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인식 값 부여해 희소 가치 부여…팬 커뮤니티의 확장, 아티스트와 연결 고리 강화도

[비트코인 A to Z]
BTS 앨범을 토큰으로 발행한다면…대체 불가능 토큰 ‘NFT’ 뜬다
현실의 모든 객체는 단 하나만 존재하며 각자의 개별성을 통해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다. 이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가치 있는 것들은 물질적인 형태로 존재해야만 했다. 디지털 공간에서 쉬운 복제가 허용되는 순간 고유의 가치가 급격하게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일성의 가치를 가상의 세계로 확대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대체 불가능 토큰, NFT(Non Fungible Token)다. 서로 다른 비트코인은 뒤섞여도 가치상의 차이가 없지만 블록체인상에서 발행되는 NFT 자산은 개별적으로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기 때문에 희소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디지털 코드에 불과한 NFT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기반해 진품을 쉽게 입증할 뿐만 아니라 잠재돼 있던 거대한 팬 커뮤니티의 가치를 일깨웠기 때문이다. 2018년 크립토키티(Crypto Kitty)와 함께 실험적으로 등장했던 NFT는 어느새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예술품 등의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급격한 속도로 시장을 키워 가고 있다. 최근 한달간 NFT의 판매량은 3억 달러(약 3410억원)가 훌쩍 넘었는데 크립토 펑크(Crypto Punk)에서는 수억원 상당의 독특한 초상화들이 불티나게 판매됐고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에서는 무려 17억원에 달하는 가상의 아이템이 판매되기도 했다.
역동적인 커뮤니티 만드는 디지털 플랫폼
한동안 뮤지션들의 수익은 음원 판매와 콘서트 티켓 판매라는 두 가지의 방식으로 고착화돼 있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뮤지션을 향한 팬들의 로열티가 온전히 전달될 수 없다. 제아무리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는 팬이더라도 얼마나 많은 앨범을 사고 몇 번이나 콘서트에 갈 수 있을까. 하물며 작년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콘서트가 줄줄이 취소되고 기념품도 오프라인에서 쉽게 유통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NFT는 이러한 환경에서 팬과 아티스트가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가치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유명 디제이 블라우가 오리진 프로토콜(Origin Protocol)을 통해 바이닐 앨범 전체를 NFT로 만들고 판매해 13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창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블라우 NFT 앨범의 경매 우승자와 NFT 보유자들은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한정판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향후 앨범 제작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질 뿐만 아니라 백스테이지 패스, 일대일 화상 통화, 생일 축하 메시지 등 다양한 형태로 아티스트와 소통의 기회가 주어진다. 팬과 아티스트가 속해 있는 커뮤니티 내의 디지털 연결 고리가 NFT를 통해 강력하게 생성된 셈이다.

전통적인 예술품 시장에서는 갤러리가 컬렉터 네트워크를 독점하며 발행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수수료를 취하고 있지만 NFT로 발행된 디지털 아트는 저렴한 수수료의 NFT 마켓 플레이스에서 수많은 잠재 컬렉터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여러 개의 한정판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각각의 작품 번호를 누가 소유하고 있고 얼마에 구매했는지 등의 정보를 쉽고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2차 거래에 따른 수수료의 일부가 작가에게 항상 배분되기 때문에 작가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과거 작품을 소유한 이들과도 관계적 내러티브를 만들어 갈 인센티브가 부여된다는 점은 놀라운 변화다. 이러한 가능성은 디지털 아트가 전통적인 예술품 시장과는 전혀 다른 역동적인 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작가와 컬렉터들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커뮤니티와 작품의 가치를 동시에 키워 나갈 수 있다.
BTS 앨범을 토큰으로 발행한다면…대체 불가능 토큰 ‘NFT’ 뜬다

메타버스에 자리잡은 NFT
NFT의 또 다른 잠재력은 가상 세계와의 무한한 결합성과 확장성이다. 필자가 NFT의 가치를 크게 깨달았던 순간은 블록체인상에 구현된 메타버스 게임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를 돌아다니다가 어떤 미술관에 들어갔을 때였다.

현실의 미술품은 그것이 전시된 곳을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NFT로 발행된 디지털 아트는 가상 세계에 전시해 해당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작품을 노출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디지털 이미지가 진품이라는 것을 쉽게 증명함으로써 컬렉터로서의 자긍심까지 높일 수 있고 갤러리의 그림을 클릭하는 순간 바로 NFT 마켓 플레이스가 연동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거래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 곳곳에 배치된 NFT는 보다 실체적인 인터랙션과 함께 풍성한 문화 경험을 선사하며 나아가 가상 세계를 점점 더 현실과 같은 경제 공간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예술품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처음에는 예술가의 영감에서 태어나고 그다음은 그것을 감상하는 팬들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예술품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예술품을 향유하는 팬 커뮤니티를 통해 온전히 그 가치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연결된 모든 구성원들이 비싼 발행 비용이나 유통 비용 없이 누구나 각자의 고유한 가치를 가지는 예술품을 쉽게 생성하고 교환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이 흥미진진한 가상 세계의 실험에 참여해 보면 어떨까. 그동안 잠재돼 있던 팬 커뮤니티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고 아티스트와 팬들을 하나로 묶는 상징의 일부가 돼 경제적 가치까지 키워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