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오른 판매가격, 원자재 값 하락에도 요지부동

[화제의 리포트]

이번 호 화제의 리포트는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곡물가 상승이 불러올 음식료 봄바람’을 선정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밥상 물가 폭등이 식음료 기업의 주가와 함께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하며 원재료 값 급등에도 식음료 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채소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채소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금파’와 ‘금달걀’ 등은 밥상 물가 폭등이 가져온 신조어다. 세계적으로 곡물 등 식자재 값 급등 추세가 멈추지 않아서다. 글로벌 경기 회복 시기였던 2017년 초부터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급등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우려가 불거지면서 본격화됐다.

곡종을 가리지 않고 이 현상은 농산물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주요 곡물가는 지난해 저점 대비 29~82%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2월 기준 116.0이다. 9개월 연속 증가 중으로,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애그플레이션 우려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일반 물가 상승을 일컫는 용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세계 각국은 농산물 반출을 제한해 곡물가 상승을 유발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지난해 3~4월 쌀 수출을 중단했다. 주요 밀 생산국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역시 일시적으로 자국 농산물의 반출 제한을 실시하는 등 식량 안보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공급 부족이 나타나면서 국제 곡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으로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역시 곡물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 중국에선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여름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수천만 명의 이재민과 수십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 이 지역은 중국에서도 대표적인 곡창 지대로 꼽힌다.

‘金파·金달걀’ 밥상 물가 폭등이 불러온 식음료 기업의 반사이익



밥상 물가 오름세, 멈출 때 됐다

세계 곡물 재고 보유량이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며 밥상 물가 급등은 조만간 멈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현재 주요 곡물의 재고율은 밀 38.8%, 대두 22.6%, 옥수수 25.0% 등으로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우호적 기후 환경 역시 안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기후 관련 기관에선 올해 전망 리포트에서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지난해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통해 주요 곡물 생산 지역에서 안정적인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급등 요인은 발견되지 않는다. 중국 소비가 코로나19 저점 이후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한 자릿수 중·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현재 식품 관련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 유가 상승으로 가중될 수 있는 바이오 연료 관련 수요도 우려할 만한 수준의 증가세가 예상되지 않는다. 올해 미국의 바이오 에탄올 관련 옥수수 수요는 2.0% 증가해 현지 옥수수 공급 증가율 1.5%를 소폭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옥수수 공급이 1.2% 늘어나는 것과 비교해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 사용은 0.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수요 역시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추계 인구는 2025년까지 81억8000만 명, 연평균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5~2020년 연평균 성장률 1.1%에서 소폭 둔화된 수준이다.

‘金파·金달걀’ 밥상 물가 폭등이 불러온 식음료 기업의 반사이익

원재료 값 올라도 식음료업계 ‘신바람’

식자재 값과 관련 업체의 주가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료품의 원재료로 각종 농산물이 쓰이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이 상승할 때 음식료 업종의 주가도 상승하고 반대로 내려가면 지수도 함께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원가가 오르는 시기에 업종의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가 지불하는 제품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식음료 업체는 지난해부터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 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38개 식품의 소비자 가격은 출고가 인상으로 전년 대비 평균 10% 올랐다.

업체의 가격 인상은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 원가 부담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단, 식음료 업체는 현실적으로 가격 인상을 수차례 실시하기 어렵다. 제품 판가 인상을 단행한 후 원가가 계속 오르면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관련 업체는 유연한 방식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유도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이 쉬운 신제품 출시, 제품의 프리미엄화 등을 실시 중이다.

최근 판매 가격 인상 후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화될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 기업은 낮아질 원가에도 인상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한국의 대표 식품 업체인 CJ제일제당은 1위 업체의 위엄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6547억원, 2720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23.6%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김치·햇반·식용유 등의 판매 가격 인상이 원재료 상승분을 상쇄해 실적 상승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 판가 인상 이후의 원가 하락은 음식료 업종의 분명한 이익 모멘텀이다. 단, 판관비 증가라는 가능성은 유의해야 한다. 음식료 업체의 지난해 호실적의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확대가 주요인이지만 이 밖에 판관비 감소가 이익 증가를 견인했던 측면이 있다.

내수 시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해 왔던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과도하게 판관비를 써 왔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이 수요가 크게 늘어난 환경에서는 마케팅의 중요도가 떨어진다. 반면 코로나19 완화가 기대되는 올해 마케팅 비용이 다시 늘어나면 원가 하락으로 늘어난 이익이 판관비로 상쇄될 수 있다.

정리 =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