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께 조정 불가피…S&P500은 4000, 코스피는 3000 이하에서 주식 비율 높여야

[머니 인사이트]
다가오는 승부처, 경기 정점과 테이퍼링 리스크
승부처가 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코스피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백신 접종과 경제 활동 정상화, 양호한 기업 실적, 각국의 높은 저축률, 미국의 경기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중반까지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2분기 중반부터 9월까지는 한 차례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너무 좋기 때문에’ 나타나는 두 가지 위험인 ‘경기 정점(peak out) 위험’과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 축소) 위험’ 때문이다. 두 가지 위험은 시차를 두고 동시에 발생한다. 경험적으로 경기 정점 위험이 나타난 후 3개월을 전후해 테이퍼링 위험이 반영되기 시작한다.

경기가 너무 좋아 나타나는 경기 정점 위험

첫째는 경기가 너무 좋아 나타나는 경기 정점 위험이다. 전년 동기 대비 경제 지표들은 2분기를 정점으로 일제히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분기가 최악의 침체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금융 시장이 항상 ‘경기는 정점을 지났고 꺾인다’고 오해했던 이벤트이기도 하다.

침체 이후 경기가 V자 반등으로 회복될 때는 변동성이 큰 전년 동기 대비가 아닌 수준(level) 지표를 봐야 한다. 침체 이전의 경제 수준(규모)을 회복했는지, 성장 추세(기울기)를 회복했는지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회복’ 국면을 지나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확장 국면에서는 부양 강도가 낮아지고 유가와 금리가 상승하며 성장 속도가 완만해진다. 특히 이번 경기 회복은 2년 만에 침체 이전의 경제 수준과 성장 추세로 모두 복귀하는 이례적 사이클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는 올해 2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경제 규모를 회복하고 4분기에는 이전 성장 추세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지원에 집중했던 지난 위기들과 달리 정부가 소득 보전 등 대규모 지원에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KB증권은 2022년과 2023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각각 3.5%, 2.3%로 예상하는데, 아직 2조25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안과 복지 법안 등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증세를 감안해도 8년간 매년 약 0.5~1.0%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예상된다. 올해가 ‘일시적’ 고성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은 여름을 전후해 흔들릴 텐데, 이는 주식 비중 확대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금융 시장이 여름께 흔들릴 것으로 보는 이유는 경제 전망 상향 조정이 일단락됐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미국의 기업 이익 전망치 개선을 이끌었던 것은 경제 전망 상향 조정의 효과였고 경제 전망 상향을 이끌었던 것은 경기 부양책과 백신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기저 효과와 함께 성장률 전망의 상향 조정세가 주춤해지면서 주식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성장 전망 상향이 일단락되면 향후 완만한 장기 금리 상승에도 주식 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다.

미국의 경기 부양책 규모 축소와 처리 지연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2조25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는 물론 복지 법안도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름에 최대한 진전시켜 보자는 것이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다. 공화당이 568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을 제시한 가운데 민주당 중도 진영의 조 맨친 상원위원은 “복지 법안은 전통 인프라 법안과 분리해 추진해야 한다”며 공화당의 대안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에는 1조90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안이 반영돼 있지만 세율 인상을 완화하면서 인프라 투자안의 규모 역시 1조 달러 내외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미국 내 백신 접종자 수 고점이 확인됐다는 점도 시장에는 부담이다.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최근 7일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4월 중순 1일 440만 회의 백신이 접종되고 있었지만 현재는 200만 회 수준으로 느려졌다. 백신의 공급 문제라기보다 성인 인구의 절반이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접종 받으면서 이제는 백신 거부감이 높고 접근성이 높지 않은 지역에서 접종해야 하는 어려움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횟수가 고점을 형성하면서 집단 면역으로 가는 속도도 다소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면서 경제 활동이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다소 낮춰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여름께 고점 대비 10% 내외 조정 전망

둘째는 시장 컨센서스보다 높고 길게 유지될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 위험이다. 올해 2분기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까지 상승하고 이후 7개 분기 동안 평균 2.8%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시적 인플레’라고 넘기기에는 수준이 높고 기간이 길다.

실업률이 완전 고용이자 자연 실업률 추정치인 4.0%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3년 초로 예상된다. Fed는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22년 말과 2023년 말 실업률을 자연 실업률 추정치보다 낮은 3.9%와 3.5%로 전망하면서도 기준 금리를 2023년 말까지 동결할 것이라는 완화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빠른 경기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모든 결과를 확인하고 철저히 후행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취약한 저임금 노동자에게 큰 충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Fed는 이들 일자리의 상당 수준이 회복될 때까지 완화적이고 후행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국제 유가와 원자재 등 공급 차질에 의한 인플레는 경제에 오히려 부담이다. 재난 지원금과 양적 완화 효과로 상업은행의 예금은 급증했지만 은행들의 자본 규제와 대출 태도는 여전히 완고하다. 궁극적으로 수요 측면의 기조적 인플레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Fed는 통화 정책의 정상화보다 최대한 후행적 태도를 보이려고 할 것이다. 즉 ‘현재’의 Fed가 완화적일수록 ‘미래’의 인플레 우려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높아진 인플레 수준과 경제 전망 그리고 자산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리스크로 인해 Fed는 6~7월 FOMC와 7월 의회 반기 청문회, 8월 잭슨홀 심포지엄, 9월 FOMC 중 하나를 통해 통화 정책 정상화(테이퍼링) 논의의 시작을 알릴 가능성이 높다.

Fed는 2022년 초 양적 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를 시작하고 완전 고용 수준에 도달하는 2023년 초부터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주식 시장의 고점 대비 마이너스 10% 이상의 큰 조정은 단순히 ‘금리 급등’이 아니라 Fed의 ‘통화 정책 정상화 언급(테이퍼)’이 있을 때 발생한다. 동 시점은 올해 6~9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 부양책, 백신과 함께 지금까지 글로벌 증시와 장기 금리의 급반등을 이끌었던 것은 생산·원자재·서비스 등 세 가지 ‘공급 부족 위험(shortage risk)’의 순차적 반영이었다. 특히 코스피의 수혜가 컸다. 하지만 2분기 말~3분기 초까지는 반대로 경기 정점(peak out) 위험과 높은 인플레에 따른 테이퍼 위험이 주식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코스피지수는 여름을 전후로 고점 대비 각각 5%와 10% 내외의 조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위험들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 시점이 올해 주식 시장의 저점이 될 것이고 이후 적어도 2022년 상반기까지 공급 부족에 따른 투자(CAPEX) 확대 등을 바탕으로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여름의 조정을 통해 S&P500은 4000 이하에서, 코스피는 3000 이하에서 주식 비율을 높이는 것이 올해 자산 배분 전략의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