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ESG로 체질 개선 본격화
2030년까지 석유화학 비율 25%로 늘린다

[비즈니스 포커스]
에쓰오일이 직영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휘발유 등 기름과 LPG, 전기까지 모두 공급한다. /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이 직영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휘발유 등 기름과 LPG, 전기까지 모두 공급한다. /에쓰오일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창사 이후 최악의 1조원 규모 적자를 낸 에쓰오일이 미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과 전기차의 확산, 그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 등으로 석유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에쓰오일이 ‘탈석유’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석유수출기구(OPEC)는 2045년까지 석유 수요 증가에서 석유화학용 비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20년 매출 16조8297억원, 영업손실 1조877억원을 기록했다. 정유 부문에서 1조696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반면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은 각각 1820억원, 42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의 높은 실적 변동성과 중·장기 석유 수요 둔화에 대응해 비정유 부문인 석유화학과 다양한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저물어 가는 석유 시대…‘부업’에 올인
에쓰오일은 주력 사업인 정유 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부업으로 여겨졌던 석유화학 비율을 높이는 중이다.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성장 전략인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에쓰오일은 2018년 5조원을 들여 정유 석유화학 복합 시설(RUC&ODC)을 완공한 데 이어 울산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나프타와 부생 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에틸렌과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 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이 핵심이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포장재, 자동차, 전기전자, 건설·토목, 생활용품 등의 핵심 원료로 수요가 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20년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샤힌 프로젝트를 올해 하반기 재개할 예정이다. 투자 금액은 당초 7조원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샤힌 프로젝트로 불리는 에쓰오일의 에틸렌 설비 관련 투자 계획은 스팀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SC&D) 구축과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아람코가 개발한 TC2C(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 기술 도입으로 구성돼 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비율을 생산 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030년 25%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정유·석유화학·윤활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연료전지·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올해 3월 차세대 연료전지 기업인 FCI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수소 에너지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에쓰오일은 FCI에 약 82억원을 투자해 FCI의 지분 20%를 확보했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수소 경제의 핵심적인 장치다. 화력 발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화학적 연소 반응이 없고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는 가장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연료전지로 기존 연료전지보다 발전 효율이 높고 크기가 작아 주택·건물·발전사업용으로도 유용하다.

에쓰오일은 신사업 분야 중 하나로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수소 산업 전반의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 액화 수소 생산·유통 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 충전소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최근에는 버스·트럭의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련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에도 참여하고 있다.
에쓰오일이 울산공장에서 가동 중인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시설(RHDS)은 생산 제품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시설이다. /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이 울산공장에서 가동 중인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시설(RHDS)은 생산 제품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시설이다. /에쓰오일 제공
수소·전기차 충전까지…신사업 드라이브
친환경 생산 설비 구축을 통해 산업계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대기 오염 물질 배출 저감을 위해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 시설(RHDS) 증설 공사를 완료해 가동을 시작했다.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 시설은 고유황 잔사유를 수소 첨가 촉매 반응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생산 제품의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시설이다.

탈황 시설(제1기 RHDS)은 잔사유 처리량이 하루 3만4000배럴에서 4만 배럴로 18% 증가했다. 탈황 처리한 잔사유는 후속 공정을 거쳐 나프타와 초저유황 경유 등 경질유 제품을 생산하고 일부는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고부가 가치의 저유황 선박 연료유로 전환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일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정유 시설의 효율성과 생산 능력 제고 등으로 연간 400억원의 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유증기 소각 설비(VCU)도 가동을 시작했다. 석유 제품과 생산 과정에서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RHDS 증설과 VCU 신설에는 투자비 약 730억원이 투입됐다. VCU는 저장 탱크에서 배출하는 유증기를 포집, 완전 연소해 유해 물질의 대기 배출을 방지하는 친환경 설비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RHDS 증설은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유에 대한 황 함량 규제 강화 등 저유황 선박유 수요 증가 추세에 적극 대응해 ESG 경영의 일환으로 투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을 위해 에너지·배터리 분야·스마트 플랜트·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 가는 중이다. 에쓰오일은 “스마트 팩토리와 같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 소재와 배터리 사업 등과 같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분야, 탄소 저감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분야 등에 대한 직간접 투자 및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능 아스팔트 생산용 유황 개질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범준이엔씨에 지분을 투자했고 원프레딕트(AI 기반 산업 설비 예방 진단 솔루션), 아이피아이테크(폴리이미드 필름), 리베스트(플렉서블 배터리), 글로리엔텍(CDM 사업)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친환경차 고속 성장세에 따라 전기차 충전 사업에도 진출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3월 정기 주주 총회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에쓰오일 직영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작해 휘발유 등 기름·액화석유가스(LPG)·전기까지 모두 공급하고 있다.

정부 그린 뉴딜 정책에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에쓰오일은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최근 정부와 정유업계가 함께하는 ‘정유업계 탄소 중립 협의회’에도 동참했다. 2019년 기준 한국 정유업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3200만 톤으로 전체 산업 배출량의 약 6%를 차지한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에 이어 넷째로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꼽힌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는 “신사업 분야에서도 전략적 검토를 지속하면서 성장 기회를 모색해 비전 2030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