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1926년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은 창립 100주년을 5년 남겨두고 있다. 최근 유한양행의 제22대 대표이사에 취임한 조욱제 사장은 ‘새로운 유한 100년사 창조’라는 막중한 사명을 안게 됐다. 조 사장은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함께 유한양행이 한국 매출 1위 제약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조욱제 사장 “‘글로벌 유한’으로 성장해 나갈 것”
(사진)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 /유한양행 제공
(사진)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 /유한양행 제공
조 사장은 최근 취임사를 통해 “연구·개발(R&D)과 직원 역량 강화, 자율성 확대를 통한 기업 문화 개선, 신규 사업 확대와 개선을 통해 ‘글로벌 유한’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자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발굴은 물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3년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5건, 최대 약 4조원의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 성과를 달성했다. 이 중 얀센에 기술 수출한 렉라자는 ‘국산 31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은 도입한 기술이나 약물의 가치를 극대화해 글로벌 기술 수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이를 위해 개발 단계에 따라 강점인 신약 물질의 효능·독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연구와 초기 임상 연구를 통한 중개·생산·제제 연구 등 실질적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사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얀센바이오텍과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 항암제 렉라자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2억500만 달러 규모의 빅딜이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기술 수출 계약 1건으로만 현재까지 약 1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유한양행은 17개국에서 렉라자 단독 요법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얀센이 주도하는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 시험은 임상 1b상 진행 단계다. 오는 6월 온라인으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렉라자와 아미반타맙의 병용 임상 데이터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 결과에 따라 혁신 치료제로 지정 받게 되면 심사 기간이 단축되는 우선 심사 자격을 얻게 되고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승인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데이터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3상 임상을 진행 중인 렉라자의 단독 또는 병용 요법을 통해 최대 5억6900만 달러의 연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타그리소 내성 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이 없는 만큼 렉라자의 가치를 3조3000억원까지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유한양행은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과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2015년 14개였던 파이프라인을 지난해 말 기준 30개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매출액 대비 5%대에 머무르던 R&D 투자 비율도 1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R&D 비용은 2200억원에 달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R&D 역량 강화, 오픈 이노베이션의 지속적 확대 등을 통해 기술 수출 성과를 달성하고 이 기술 수출 성과를 다시 R&D와 오픈 이노베이션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켰다”며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R&D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