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이마트는 4월 8일 500개 생필품에 대해 경쟁 업체들보다 비쌀 경우 최저 가격과의 차액을 이마트 애플리케이션(앱) 전용 포인트인 ‘e머니’로 적립해 주는 최저 가격 보상 적립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이마트에 앞서 4월 2일 쿠팡이 유료 회원이 아닌 고객에게도 무료로 로켓배송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이마트가 이에 대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GS리테일도 GS프레시몰에서 채소 50여 종에 대해 초저가 판매로 대응했고 이어 마켓컬리도 과일·채소·수산·정육 등 60여 종의 신선식품을 1년 내내 대형마트 온라인몰보다 싸게 판매하겠다고 대응했다.

4월 15일에는 롯데마트가 이마트의 최저 가격 보상 적립제 도입 대상 500개 생필품에 대해 같은 가격으로 대응해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가적으로 롯데마트 쿠폰 전용 앱인 ‘롯데마트 GO앱’을 이용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하면 해당 제품에 대해 현금화가 가능한 ‘엘포인트’를 5배 적립해 주기로 했다.

이러한 유통가의 최저가 경쟁은 1997년 최저가 보상제 도입에 따른 가격 할인 경쟁과 2010년의 ‘10원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경쟁이 지난 경쟁과 차이가 있다면 과거와 달리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경쟁하고 최저가 경쟁의 촉발이 온라인 쇼핑몰의 리더인 쿠팡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7년의 최저가 경쟁은 당시 유통업계 1위인 이마트가 전격적으로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하고 까르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경쟁 업체들이 맞대응하면서 10여 년간 출혈 전쟁을 치렀었다. 결국 모두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성과는 없어지고 오히려 피해가 커지자 업체들 간에 서로 눈치만 보다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당시 최저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제조·납품업체들이었을 것이고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가장 컸을 것이다. 2010년 다시 불붙은 가격 경쟁은 이마트가 12개 품목에 대해 가격 인하를 실시하자 롯데마트가 경쟁사보다 10원 더 싸게 판매하겠다고 하면서 소위 10원 전쟁이 일어났었다. 이번 최저가 경쟁은 일종의 ‘최저가 3차 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가 보상제는 유통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규모의 경제 경쟁력을 갖춘 유통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가격 전략이다. 통상 1위 업체가 전략을 도입하면 경쟁 업체들도 이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를 따를 여력이 없는 중하위 업체들은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임을 보여주게 되는 불리한 상황에 처해지게 되는 것이다.

1997년 시작된 대형 유통업체 간 최저가 경쟁은 치킨 게임과 같은 출혈 경쟁으로 과열되면서 제조·납품업체에 납품 단가 인하 등 출혈 경쟁의 피해 우려가 커지게 됐다. 이후 2010년 10원 전쟁으로 다시 불붙으며 제조·납품업체의 피해 우려가 증폭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 공정 거래가 주목 받으면서 2011년 11월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 법률(약칭 대규모유통업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번 최저가 경쟁 또한 예전과 같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며 제조·납품업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함께 불공정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많은 규제는 그 원인 제공에 피규제자들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 주된 도입의 이유였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한편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 유통 시장의 최저가 경쟁은 소비자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또한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과열된 가격 인하 경쟁은 제조·납품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에 이어 결국 품질 저하와 같은 부작용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가격 인하에 의한 출혈 경쟁은 유통업계나 제조업계에 득이 되지 못할 것이다. 업계 스스로도 냉정하게 대응해야 하고 정책 당국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을 잘 살펴야 한다.
‘최저가 3차 대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