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장기화에 ‘홈트족’ 증가
다이어트 열풍에 돈 버는 기업들

[스페셜 리포트]
그래픽=전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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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신체 활동 빈도와 운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보다 체중이 늘어난 사람들이 많다. 실제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성인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체중이 3kg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가 최근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시대 국민 체중 관리 현황 및 비만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46%)은 체중이 3kg 이상 늘었다고 답했다. 체중 감량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줄이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잉글랜드 공중보건청(PHE)은 비만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 위험을 40%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코로나19 고위험군 리스트에 65세 이상 고령자 외에도 비만과 임신 등을 추가한 바 있다. 비만·과체중은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 비만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은 2조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전쟁·테러·흡연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과 맞먹는다. 코로나19 시대 다이어트 열풍으로 돈 버는 기업들과 돈이 몰리는 산업은 어디인지 살펴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펠로톤의 실내 자전거 /펠로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펠로톤의 실내 자전거 /펠로톤 제공
‘찰칵’ 찍으면 칼로리·영양 정보 한눈에
체중 감량의 방법은 다이어트 보조 식품을 먹거나 식단 관리를 통해 칼로리를 조절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만 인구가 높은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외식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밀키트 정기 구독이 증가하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0년 23억 달러 규모였던 미국 밀키트 시장은 올해 8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주요 밀키트 업체들은 블루 에이프런·헬로프레시·홈셰프·아마존프레시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인들이 밀키트 정기 구독을 하는 이유는 취향껏 메뉴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체중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를 사는 시간과 요리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식단 관리 분야에서 식품 또는 밀키트 업체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음식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AI) 기술이 음식을 인식해 영양 정보를 분석해 주는 ‘푸드 렌즈(food lens)’ 기술을 보유한 두잉랩이 주목받고 있다.

2016년 설립된 두잉랩은 음식 사진을 찍으면 AI가 음식을 인식하고 영양 정보를 분석해 주는 기술을 상용화한 푸드 렌즈를 한국 대기업 5곳 등 10개 이상의 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이를 활용해 사진 촬영만으로 식단을 자동으로 기록해 개인이 스스로 식단을 관리할 수 있는 ‘다이어트 카메라 AI’ 애플리케이션(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대면 일대일 영양 상담 서비스인 ‘상식’을 출시해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영양 관리에 관심이 높은 고객과 영양 관리가 필요한 당뇨 환자와 질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픽=전어진 기자
그래픽=전어진 기자
AI 코치와 가상의 체육관에서 운동을
코로나19로 헬스장과 체육 시설 이용이 제한됨에 따라 개인 운동과 홈 트레이닝을 하는 ‘홈트족(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증가 추세다. 초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체중 감량을 위해 홈 트레이닝을 시작했다면 지금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홈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홈 트레이닝이 새로운 운동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운동 관련 기기·서비스 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운동에 여러 가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디지털 피트니스의 성장이 가파르다. 시장 조사 기관 루신텔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피트니스 시장은 연평균 32.6% 성장해 2022년 274억 달러(약 31조579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디지털 피트니스의 대표 주자는 카카오VX의 ‘스마트홈트’를 들 수 있다. 스마트홈트는 체계적인 피트니스 커리큘럼에 AI 코칭을 접목한 홈 트레이닝 앱이다. 요가·필라테스·스트레칭 등 120여 개의 운동 콘텐츠에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실시간 관절 움직임 추출과 전문 트레이너의 자세와 비교하는 디테일한 코칭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작 인식 홈 트레이닝앱 스마트홈트 /카카오VX 제공
동작 인식 홈 트레이닝앱 스마트홈트 /카카오VX 제공
카카오톡 계정을 기반으로 한 로그인 시스템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가벼운 문진을 통해 이용자의 건강 상태, 이용자 기호와 몸 상태에 맞는 맞춤형 운동 콘텐츠 제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기술을 접목한 ‘식단 카메라’로 음식 사진을 촬영하면 각 음식의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해 칼로리 정보도 알려준다.

스마트홈트는 현재 통신 3사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 2019년 9월 출시된 스마트홈트는 LG유플러스 5세대 이동통신(5G)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다가 시장 수요 증가에 따라 2020년 4월부터 SK텔레콤과 KT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코로나19로 홈트족이 늘면서 앱 설치 수와 월평균 이용자 수(MAU)도 증가 추세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월을 기점으로 4개월 전과 후의 앱 설치 수를 비교할 때 약 50%의 증가율을 보였고 그해 12월 MAU가 전년 동월 대비 약 224% 증가했다. 운동 프로그램 실행 수는 약 128%, 운동 완료 수는 약 187% 증가했다.

카카오VX 관계자는 “스마트홈트는 서비스 리뉴얼 계획과 유명 인플루언서의 운동 콘텐츠를 포함한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올해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점진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피트니스가 뜨면서 보험업계도 관련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가 출시한 헬스케어 앱을 홈 트레이닝과 건강 관리에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최근 보험업계는 건강 관리에 관심이 높아진 추세를 반영해 전용 앱을 통해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건강 관리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거나 포인트나 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보험 상품 비가입자도 건강 관리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 헬스케어 앱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창구로 각광 받고 있다. 삼성생명의 ‘S-워킹’은 연간 걸음 300만 보를 달성하면 3만원권 상품권을 최장 16년간 준다.

