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관리 세계 2위, 현대차·테슬라도 기본 품목화…LG·SK 인수 후보로 꼽혀

[비즈니스 포커스]
배터리에 가려진 ‘숨은 보석’ 한온시스템 누가 품을까
소문만 무성하던 글로벌 자동차 열 관리(공조) 시스템 2위 기업인 한온시스템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최대 주주(50.5%)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최근 매각 주간사회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한온시스템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열 관리 전문 기업으로 현대차뿐만 아니라 아우디·폭스바겐·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현대차·테슬라 전기차에 기본 품목으로 들어가는 히트 펌프 시스템과 멀티 밸브는 한온시스템이 공급하고 있다. 2019년에는 매출 7조1542억원, 영업이익 4838억원을 올렸고 2020년에는 매출 6조8728억원, 영업이익 3158억원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앤컴퍼니, 인수 7년 만에 엑시트 나서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와 손잡고 약 3조8000억원을 들여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9%를 인수했다. 공동 인수를 통해 한앤컴퍼니는 50.5%, 한국타이어는 19.49%의 한온시스템 지분을 나눠 갖게 됐다. 인수·합병(M&A)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을 통해 보유한 지분 70%의 가치가 최소 8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기업 인수 5년을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적기로 본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시장에서는 한온시스템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앤컴퍼니는 인수한 회사와 유사한 업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기업과 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온시스템 인수 이후에도 2018년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회사인 캐나다의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유압과 제어 사업부문을 약 1조4000억원에 사들여 밸류업을 시도했다. 이후에도 6년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1조35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차 연구 인력 비율을 56% 이상 높이며 미래차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한온시스템은 경북 경주에 전기차 전용 부품 공장도 짓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완공해 3분기부터 이곳에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히트 펌프 모듈, 냉각수 밸브 어셈블리 등의 양산에 돌입한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현대차의 아이오닉 5·6·7과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의 열 관리 솔루션을 수주한 바 있다. 경주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은 현대차의 아이오닉5를 비롯해 2023년 출시되는 E-GMP 적용 차종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양산이 본격화되는 2021년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온시스템 매출에서 친환경차 부품 비율은 약 19%다.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 부품군으로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 히트 펌프, 전동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는데 이 부품들은 전기차 성능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부품들이어서 전기차 판매 증가에 비례해 물량이 늘어나고 평균 판매 단가도 기존 내연기관 부품보다 높아 매출 기여도도 크다. 연평균 24% 성장하는 한온시스템의 친환경차 부품군은 2023년 매출액 2조7000억원, 2025년 매출액 4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픽=윤석표 기자
그래픽=윤석표 기자
車 부품계 ‘게임 체인저’…몸값 수조원대 예상
한온시스템은 시가 총액이 10조원에 육박해 한국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성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한온시스템의 강점인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은 내연기관차에서는 실내 냉난방 기능에 집중된 편의 부품이었지만 전기차에서는 주행 거리 연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에서 열 관리 시스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엔진 없이 냉매를 활용해 실내 난방과 냉방을 해야 하고 배터리 에너지 효율을 높여 주행 거리를 연장해야 한다. 또 전장부품의 열 관리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전기차는 배터리 원재료의 낮은 에너지 밀도로 인해 내연기관차 대비 주행 거리가 짧고 충전 시간이 길다. 하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주행 거리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주변의 온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대량 생산 시대가 열리면서 열 관리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온시스템의 인수 후보로는 마그나와 합작사(LG 마그나 이파워트레인)를 설립하고 배터리 제조사(LG에너지솔루션)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LG그룹이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오하이오 주에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공장을 짓는 등 강력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어 GM과 공동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소재 수직 계열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그룹도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폭스바겐·테슬라 등 배터리 부문에서 기술 차별화가 필요한 글로벌 전기차 업체도 인수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공조를 설립했던 한라그룹도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관건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이다. 비싼 가격 때문에 단독 인수보다 여러 투자자가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우선 매수권을 보유한 한국타이어가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인수전에 참전할 가능성도 있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의 주주 간 계약은 6년이 지나면서 2021년 6월 소멸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간 경영권 분쟁 이슈로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지분 추가 인수보다 동반 매도하고 타이어 사업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온시스템과 높은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인수 후보로 배터리 제조사를 보유하고 모빌리티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LG그룹과 SK그룹, 전기차 기술 차별화에 투자하며 자국에 경쟁력 있는 열 관리 업체가 없는 폭스바겐과 GM이 꼽힌다”며 “현대차그룹도 중국 업체에 팔리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