 브랜드의 경영자로서 그는 브랜드 관리를 강조했다.“브랜드 관리는 딴 게 아닙니다. 고객의 욕구가 꾸준히 형성되도록 유지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죠(Keep the desire).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계속 출시해야 고객들이 관심을 놓지 않게 됩니다.”지난해부터는 1년에 3번 문화예술 잡지를 발간해 고객에게 배포하고 있다. 일종의 ‘카르티에’ 문화를 고객이 꾸준히 관심 있게 볼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다. 또 같은 이유로 지난해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카르티에 제품전시회를 열기도 했다.그가 명품의 조건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사성이다. 카르티에가 15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한국 브랜드의 명품화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이다.한국의 휴대전화산업이나 자기ㆍ서예 등의 예술ㆍ문화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상품성 있는 브랜드들이 역사나 신화를 갖출 만한 조건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대외홍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처음 근무하는 해외지사로 한국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경기를 꿋꿋하게 이겨가는 한국경제처럼 카르티에 브랜드도 한국에서 최고의 보석 브랜드 자리를 지켜가도록 만들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