신한생명의 ‘하우핏’은 AI 기반 홈 트레이닝 서비스로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운동 자세를 확인하고 교정해 준다. 별도의 웨어러블 장비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AI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운동 횟수와 정확도를 인식하고 바른 자세로 운동할 수 있도록 코칭해 준다. 한화생명의 ‘헬로’는 건강검진 정보, 일상생활 건강 콘텐츠, AI 카메라를 활용한 식단과 영양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래픽=전어진 기자
그래픽=전어진 기자
젝시믹스 레깅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젝시믹스 레깅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한국의 룰루레몬’ 젝시믹스 폭풍 성장
홈 트레이닝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인증과 연관돼 있어 실내에서 복장까지 갖춰 운동하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홈트족들은 운동 의류와 운동 기구에도 관심이 많다. 운동복이 코로나19 시대의 뉴 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애슬레저룩 시장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020년에 이어 애슬레저룩 유행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한국 요가복 3대장으로 불리는 젝시믹스·안다르·뮬라웨어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애슬레저룩 유행과 헬스·요가·필라테스 등 실내 운동의 인기도 영향을 미쳤다.

젝시믹스로 유명한 미디어커머스 기업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2020년 8월 요가복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2020년 매출액 1398억원, 영업이익 84억원을 올렸다. 젝시믹스는 단일 브랜드로 매출 1094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달성하며 론칭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자사 몰을 통한 판매 비율이 90%에 가까운 젝시믹스는 이용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쇼핑 트렌드와 맞물려 크게 성장했다. 2019년 일본법인 설립 이후 2020년 12월 중국·미국의 해외 총판과 155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안다르와 뮬라웨어도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안다르는 에코마케팅과 손잡고 기업공개(IPO)와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뮬라웨어는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 유니콘 특별 보증 기업에 선정됐다.
애플워치, 아이폰, 아이패드와 연계한 ‘피트니스 플러스’ /애플 제공
애플워치, 아이폰, 아이패드와 연계한 ‘피트니스 플러스’ /애플 제공
펠로톤 독주 제동? 애플도 구독형 홈트 진출
운동하는 사람들은 애플워치·핏빗·가민과 같은 스마트워치 등을 사용해 운동 기록과 신체 변화를 측정한다. 이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분석된 칼로리 소모량, 운동 시간, 이동 거리,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 등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데이터들은 사람들에게 더욱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피트니스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했다. 홈 트레이닝과 피트니스에 첨단 기술·디지털이 융합되며 원격 강습은 물론 수강생의 주기적 운동 관리가 가능한 ‘피트테크’로 발전하고 있다.

피트테크는 퍼스널 트레이닝(PT)이 집으로 옮겨온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실적인 양방향 교류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피트니스 앱은 코로나19 시대 적절한 신체 활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에게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글로벌뷰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피트니스 앱 시장 규모는 2018년 24억 달러(약 2조7110억원)에서 2026년 209억 달러(약 23조6086억원)로 9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 트레이닝 시장이 커지면서 구독 경제 서비스를 내세운 기업들도 늘고 있다. 토날은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 터치 스크린이 내장된 약 3000달러에 이르는 운동 장비를 판매하고 매월 140달러가 넘는 수업료를 받는다.

헬스장을 집으로 옮겨 놓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미러와 펠로톤도 첨단 기술이 접목된 운동 기구를 매개체로 판매해 다양한 콘텐츠를 구독자에게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그래픽=전어진 기자
그래픽=전어진 기자
운동 기구 생산을 시작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까지 직접 제작해 ‘홈트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펠로톤은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구독자 수가 급증했다. 펠로톤의 구독자 수는 2018년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107% 증가했고 같은 기간 운동 횟수는 213% 증가했다. 펠로톤의 운동 기구에는 모니터가 부착돼 있어 이를 통해 실시간 또는 녹화된 트레이닝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녹화된 수업만 제공하는 기존 홈 트레이닝 업체와 차별화 포인트다.

요가복 업체 룰루레몬은 2020년 6월 구독 기반의 디지털 홈 피트니스 기업인 ‘미러’를 인수해 홈 트레이닝 시장에 입성했다. 미러는 40인치 크기의 디지털 거울을 통해 스트리밍 형태의 홈 트레이닝 클래스를 구독 서비스로 제공한다.

미러의 가격은 1495달러부터 시작하며 월간 구독료는 39달러다. 업체들이 구독형 서비스를 출시하는 이유는 앱을 통해 대규모 소비자를 확보한 후 신규 서비스 프로그램을 추가해 정기적으로 구독료 수익을 유지하면서 운동 기구 판매 등의 사업 다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플도 2020년 9월 ‘피트니스 플러스’를 선보이며 구독형 홈 피트니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피트니스 플러스는 애플워치·아이폰·아이패드·애플TV를 연계한 가상 체육관 서비스로, 요가·사이클링 등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동영상을 보며 운동을 따라할 수 있다. 피트니스 플러스의 월 구독료는 9.99달러, 연간 구독료는 79.99달러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