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품명 ‘Maternité Rouge’
작가 ‘마르크 샤갈’
추정가 4000만~7000만원
이승행 아트투게더 대표 “공동 구매, 미술 시장 대중화 열었죠”
볼 것도 없었다. 그림 문외한인 기자도 알 만한 마르크 샤갈의 작품이라니 재미 삼아 투자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샤갈의 작품을 조각으로 구매할 수 있다니…. 소장은 하지 못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하기에도 괜찮았다. “어~ 나 샤갈 작품 5조각 가진 사람이야.” 총 5466조각 중 어느새 859조각밖에 남지 않았다. 마감될 새라 서둘러 예치금 계좌에 5만원을 넣고 결제 버튼을 누르니 ‘마르크 샤갈 상품 구입이 완료되었습니다’란 메시지가 떴다. 회원 가입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은 인생 첫 ‘미술품 공동 구매’였다.

최근 미술품 공동 구매가 아트테크의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술품 공동 구매는 그림의 원본을 플랫폼 업체가 보관하고 해당 그림을 온라인상에서 수백~수만 조각으로 나눠 소유권을 갖는 방식이다. 최소 1만원부터 원하는 금액만큼 그림의 조각을 구매할 수 있다. 작품을 집 안에 걸어둘 수는 없지만 작품 권리증을 발급받는다.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생긴 새로운 ‘아트테크’로, 아트테크의 대중화에 ‘공동 구매’가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일반 투자는 차익을 개인이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지만 공동 투자는 투자 수익을 나눠 가져야 하는 만큼 투자처로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으며, 소비자 보호를 받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거 P2P 업체처럼 수많은 공동 구매 플랫폼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수년 내에 업체 간 생사가 가려질 것이란 전망 등도 나온다. 특히 회사 부도시 조각 판매된 작품 처리와 투자금 상환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한국에서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을 운영 중인 이승행 아트투게더 대표에게 2030의 투자처로서 ‘공동 구매’를 물었다.
이승행 아트투게더 대표. 왼쪽은 세계적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줄리언 오피의 작품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승행 아트투게더 대표. 왼쪽은 세계적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줄리언 오피의 작품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참여 고객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현재 다양한 연령이 아트투게더 공동 구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가장 높은 구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연령대는 30대로 총 구매량의 42%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어 20대가 27% 40대가 22%로 높은 구매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투자자들과 차이가 있나요.
“기존의 미술 시장은 4050의 중년층과 고액 자산가들을 주축으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경매, 갤러리들의 온라인 전시, 아트 페어의 온라인 뷰잉 룸 등 미술 시장의 온라인화로 2030·밀레니얼 세대가 미술 시장에 대거 진입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공유 경제가 익숙한 세대로, 소유와 공유를 적절하게 잘 활용하며 온라인 미술 시장의 투명성에 주목합니다. 기존의 미술 시장에서 고액 투자를 하던 자산가들과 달리 소액으로 미술 시장의 다양한 작품을 공동으로 구매하고 즐기며 온라인 미술 시장을 통해 미술 시장에 진입해 폭넓은 분야의 다양한 작가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2030의 투자 현황이 궁금합니다.
“밀레니 얼세대의 아트테크는 마스터 작가의 판화 작품 혹은 트렌디한 컨템퍼러리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구매하고 있고 작품당 평균 25만원 정도를 씁니다. 소액으로 다양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트투게더와 같은 공동 구매 플랫폼을 이용해 소액으로 미술 시장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고 이에 따라 미술 시장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공동 구매 방식이 궁금해요.
“아트투게더에서는 고가에 거래되는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을 여러 개인이 공동으로 구매한 후 이를 통해 손익을 분배받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요. 먼저 아트투게더에서 선정한 작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동 구매를 진행한 후 모집이 완료되면 조각 거래소에서 조각을 거래할 수 있고 소상공인이나 사업자에게 대여되면 소유자들에게 대여 수익을 분배하며 매각에 적절한 시기가 됐을 때 소유자들의 투표를 통해 매각이 결정되면 매각을 진행해 최종 수익을 분배합니다.”

-수익 구조는 어떤가요.
“투자자의 수익 구조는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첫째는 작품을 매각해 얻는 매매 차익입니다. 작품을 매각하는 기준은 아트투게더 내부 큐레이터들이 시장 상황을 연구하고 파악해 매각처와 매각 시기를 결정합니다. 이후 해당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매각 의사를 묻고 과반수의 의견에 따라 매각 여부를 결정합니다. 둘째는 작품 렌털을 통해 얻는 렌털 수익입니다. 병원과 카페 등의 상업 공간에 해당 작품을 렌털해 매월 렌털 수익금을 분배하고 해당 작품 소유자가 렌털한 업체를 방문 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추가적인 업체 해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는 조각 거래소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소유자는 공동 구매로 구입한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지분을 매각해 중도 수익을 낼 수도 있고 급하게 자금 회수가 필요할 때는 조금 낮은 금액에 매각해 빠르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집에 걸 수도 없는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미술품을 개인이 혼자 작품을 구매하면 관리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지만 다수가 함께, 즉 공동으로 구매하면 우리와 같은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이 전문적으로 위탁 관리, 보관함으로써 작품 손상이나 분실 등의 리스크가 크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액으로 다수 작품을 구매할 수 있고 각 작품마다 희소가치성이 있어 수년 후 높은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죠. 또한 한국 생존 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때 이자 소득세와 양도 소득세가 발생하지 않아 대체 투자에서는 얻기 힘든 ‘절세 혜택’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공동 구매에는 실제 자신이 구매한 작품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손상이나 도난이 발생하지 않는지,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리스크 관리법은 각사별로 다르지만 자체 갤러리를 통해 고객들이 언제든지 작품을 볼 수 있고 보험사를 통해 다양한 리스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이 구매한 작품에 대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큐레이터들이 지속적으로 시장 상황을 연구해 매각처와 매각 시기를 결정하고 있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