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고용·환경·중국 견제 과제…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 사슬 재편 목표에서 투자 포인트 찾아야

[머니 인사이트]
바이든의 빅 픽처, 에너지 모빌리티가 이끄는 ‘뉴 GVC’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향후 에너지 플랫폼 혁명을 준비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GVC : Global Value Chain)을 재편하고 있다. 미국이 향후 에너지 플랫폼 혁명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당면 과제인 ‘고용, 환경,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차·화·전’으로 명칭되는 한국의 ‘전기차·2차전지·반도체’ 기업들은 에너지 플랫폼 혁명에서 게임 체인저로 부각되면 한국 증시는 또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에너지 플랫폼 혁명으로 과제 풀려는 바이든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세 가지 큰 당면 과제가 주어졌다. 첫째는 미국의 고용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미국은 호경기로 잠재 실업률을 밑도는 등 고용 사정이 매우 양호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미국의 고용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경기 개선과 함께 미국의 고용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둘째 과제는 ‘환경’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환경과 관련해 영향력이 매우 약화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환경 문제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 과제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엔 주로 미국과 중국 양국 간 무역 불균형에 집중된 전쟁이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용, 환경,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이라는 세 가지 당면 과제를 에너지 플랫폼 혁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에너지 플랫폼 혁명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세 가지 당면 과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에너지 플랫폼은 전기차라는 인프라를 통해 전기의 이동과 교환을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를 뜻한다. 에너지 플랫폼 혁명을 통해 우리는 전기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교환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일례로 현대차가 개발한 EGMP라는 전기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5에는 V2L(Vehicle to Load) 기술이 적용돼 있다. V2L 기술은 전기차에 탐재된 고전압 대형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즉, 전기차에 전기를 충전할 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충전된 전기 또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바이든의 빅 픽처, 에너지 모빌리티가 이끄는 ‘뉴 GVC’
아이오닉 내·외부에는 소위 ‘돼지코’ 모양의 220볼트 파워 아울렛이 장착돼 있다. 아이오닉5의 V2L은 최고 3.5kw 출력으로 일반 가정에서 쓰는 최대 출력 한도인 2~4kw와 유사하다. 즉 TV·냉장고·세탁기까지 웬만한 가전 기기를 모두 쓸 수 있다. 아이오닉5에는 72.5kw의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데 이는 하루 동안 5~7가구의 가정에서 사용되는 평균 전기 용량이다.

궁극적으로 V2L 기술은 V2H(Vehicle to Home)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충분히 완성된다면 환경과 관련된 많은 문제 또한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에너지 플랫폼을 통해 전기요금이 쌀 때 전기를 충전하고 비쌀 때 전기를 판매해 사회 전체 전기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면 에너지 부족 문제 또한 저절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위 서울과 같은 메가 시티의 전력 부족과 블랙아웃 우려는 에어컨 가동이 크게 증가하는 한여름 낮 시간에 발생이 가능성이 높다. 이때 전기차를 활용하면 블랙아웃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블랙아웃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발전소 건설을 고민했지만 에너지 플랫폼의 혁명으로 발전소의 추가 증설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환경 문제는 주로 내연기관차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₂)로 유발된다. 그런데 에너지 플랫폼 혁명으로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대체되고 또한 발전소의 추가 건설 필요가 낮아진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환경 관련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한국 기업, 에너지 플랫폼 혁명 주도해야
바이든의 빅 픽처, 에너지 모빌리티가 이끄는 ‘뉴 GVC’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에너지 플랫폼 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에너지 플랫폼의 핵심 인프라가 되는 전기차와 관련 글로벌 가치 사슬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한다.

일례로 애플의 아이폰 관련해 GVC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중국의 아이폰 생산 공장이 한국(반도체·배터리·카메라 모듈 등), 대만(PCB와 기타 부품), 일본(카메라 모듈) 등에서 부품을 조달받아 생산한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GVC는 넓게 퍼져 있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은 가볍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차는 크기와 무게에서 스마트폰과 차이가 크다. 전기차의 GVC는 스마트폰과 달리 최종 소비지에 근접해 있어야 한다. 우선 스마트폰과 전기차는 배터리부터 큰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손바닥 정도 크기에 무게는 200g에 불과하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는 무게가 무려 450kg이 넘고 상당히 크다. 또한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통상 2만~3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동차 부품사들은 완성차 생산 공장 인근에 주로 자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GVC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한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핵심이다. 또한 필요한 곳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율주행 기술을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이 중요하다. 지난 4월 11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에서 발생한 배터리 소송에 합의했는데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결과에 관해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하며 압박해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 공장을 통해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했다. 그만큼 미국 내 배터리 공급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타결과 자율주행을 위해 필요한 반도체의 차질 없는 공급을 위해 이례적으로 19개 주요 반도체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반도체 대표들에게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독려했다. 이처럼 취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행보는 미국 내 배터리와 반도체 설비를 통한 전기차 GVC 재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수년이 걸린 디지털 전환을 수개월 안에 강제적으로 진행하게 됐다. 강제적 디지털 환경으로 미래가 빨라지며 언택트(비대면)와 관련된 반도체·2차전지·자율주행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가 부각됐다.

그 결과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은 30.8%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지수 중 코스닥과 나스닥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이후 한국 증시는 자동차·화학·반도체의 소위 차·화·전 업종이 상승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차·화·전 산업이 미래 에너지 플랫폼 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주식 시장을 이끌던 차·화·전 주도주는 지난 4월 이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가 부각되며 쉬어 가는 흐름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자동차 업종을 넘어 타 업종에까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기업이 미래 에너지 플랫폼 혁명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 이후 에너지 플랫폼 관련 글로벌 GVC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점이 우리 기업엔 부담이다. 다행히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반도체·2차전지·전기차와 관련해 44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기업이 향후 에너지 플랫폼 혁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재부각된다면 우리 증시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