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 결합체 연구로 위기 돌파 성공…현재 실적보다 신약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야
[돈이 되는 해외 주식]![[돈 되는 해외 주식]옆을 봐도 답은 신약 개발…R&D로 부활한 다이이찌 산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AD.26399970.1.jpg)
일본 상위 제약사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약 개발을 돌파구로 삼았다. 다이이찌 산쿄는 항체·약물 결합체(ADC)를, 다케다는 CAR-T·CAR-NK 치료제를 선택했다. 먼저 성과를 낸 곳은 다이이찌 산쿄다. 다이이찌 산쿄는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를 개발해 2019년 3월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금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약 8조원(69억 달러)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수년 동안 정체됐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고 주가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ADC 중심의 연구·개발(R&D) 성과를 보인 후 다이이찌 산쿄의 주가는 약 5배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대부분의 일본 상위 제약사가 시장 대비 언더퍼폼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주가 상승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사례를 교훈으로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 또한 현재 실적보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이이찌 산쿄가 내세우는 ‘3개의 ADC와 α’ R&D 전략 중 ADC는 엔허투(DS-8201)와 ‘DS-1062’, ‘U3-1402’다. 명실상부한 대표 품목인 엔허투는 우수한 임상 결과로 유방암에서 위암과 폐암 적응증까지 노리고 있다. DS-1062는 지난해 7월 아스트라제네카에 60억 달러 규모에 기술 이전됐고 U3-1402는 대장암·유방암·비소세포폐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신제품의 출시로 지난해 38억9000만 달러였던 ADC 시장은 매년 35.1%씩 성장해 2026년 236억4000만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케다는 최근 다수의 세포 치료제 기술을 도입했고 전체 파이프라인 중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37%로 가장 높다. ‘TAK-007’은 환자의 세포가 아닌 공여자의 세포를 활용한 ‘범용 가능한 기성품(off-the-shelf)’ 방식으로 투약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고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의 가능성이 있다. 무장된 CAR-T는 일본의 노일-이뮨 바이오텍과 공동 개발 중이고 ‘IL-7’과 ‘CCL19’을 생산하게끔 개량해 효능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CAR-T 시장은 2023년 이후 본격적인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2026년 CAR-T 시장은 130억 달러로 예상되며 이 경우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51.3%에 달한다.
한국 제약사는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졌고 중소 제약사들이 개량 신약을 개발하면서 영업 환경이 더욱 척박해졌다. 이때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한미약품과 이후 유한양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 상위 제약사는 과감한 투자를 선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 한국 대부분의 제약사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낮아진 매력은 주식 시장의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주식 시장의 투자자가 관심을 갖는 제약·바이오 업체는 실적이 안정적인 업체가 아니라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다. 대표적으로 ‘레이저티닙’을 개발해 얀센에 기술 이전한 오스코텍과 ADC 의약품을 개발 중인 레고켐바이오, 신약은 아니지만 정맥 주사를 피하 주사로 바꿔 주는 플랫폼 기술의 알테오젠이다. 최근 상장한 업체 중에서도 역시 신약 개발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메드팩토와 녹십자랩셀 등이 우수한 주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 업체가 대부분 매출액이 없고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전통 제약사가 1조원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약 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지만 투자자의 관심은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향후 더 큰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신약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제약 시장의 성장 정체가 지속될수록 신약에 대한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 업체에 투자할 때 안정적인 실적보다 파이프라인과 향후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전통 제약사는 보다 과감한 R&D 투자와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김태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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