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플러스 사이즈 시장 260억달러, 2005년 470억달러 전망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는 고등학생 사만다 헤르난데스(16)는 옷을 사러갈 때 걱정이 앞선다. 예전에 의류가게에서 겪은 일 때문이다. 친구들보다 체격이 큰 편인 헤르난데스는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지만 자기에게 맞는 사이즈가 없다는 점원의 대답에 얼굴이 붉어졌던 기억이 있다.그후 헤르난데스는 의류 쇼핑이 항상 부담스럽게 느껴진다.일반적으로 여성의류는 뚱뚱한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는 편이다. 그만큼 뚱뚱한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사이즈에 맞는 옷을 구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발견해도 소위 ‘아줌마 스타일’이 대부분이어서 유행에 민감한 10~20대 여성들에게는 여간 불만스러운 일이 아니다.미국 여성의류시장에서 ‘플러스 사이즈’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는 의류시장 불황을 탈출할 수 있는 희망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는 평균보다 다소 뚱뚱한 여성들을 위한 사이즈. 미국 여성복사이즈는 6ㆍ8ㆍ10ㆍ12ㆍ14로 표시되는데, 플러스 사이즈는 보통 14 이상을 의미한다.신시내티대학의 필리스 보처딩 교수에 따르면 올해 미국 여성의류 가운데 플러스 사이즈 시장 규모는 대략 260억달러. 시장조사기관인 마켓리서치닷컴은 오는 2005년 플러스 사이즈 시장 규모가 4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플러스 사이즈 시장의 중요성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NPD패션월드는 올해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전체 의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99년에는 6%에 불과했다.플러스 사이즈 시장은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아직 과소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NPD패션월드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플러스 사이즈의 기준인 14 이상을 입는 여성이 60%를 웃돈다. 전체 의류시장에서 플러스 사이즈가 차지하는 비중 25%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게다가 미국은 비만이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성인남녀 64%는 과체중 또는 비만이다. 그중 비만은 31%다. 비만인구가 많다는 것은 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NPD패션월드의 애널리스트 마샬 코헨씨는 “여성복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사이즈는 14이며, 그다음이 12, 16사이즈이다”며 “플러스 사이즈는 이제 소수가 아니라 다수”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여성의류시장이 플러스 사이즈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최근 몇 년 사이 플러스 사이즈 전문 의류회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는 레인브라이언트(www.lbcatalog.com)와 애버뉴(www.avenue.com). 레인브라이언트는 14사이즈 이상의 플러스 사이즈만 판매한다. 전국에 640개 매장을 갖고 있다.이 회사는 최근 패션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유나이티드리테일그룹의 자회사인 애버뉴는 지난 90년대 플러스 사이즈 시장에 진출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최근 매출성장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 98년 매출이 1,700만달러, 지난해 2,3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외 드레스반(www.dressbarn.com), 엑스트라히프(www.extrahip.com), 토리드(www.torrid.com)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명품 플러스 사이즈도 속속 등장기존 의류회사들도 플러스 사이즈 시장의 잠재력을 깨닫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저가 의류브랜드인 올드네이비(Old Navy)는 여성의류 사이즈를 20까지 확대했다. 딜라즈(Dillards)는 14~26사이즈를 내놓았다.유명 의류회사인 토미힐피거(Tommy Hilfiger)와 에디바우어(Eddie Bauer)도 지난해 플러스 사이즈 의류를 선보였다. 일부 의류회사는 그동안 생산하지 않던 16과 18사이즈를 추가해 플러스 사이즈 시장성을 조사하고 있다.백화점과 양판점도 플러스 사이즈 의류 판매에 나서고 있다. 유명 백화점체인인 제이시페니, 양판점인 월마트와 타깃도 플러스 사이즈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플러스 사이즈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바로 온라인쇼핑몰이다. 플러스 사이즈를 입는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사이즈가 공개되는 것을 싫어해 직접 의류가게에 가는 것을 꺼린다. 때문에 플러스 사이즈 온라인쇼핑몰이 활기를 띠고 있다.뉴저지에 사는 필리스 리브라씨는 지난해 자신의 딸이 쇼핑몰에서 치수에 맞는 옷을 찾지 못해 화내는 것을 보고 플러스 사이즈 인터넷쇼핑몰인 시드니클로짓(www.sydneyscloset.com)을 열었다. 시드니클로짓은 44사이즈까지 갖추고 있다.초기자본금은 10만달러. 올해 매출 100만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한 달 방문자수는 20만명에 달한다. 첫해에만 400벌의 드레스를 판매했다. 올해는 1분기에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액을 뛰어넘었다. 리브라씨는 올 매출이 지난해의 네 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모스틀리플러시즈닷컴(www.MostlyPlusses.com)도 플러스 사이즈 전문 온라인쇼핑몰이다. 다양한 디자인의 옷뿐만 아니라 플러스 사이즈 액세서리도 판매하고 있다.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최근 다양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플러스 사이즈의 고급화다. 플러스 사이즈는 초기에 청바지와 티셔츠가 주류를 이뤘지만 요즘은 세련된 의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나이티드리테일그룹은 올 가을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원단을 사용한 의류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명품 플러스 사이즈도 등장했다. 명품 브랜드 막스마라가 세운 마리나 리날디는 9월 명품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인 MR를 공개할 예정이다. 30대의 부유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50개 플러스 사이즈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플러스 사이즈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뚱뚱한 모델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에이전시도 생겼다. 뉴욕에 있는 클릭이다. 일반 모델들의 신체사이즈는 보통 8~10이지만 클릭은 35사이즈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객들의 눈에 맞춘 전문모델까지 등장한 것이다.이밖에도 플러스 사이즈 전문잡지인 그레이스스타일(www.Gracestyle.com)이 창간됐고, 뚱뚱한 여성을 위한 패션 웹사이트(www.SizeAppeal.com)도 등장해 플러스 사이즈 시장 열기를 반영하고 있다.일부에서는 전문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 출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의 상당수는 자신이 플러스 사이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러스 사이즈를 강조하면 자신은 뚱뚱하지 않다고 반발해 오히려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신시내티대학 보처딩 교수는 “시장이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플러스 사이즈라고 밝히는 것보다 다양한 범위의 사이즈를 내놓는 것이 현명한 마케팅 방법”이라고 말한다. 고객이 스스로 뚱뚱하다고 느끼지 않게 하면서 플러스 사이즈를 구매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플러스 사이즈 시장은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계층에 관심을 돌린 결과 발견한 새로운 시장이다. ‘뚱뚱한 것은 죄가 아니다.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그들도 엄연한 사회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구성원이다. 뚱뚱한 사람도 예쁜 옷을 입을 자격이 있다’는 발상의 전환 덕에 찾아낸 황금시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