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와 중량 확인이 가장 중요…포나인은 순도 99.99%, 스리나인은 99.9% 의미

[컴퍼니]
사진=한국조폐공사
사진=한국조폐공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유동성이 물가를 끌어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 위험을 회피(헤지)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안전 자산인 금(金)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금 투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고민은 속아서 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순도 높은 금인 줄 알고 샀다가 나중에 되팔 때 알고 보니 순도가 떨어지는 제품이라면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되는 금의 품질 인증 기관인 한국조폐공사의 도움을 받아 ‘금테크 포인트’를 알아봤다.

포나인과 스리나인, 뭐가 다른가


금이나 은을 살 때 99.99 또는 999.9로 표시된 숫자가 있다. 모두 순도(함량)를 표시한 것이다. 99.99 골드바는 금의 함량이 99.99% 이상, 불순물이 0.01% 미만이고 999.9는 금이 999.9‰ 이상, 불순물이 0.1‰ 미만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99.99는 백분율(% : 퍼센트), 999.9는 천분율(‰ : 퍼밀)에 따른 표기 차이일 뿐 동일한 순도의 제품이다.

999.9‰이나 99.99%는 가장 순도가 높은 제품을 의미하는데, 이처럼 9가 4개인 것을 포나인(four nine)이라고 부른다. 포나인 제품은 9가 3개인 스리나인(three nine)(999‰=99.9%) 제품보다 순도가 높다.

국가기술표준원의 KS국가표준에도 금괴(골드바)의 순도는 999.9‰로 정의돼 있다. 순도가 999.9‰인 금괴(순금 재료) 제품에는 24K 또는 999.9로, 은괴(순은 재료)에는 Ag999.9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에는 스리나인 골드바도 적지 않다. 순도 높은 금으로 믿고 샀다가 되팔 때 순도가 떨어지는 제품인 걸 알게 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금을 살 때는 포나인 제품인지, 스리나인 제품인지 꼭 확인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금과 도금의 차이 어떻게 알 수 있나

금의 순도를 나타내는 단위에는 24K, 18K, 14K처럼 흔히 K를 쓴다. 숫자 뒤에 붙는 K는 캐럿(Karat)의 약자인데 다이아몬드의 캐럿(Carat)과 첫 글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다. 또 무게의 단위인 다이아몬드 캐럿과는 다르게 금 캐럿은 오직 순도만 뜻한다.

단위가 클수록 순도는 높다. KS국가표준에 따르면 순금 제품은 24K 또는 999.9로 표시하는데 순도가 999.9‰ 이상이다. 18K의 순도는 750‰, 14K는 585‰이다.

순금이 아닌 도금 액세서리에는 14KT처럼 영어 K 뒤에 다른 알파벳이 추가로 붙어 있거나 ‘GP(Gold Plated : 도금)’라고 적혀 있다. 그 외에 아무 표기가 없거나 다른 글씨 또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는 것도 순금이 아니다.
순도는 어떻게 측정하나

귀금속 순도 분석은 유도 결합 플라스마(ICP : Inductively Coupled Plasma)라는 장비를 통해 이뤄진다. 금 지금(원재료 상태)을 녹여 액체로 만든 뒤 금(Au) 함량이 999.9‰ 이상이고 철·납·구리 등과 같은 20개 원소의 불순물 함량이 0.1‰ 미만인지 측정한다.
순도만큼 중요한 무게

순도만큼 중량도 중요하다. 만약 100g짜리 골드바를 산다면 정밀 전자 저울로 100g이 맞는지 정확히 확인해 봐야 한다. 티끌만큼인 0.1g만 모자라도 최근 시세로 약 7000원(부가세 포함) 비싸게 산 셈이 된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금은방에서 적어 주는 정보를 무턱대고 믿지 말고 저울과 제품의 정보가 정확히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저질 금’으로 인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순도와 중량이 보증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무게 측정은 어떻게 하나

KRX에서 거래되는 금은 조폐공사가 순도와 중량을 보증한다. 조폐공사는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측정(정밀도±0.001g)할 수 있는 고가의 정밀 전자 저울로 전수 검사한다. 또 주기적인 저울 검·교정을 통해 고객에게 중량 미달의 제품이 배송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돋보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오롯디윰관 내부 모습. [사진=한국조폐공사]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오롯디윰관 내부 모습. [사진=한국조폐공사]
한국조폐공사, 서울 마포에 ‘오롯‧디윰관’ 오픈

한국조폐공사가 자체 골드바 브랜드를 만드는 데 이어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등 귀금속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거래 질서 확립 등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에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특화 매장) ‘오롯‧디윰관’을 개관했다. 조폐공사는 화폐와 국가 신분증(주민증·여권 등) 제조를 맡고 있고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되는 금의 품질 인증 기관이다.

이번에 조폐공사가 오픈한 오롯‧디윰관은 조폐공사 최초의 오프라인 스토어(매장)다. 조폐공사가 70여 년간 축적한 특수 압인 기술을 활용해 만든 골드바와 금메달 등 140여 종의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오롯(Orodt)은 스페인어로 ‘금’을 뜻하는 ‘오로(oro)’와 우리말인 ‘오롯이’의 합성어다. 조폐공사의 순금 제품 브랜드다. 디윰(Diyum)은 ‘쇠를 부어 만듦’의 의미를 가진 우리말 고어로, 문화 메달과 아트 메달 등 조폐공사의 특수 압인 제품 브랜드다.

오롯‧디윰관에 구비돼 있는 오롯 골드바는 10g부터 1000g(1kg)까지 다양하다. 순도 99.99%에 조폐공사가 가진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해 골드바의 위조와 모방이 불가능하다.

골드바 외에 치우천왕‧호랑이 불리온 금메달, 초콜릿 실버바, 천사의 재능 금메달, 곤룡포 금메달 등 각종 금메달이 준비돼 있다. 여기에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메달 등 최신 기념 메달도 만나볼 수 있다.

조폐공사는 오롯‧디윰관 개관 100일을 맞아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연결형 기념 은행권과 골드바 모형 비누를 선착순으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조폐공사는 2014년부터 자체 브랜드 ‘오롯 골드바’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귀금속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거래 질서 확립 등을 위해서다. 오롯 골드바의 매출은 올 1분기 전년 동기보다 172%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오롯 골드바는 ‘오롯‧디윰관’에서뿐만 아니라 조폐공사 온라인 쇼핑몰과 우리은행·IBK기업은행·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우체국과 동네 금은방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